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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배우는 미국인 여성, '개비 카'. 얼쑤 좋다!

2018-08-3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6회 미주 한국국악경연대회(이사장 박창규, 대표 서연운)를 앞둔 기금모금 행사가 지난 825일 오후 6시부터 약 3시간 동안 LA 한인타운에 위치한 아로마 센터 더원뱅큇홀(The One Banquet Hall)에서 열렸다. 미주 예술원 다루(원장 서훈정)가 주최하는 상기 대회는 국악 꿈나무들과 숨어 있는 국악 인재를 발굴하고, 국악과 한국 문화를 주류사회에 알리려는 목적으로 지난 2013년에 시작됐다. 해를 거듭하면서 미주 한국국악경연대회는 규모와 수준 면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조직위원장 수잔 최는 인사말을 통해 “922일 대회를 앞두고, 올해 처음으로 기금모금 행사를 마련했다. 이 행사를 통해 국악과 한국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단합하고 올바른 발전 방향을 제시하며, 6회 미주 한국국악경연대회의 기금도 마련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저녁 식사가 포함된 기금모금 행사에는 공연자를 포함 약 200명이 참석해 좌석을 꽉 채웠다. 행사의 시작은 샌디에고 풍물학교 팀의 <길놀이와 아리랑> 공연이었다. 출입구에서부터 장구와 꽹과리를 울리며 등장한 풍물팀은 신명 나는 공연으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행사 순서 중에는 미셸 박 스틸(Michelle Park Steel)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 슈퍼바이저 위원장이 미주 한국국악경연대회를 마련하고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장길문 씨 외 대회 운영자 25명에게 봉사상을 수여하는 순서도 있었다. 또한 대회 첫 회부터 5회까지 소리와 무용으로 매회 참여했던 이경자 씨는 조직위원회 이사장의 감사장을 받았다.

 


<행사의 문을 연 샌디에이고 풍물 팀의 공연>

 

한편, 기금모금 행사인 만큼, 여러 곳에서 기증을 받은 물품들을 경매를 통해 판매하는 순서도 진행됐다. 한국화가 그려진 부채, 돌하르방 조각 모음 벽걸이, 작가가 만든 도가지 작품, 가야금 등 한국의 예술작품들이 새 주인을 만났다. 그동안 미주 한국국악경연대회를 통해 발굴한 국악 꿈나무들의 공연도 있었다. 올해 8살이 된 김승환 군은 <춘향가> <꿈 가운데>를 불러 박수갈채를 받았고 김승환 군의 누나인 김한슬 양은 <춘향가> 가운데 <오리정 이별>을 불러 객석을 뜨겁게 달구었다. 또한 손서윤 양의 거문고 연주를 비롯해 홍희정, 이경자, 신윤희 씨 등이 공연했으며, 해밀팀의 공연도 이어졌다.

 


<해밀 팀의 공연>

 


<역대 수상자와 해밀 팀의 합동 공연>

 

객석에는 국악을 아끼는 현지인들도 여럿 자리를 함께했다. 무대 위에서 공연이 진행될 때면 이들은 스마트폰을 열어 공연 장면을 사진에 담고자 애쓰는 모습이었다. ‘코리안 스타일 오페라(Korean Style Opera)’ 순서에서는 관객의 추임새가 중요하다는 안내를 듣더니 어눌한 발음으로 잘한다’, ‘좋지를 연발하는 현지인들을 보며 진정으로 문화를 공유하고 교류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행사 마지막 순서에는 아프리카계 문화적 배경을 지닌 개비 카(Gabby Carr)가 무대에 올랐다. 3개월째 소리를 배우고 있다는 그녀는 무대에 올라 아래와 같이 자신을 소개했다.




<미국인 개비 카의 춘향전 중 사랑가 공연 장면>


안녕하세요저는 개비(Gabby)입니다. 13년 전 한국드라마를 처음 본 순간부터 한국 문화언어음악과 사랑에 빠졌어요주변에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지만마음속으로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랑을 계속 키워왔습니다고등학교 4학년 때부터는 한국어를 배우려고 한국 문화학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그곳에서 처음으로 저처럼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기뻤어요그때 한국어가 저에게 잘 맞는 언어라는 걸 알게 됐고요대학교에 다니면서 한국어를 제대로 배울 기회가 생겼고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다녀왔습니다시간이 지나도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저의 관심은 없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더 커지기만 했어요.


이제는 한국 문화를 배울 기회가 많아서 정말 기뻐요예전부터 판소리가 정말 아름답고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배울 수 있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습니다다른 문화를 배우면서 저 스스로를 더 잘 알게 되었고저처럼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판소리를 배우면서 자신감도 생기고 자기 수양에 도움도 되었고무엇보다 너무 재미있습니다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저도 저처럼 한국음악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에게 판소리를 알려줄 수 있게 된다면 좋겠습니다사실 제가 판소리를 배운 지는 몆달 되지 않았는데요제가 얼마나 배웠는지 한번 들어보실래요?


 

객석에서는 그녀의 유창한 한국어 실력에 감동한 이들이 뜨거운 박수로 그녀에게 노래를 들려줄 것을 요청했다. 그녀는 <춘향가> 가운데 사랑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이리 오너라, 업고 놀자.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한국인이 아닌, 아프리칸 아메리칸이 부른 사랑가는 그 자리에 참석한 한국인 모두에게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심어줄 만했다. 현지인들 역시 한국의 전통문화를 배우고 공연한 개비 카(Gabby Carr)에게 마음에서 우러난 커다란 박수를 보냈다. K-Pop과 한국드라마로 시작된 한국 문화 사랑이 한국 전통문화를 직접 배우고 향유하는 것으로까지 발전된 개비 카. 현지인들과 한국 전통문화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할 그녀의 미래가 보이는 것 같았다.

 


<한국인 공연자로부터 춤사위를 배워보는 개비 카>

 


<미주 한국국악경연대회 준비위원들>

 

오는 922일 오후 2, 반스달 극장(Bansdall Theater)에서 펼쳐질 제6회 미주 한국국악경연대회. 올해에는 또 어떤 국악 꿈나무들이 대회에 참여할 지 기대된다.

 

사진 출처 : 미주 한국국악경연대회


  • 성명 : 박지윤[미국(LA)/LA]
  • 약력 : 현재)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