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트렌드가 독일 구석구석까지 소개되고 있다. 우리가 잘 알거나 한 번이라도 들어본 독일 미디어는 ≪슈피겔≫, ≪쥐드도이체 차이퉁≫, ≪벨트≫ 등 대부분 세계적으로 유명한 전국지다. 그동안 독일에서 보도되는 한국 문화 및 케이팝에 관한 주요 기사도 주로 이 '전국지'를 중심으로 보도되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도시나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지에도 케이팝 소식이 꾸준히 들려온다. 케이팝 산업과 트렌드 전반을 살펴본 기사도 물론 있지만, 지역지인 만큼, 지역 주민의 소식, 즉 케이팝 팬들의 이야기가 다뤄지기도 한다.
<라이프치히 근교 도시의 두 케이팝 팬을 조명한 '라이프치거 폴크스차이퉁' 기사 – 출처 : 라이프치거 폴크스차이퉁>
먼저 라이프치히 및 작센주의 대표적인 지역지인 ≪라이프치거 폴크스차이퉁≫은 지난 18일 '비비엔과 에멜리가 보르나에서 케이팝을 거행(?)하다'라는 제목으로 라이프치히 근교 도시에 사는 두 케이팝 팬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이들은 1년 전 케이팝을 처음 접했고 둘이 함께 댄스 연습을 하거나 공원에서 춤추는 영상을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린다.
비비엔와 에멜리의 케이팝에 대한 열정은 그들이 말하는 문장 하나 하나에, 그들이 춤추는 동작 하나하나에서 찾을 수 있다. |
사실 이들이 케이팝 커뮤니티나 케이팝 팬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특별한 케이스는 아니다. 그런데 왜 기사화가 되었을까. 이런 '젊은이'들이 독일의 작은 도시, 시골(?)에 사는 일반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아주 '남다른'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이들 덕분에 라이프치히 근교에 있는 이 작은 도시, 보르나에도 케이팝이 소개되고 있다.
케이팝은 한국의 팝뮤직, 그러니까 한국어로 된 팝 음악을 뜻한다. 이 장르는 다양한 음악적 배경으로부터 나왔다. 팝, 락, 소울, 랩. 케이팝은 1990년대 일본의 제이팝의 대응으로 한국에서 시작된 음악 장르다. 현재 셀 수 없이 많은 그룹들, 걸그룹 보이그룹, 혼성그룹이 있다. 가장 유명한 곡?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다. 케이팝의 수도는 서울이다. 그곳에 거의 대부분의 스타들이 살고, 음악 기업이 자리하고 있다. 아시아의 많은 팬들이 서울까지 '성지순례'를 하러 온다. 독일에서 케이팝은 어느 정도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 그렇게 많이 확산된 것은 아니다. 팩트는 이거다. 팬들은 다 사람이고, 비비엔과 에멜리 같다. '저는 애니메이션에는 벌써 빠져있었는데, 어느날 친구가 케이팝을 보여줬어요. 일 년 전쯤이었어요.' 에멜리는 말했다. 그녀는 케이팝에 바로 빠져버렸다. '케이팝은 다른 팝뮤직과는 달라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죠.' 비비엔이 거든다. 케이팝 그룹은 그들의 완벽함으로 유명하다. 외모부터 안부까지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이 100퍼센트 딱딱 맞다. 유튜브에는 팬들이 안무를 배울 수 있는 동영상이 있다. 이들도 소위 '튜토리얼'이라고 부르는 이 영상을 이용한다. 안부를 단순히 따라하는 게 아니라 조금 변화를 주고, 각자 스타일대로 자유로운 안무를 생각해낸다. |
한국에서는 보통 명망있는 독일의 유력지에 기사화되는 일을 주목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독일의 삶을 가만히 살펴보면 이곳 시민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의 지역지를 더 많이 접한다. 독일에서는 매일 351개의 일간신문이 발행된다. 손에 꼽을 수 있는 전국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지역을 기반으로 한 지역지로 볼 수 있다. 그만큼 독일 독자들의 일상에 더 가깝게 다가가는 게 지역지다. 내용이 그렇게 특별하지는 않지만, 독일에서 케이팝이라는 것이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나의 삶 옆에 있는 현상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기사가 바로 이런 기사인 셈이다.
<케이팝의 면면을 자세히 소개한 '아욱스부르거 알레마이네' 기사 – 출처 : 아욱스부르거 알레마이네>
두 번째로 소개하는 기사도 지역지인 ≪아욱스부르거 알레마이네≫가 지난 17일 보도한 기사다. 이 기사는 지역지임에도 불구하고 케이팝 팬이 아니면 전혀 알 수 없는 자세한 정보와 이야기를 풀어놔 눈길을 끌었다. 기사를 먼저 보자.
