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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이탈리아에 희망과 영감을 전한 로마 마라톤 출전 선수들

2025-05-08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달리기는 한국에서 러닝 열풍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생겨난 비교적 새로운 스포츠 활동인 반면 이탈리아에서는 이미 아주 오래된 스포츠 활동 중 하나다. 이탈리아 곳곳에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또한 유명한 마라톤 대회가 여럿 열리는데 특히 밀라노, 로마 마라톤은 온 도시의 교통을 통제하며 그날 하루만큼은 도시 전체가 마라톤을 위해 돌아갈 정도다. 

3월 17일 열린 제30회 로마 마라톤 대회에서 92세의 러너 안토니오 라오(Antonio Rao)가 6시간 44분 16초의 기록으로 완주해 이탈리아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번 대회에 90대의 나이로 출전한 안토니오는 자신의 세 번째 마라톤으로 지난 3년간 90세 이상 연령대 부문에서 연속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올해 그의 기록은 2024년 기록인 6시간 54분 23초보다 십분이나 단축한 기록으로 이는 M90 부문 세계 신기록이다.
올해 제32회를 맞은 로마 마라톤 대회. 신체적 어려움을 딛고 대회에 출전한 참가자들이 이탈리아에 희망과 영감을 주었다

< 올해 제32회를 맞은 로마 마라톤 대회. 신체적 어려움을 딛고 대회에 출전한 참가자들이 이탈리아에 희망과 영감을 주었다 - 출처: 'Roma Today' >

안토니오는 《Runners World Italia(러너스 월드 이탈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로마에서 뛰는 것은 나에게 매우 특별한 감동이 있다. 최근에 건강이 좋지 않아 이번 마라톤은 해내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작년보다 10분이나 단축한 기록을 세웠다. 달리기와 걷기는 삶이다. 나는 달리기와 걷기를 모든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Runners World Italia》에 따르면 안토니오는 80년 전부터 달리기를 시작했고 92세가 된 지금도 계속해서 달리기를 하고 있다. 또한 《Fanpage(팡파제)》와의 인터뷰에서 안토니오는 "달리는 것이 인생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스스로와 경쟁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면서 마라톤 결승선을 정복할 때 느끼는 형언할 수 없는 기분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안토니오는 1983년 로마 마라톤 창설 이후 매년 출전해 왔다고 알려졌으며 올해 30번째 로마 마라톤 참가라는 의미 있는 기록 또한 남겼다. 이에 로베르토 구알리에티(Roberto Gualtieri) 로마 시장은 안토니오의 마라톤 기록에 대해 '자연의 힘'이라고 정의했다. 이에 대해 안토니오는 "저는 평범한 사람이고 비밀은 없다."면서도 "다만 달릴 때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것을 마라톤 성공의 비결"로 소개했다. "누구나 걱정거리, 문젯거리를 갖고 있다. 나는 이것들을 일시 중지하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Fanpage》는 기사에서 안토니오의 일화를 계속해서 소개한다. 안토니오는 어렸을 때 친구들과 공원에 가서 종종 달리기 놀이를 했다. 그중 한 친구가 아주 빨라서 안토니오는 그를 따라잡을 수 없었다. 하지만 900m 지점부터 그 친구는 지구력이 부족해 약 1km 지점에서 안토니오는 그 친구를 추월하고 여유롭게 계속 달렸다. 그 이후로 안토니오는 계속 달리기를 하고 훈련을 하며 개인 기록을 세우고 그것을 갱신해 왔다고 한다. 그는 "주님이 허락하신다면 앞으로도 오랫동안 계속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전했다.
로마 마라톤 결승선에 있는 안토니오 라오

< 로마 마라톤 결승선에 있는 안토니오 라오 - 출처: 'Runners World Italia' >

올해 로마 마라톤에서는 안토니오뿐만 아니라 신체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는 많은 사람들이 이탈리아인들에게 희망과 영감을 주었다. 세레나 반자토(Serena Banzato)는 발이 감염돼 환상통을 앓고 있었으나 몇 달간의 재활 후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안나리사 미네티(Annalisa Minetti)는 런던 패럴림픽에서 1,500m 동메달을 획득한 마라톤 선수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으며, 리처드 화이트헤드(Richard Whitehead)는 두 다리에 의족을 착용한 선수로 2025년 말까지 100회의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클라우디오 팔물리(Claudio Palmulli)는 태어나자마자 경직성 마비를 앓아 수동 휠체어를 타고 마라톤에 출전했다. 또한 이탈리아 축구 국가 대표 선수였던 마티아 마르티넬로(Mattia Martinello)는 이콜로세움 근처에서 사고를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후 뇌성마비를 극복하고 이번 마라톤에 참가했다. 신체적 어려움을 이겨내고 마라톤에 참가한 이들은 기록에 관계없이 이탈리아인들에게 큰 감동을 전하며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했다. 만약 당신이 지금 밖으로 나가 뛸지 아니면 침대에서 뒹굴뒹굴하고 있을지 고민 중이라면 이 같은 이들의 도전은 큰 자극이 될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Runner's World》 (2025. 3. 17). Antonio Rao a 92 anni un nuovo primato alla maratona di Roma, https://www.runnersworld.com/it/vip/a64202487/antonio-rao-maratona-roma/
- 《Fanpage.it》 (2025. 3. 21). A 92 anni partecipa alla Maratona di Roma, la storia di Antonio Rao: “Quando corro mi sento libero”, https://www.fanpage.it/roma/a-92-anni-partecipa-alla-maratona-di-roma-la-storia-di-antonio-rao-quando-corro-mi-sento-libero/
- 《RomaToday》 (2025. 3. 14). Le storie degli uomini e donne della Maratona di Roma 2025, https://www.romatoday.it/speciale/maratona-roma/uomini-e-donne-storie-maratona-di-roma-2025.html

통신원 정보

성명 : 백현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탈리아/피사 통신원]
약력 : 이탈리아 씨어터 노 씨어터(Theatre No Theatre) 창립 멤버, 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