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김치와 비빔밥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해외에서 한국 음식을 이야기할 때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이다. 한식 확산 정책 등과 더불어 '국뽕'의 이미지를 얻긴 했지만, 김치와 비빔밥은 실제로 외국에서 통용되는 한식의 대표 메뉴다. 독일에서도 많은 이들이 김치와 비빔밥, 불고기를 시작으로 한식을 접한다. 이러한 한식의 대표 메뉴에 또 하나의 메뉴가 주목받고 있다. 바로 한국식 치킨이다. 물론 한국 인근 국가나 미국 등에 비하면 많이 늦었지만 독일에서도 이제 한국식 치킨을 찾아볼 수 있다.
독일 수도인 베를린은 물론 프랑크푸르트, 뒤셀도르프 등 주요 도시에서 한국식 치킨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 하나둘 늘고 있다. 아시아 권역이나 한인 타운이 조성될 만큼 큰 나라에서는 보통 한국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독일은 좀 다르다. 한국의 프랜차이즈들이 이곳 유럽지역까지 눈을 돌리기가 힘든 부분도 있지만, 대부분의 식당이 각각의 개성과 콘셉트를 살려서 문을 연 곳이다. 베를린에서는 간이 식당 형식으로 운영하는 '앵그리치킨'이 꾸준히 베를리너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또 다른 간이 식당 형태인 '구텐탁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 말 그대로 '치맥'을 표방한 '치비(Chicken & Beer)'가 문을 열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한국식 치킨점 '앵그리치킨' - 출처 : 통신원 촬영>
'앵그리치킨'은 베를린의 유명한 한식당 중 하나인 '김치 프린세스' 대표인 박영미 스노든씨가 운영하는 곳이다. 바삭하게 튀긴 치킨에 특제 양념소스와 간장소스를 얹어준다. 서빙 하는 직원도 없고, 편안한 의자도 없는 간이 식당이지만 오가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독일에서 소위 '임비스(Imbiss)'라고 부르는 간이 식당은 서빙 하는 직원이 없는 대신에 카운터에서 바로 주문하고 결제하고, 음식을 받아간다. 팁을 내지 않아도 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스트리트 푸드'다. 베를린의 대표 음식이라고 손꼽히는 커리부어스트(커리 소스를 얹은 소시지)나 되너 케밥이 모두 이런 임비스 형태로 운영된다. 앵그리치킨도 바로 그런 컨셉을 표방했다. 현지 언론도 많이 타고 인기도 좋아서 아마 우리나라였다면 동네 곳곳 5호점까지 생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곳은 처음의 콘셉트와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이곳의 독창성을 유지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의 또 다른 치맥집 '치비' - 출처 : 통신원 촬영>
반면 치비는 좀 더 본격적으로 '치맥' 문화를 들고 나왔다. 앵그리치킨과 메뉴의 맛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분위기를 바꿨다. 간판부터 그렇게 달았고, 편하게 앉아 치킨과 맥주를 즐길 수 있는 치맥집을 열었다. 비교적 한적한 동네에 문을 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에는 늘 사람이 북적인다. 방문객들의 호응도 좋은 편이다. 매콤달콤한 고추장 양념부터 달달한 간장 마늘 양념은 이곳이 아니면 맛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실 치맥은 그동안 현지 사람들보다는 이곳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염원'이기도 했다. 한식당은 많지만, 한국 고유의 치맥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없고, 집에서 해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메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한국식 치킨집에는 늘 한국인들과 현지인들이 반반 정도 섞여있다.
독일에서 보도되는 한식 관련 소식이나 식당 광고에서도 한국식 치킨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그만큼 독일 곳곳에서 한국식 치킨을 주메뉴로 하는 식당들이 새롭게 문을 열고 있다는 이야기다. 호텔 및 요식산업 트렌드를 전문으로 보도하는 《알게마이네 호텔 & 가스트로노미 차이퉁》도 지난 7월 이러한 한국식 치킨 트렌드를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이곳에서 아시아 음식이라고 하면 보통 중국, 태국, 베트남, 일본 음식을 뜻하는 경우가 많고, 한국 음식은 아직까지 크게 퍼지지는 않았다'면서 '한국 음식은 그들의 음식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프랑크푸르트에서 운영 중인 '고키오 브로스'를 소개하면서 '한국식 치킨은 직접 만든 소스와 레시피로 그들만의 고유한 음식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독일 요식업 전문지에 소개된 한국식 치킨 – 출처 : https://www.ahgz.de/>
최근 독일에서 주목받고 있는 치킨집이 있다. 리자(RISA)라는 치킨집으로 현재 베를린에만 4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곳이다. 거대 프랜차이즈인 KFC를 표방한 듯한 메뉴와 컨셉이지만 간판에 '할랄'을 강조했다. 대부분 중동 지역 사람들이 일하고 있고, 주 타겟층도 할랄 푸드를 찾는 중동 지역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패스트푸드점을 연상시키는 깔끔한 외관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국적 불문, 종교 불문 모든 베를리너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중이다. KFC를 넘어서는 베를린만의 프렌차이즈가 될 것 인가하는 기대 어린 시선도 있다. 베를린에 하나둘 문을 여는 한국식 치킨집을 보면서 그런 기대를 하게 된다. 리자처럼 베를린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치킨집으로 성장해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아, 한국 치킨!'이라고 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말이다.
※ 참고 자료
https://www.ahgz.de/news/gastrotrend-viel-mehr-als-nur-kimchi-und-gimbap,200012249380.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