한국의 팝 음악, 줄여서 케이팝은 요즘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에 빠지는 일이 없다. 한국에서 열린 올림픽 경기 개막식에서는 씨엘과 엑소가 절정을 이루었다. 피파의 월드컵 결승전의 공식 플레이리스트에는 한국 음악 '파워'를 찾을 수 있다. 이 음악 장르는 그간 유럽 팬들도 확보했고, 무엇보다 틴 초이스 어워드 같은 큰 음악상에서 계속해서 노미네이션되고 상도 받고 있다. 케이팝과 서양 팝 음악이 뭐가 다른지 아는 사람은 많이 없다. 명백하게는 너무도 당연하게 언어가 다르다. 대부분의 음악은 영어가 섞인 한국어로 불려지는데 많은 스타들이 일본어 앨범도 내고 있다.
또한 이들은 겨우 몇 달 사이에 계속 새로운 음악을 내는데, 일 년에 여러 장의 앨범을 발매한다. 미니앨범은 정규앨범보다 노래가 적은데, 그 뿐만 아니라 매우 큰 차이점이 있다. 모든 음악은 각자의 콘셉트가 있고, 케이팝 아이돌이라고 불리는 스타들의 다양한 면을 보여준다. 그들은 항상 다른 콘셉트를 보여주고, 앨범은 어떤 하나의 스토리를 같이 만든다. 어떤 문구, 학술적인 명제 혹은 그 이상의 것들이 이용된다. 그룹과 솔로 가수들은 대게 자기 스스로 특정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NCT는 멤버의 수가 정해져있지 않고 항상 더 늘어나는데, 어떤 곡에 따라 나이나 주제에 맞게 멤버들이 바뀐다. 케이팝 아이돌은 대부분 그룹이다. 대부분의 솔로도 한 그룹의 멤버이면서 솔로 작업을 하는 경우다. |
기사에 언급된 케이팝 아이돌의 이름만 해도 씨엘, 엑소, NCT, 빅스, 블랙핑크, 갓세븐, 빅뱅, 슈퍼주니어 등 여러 명이다. 물론 강남스타일의 싸이도 빠지지 않았다. 케이팝 현상을 짚는다는 다른 미디어가 싸이와 방탄소년단을 겨우 언급한 것과 비교해보면 매우 공을 들인 기사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모든 그룹에는 소위 메인 댄서가 있어서 이들이 안무를 이끌고, 교육도 시킨다. 그 외에도 메인보컬과 메인 래퍼 등이 있다. 명칭이 이미 말하듯이 각자 음악과 랩 파트를 맞는다. (중략) 그 외에도 '비주얼'과 '그룹의 얼굴' 역할도 있다. 조금 특별한 역할인 '막내'도 있다. 가장 어린 멤버를 뜻한다. 케이팝 아이돌은 전통적인 소셜 미디어 페이지가 있고 그 외에도 팬들과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는 'VLive'가 있다. 팬들은 각자 팬클럽 이름과 색을 가지고 있다. 갓세븐 팬클럽의 이름은 'iGot7'이고 팬 색상은 초록색이다. 슈퍼주니어의 팬들은 '엘프'라고 불리며 사파이어 블루가 대표색이다. 팬클럽 모임도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소위 '공식' 팬클럽이 있어 유로 회원제에 특별한 혜택을 가지기도 한다. |
케이팝의 팬덤 은어는 물론이고 팬클럽까지 나열하는 걸 보니 기자나 기자의 지인이 케이팝 팬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케이팝 산업의 어두운 면을 지적하는 부분도 이때까지의 흐름과는 다르게 아이돌의 삶에 집중한 게 눈에 띈다. 이 기사는 혹독한 시스템 속에서 아이돌들이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없고, 외부와의 소통이 어려운데 이는 특히 외국인 멤버에게는 더 큰 어려움이 된다고 전했다. 또한 한국의 군대 의무로 인해 대부분의 남성 아이돌들이 빠른 시기에 데뷔하고, 군대로 가기 전에 많은 돈을 벌어야 하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케이팝은 더 이상 아시아 지역이나 미국에서 주목받아서 이곳까지 전해지는 이야기가 아니다. 독일에서도, 내가 사는 도시에서도 눈에 보이고 마주칠 수 있는 '실체'가 있는 현상이다. 국제적인 이슈나 트렌드 보도에는 취약하기 마련인 지역지에서도 꾸준히 케이팝 소식이 들려오는 이유다. 케이팝 팬들이 살고, 케이팝 팬들이 춤을 추고, 케이팝 팬들이 행사를 만들고 즐기기 때문이다.
※ 참고 자료
http://www.lvz.de/Region/Borna/Vivien-und-Emely-zelebrieren-K-Pop-in-Borna
https://www.augsburger-allgemeine.de/dillingen/K-Pop-Eine-Musikwelle-ueberrollt-uns-id51947036.html
https://www.bdzv.de/maerkte-und-daten/wirtschaftliche-lage/zeitungen-in-zahlen-und-dat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