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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아이디어와 콘텐츠의 수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가다

2018-10-2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매년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도서박람회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리고 가장 큰 규모의 도서박람회다. 전 세계 100개국이 넘는 곳에서 출판사와 에이전시, 유통사, 도서 및 콘텐츠 관련 기업이 이곳, 프랑크푸르트에 모인다. 프랑크푸르트는 일 년에 한 번, 전 세계 새로운 아이디어와 플랫폼의 수도가 된다.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 로고>

 

출판 산업과 독자, 모두를 위한 공간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는 지난 1010일부터 14일까지 5일 동안 개최되었다. 3일간은 '전문가 방문자'만 입장이 가능한 날로 출판 관련 업계 관계자와 미디어 관계자만 입장이 가능하다. 분야별 출판사와 서점, 유통사,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 등 관련 기업과 책 블로거와 언론인들이 모여 출판 산업의 오늘과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어디 책뿐이랴. 독일의 방송국은 물론 정부 단체, 각종 사회 정치 단체, 정당 재단도 어디 한 곳에 꼭 자리를 잡고 있다. 3일이면 긴 시간 같지만 거대한 프랑크푸르트 박람회장을 꼼꼼히 보며 한 바퀴 돌기에도 벅차다. 단순히 부스를 보며 책을 뒤적이는 것을 넘어서 관심있는 대담이나 토론, 출판업계에 주는 팁을 듣다 보면 하루가 금방 지나가기 때문이다.

 

주말이면 박람회장의 문은 모든 시민들에게 열린다. 가족 단위 방문객과 단체 학생 그룹,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이 어울려 박람회장을 가득 메운다. 평일에는 주로 출판업계를 대상으로 기획되던 토론회나 대담도 주말이면 독자들을 위한, 즉 고객들을 위한 주제로 탈바꿈한다. 주말 박람회장에서는 이 도서전을 처음 찾은 사람을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프랑크푸르트는 물론 근교에 사는 이들이 거의 매년 이 박람회를 찾고 있었다. 독일 본에서 온 율리아는 올해 4번째로 도서전을 방문했다. '사실 그 전에도 온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할 수는 없어요. 굳이 특정한 목적이 있는 건 아닌데, 이렇게 박람회장을 돌면서 여러 부스를 보고 새로운 책도 한눈에 구경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지난 10일부터 14일까지 열린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풍경>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책이라는 매체가 전달하는 콘텐츠, 그 내용을 중시하며 동시에 그 내용을 위한 '표현의 자유' 혹은 '언어의 자유' 또한 중시한다. 이곳 도서전에서 수많은 정치 토론이 열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페미니즘과 미투 운동을 이야기하고, 터키와 러시아의 언론 자유 문제에 대해서, 독일 내부를 위협하는 극우파들의 등장과 비관용적 행태에 대해서 토론한다. 정치적 이슈를 정면으로 다루는 도서전은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또 이 시대의 출판 이슈를 알려주는 곳이다.

 

여기저기 흩어진 한국관, 주목도가 아쉽다

한국의 출판 관련 기관도 매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을 찾는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출판산업진흥원, 대한인쇄문화협회, 주독한국문화원 등이 저마다 한국관 부스 및 행사를 기획해 도서전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여러 콘텐츠 중 한국의 웹툰에 집중, 웹툰 회사와 함께 한국관을 꾸렸다. 한국관에서 진행한 웹툰 드로잉쇼는 방문객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지만, 웹툰 피칭 행사는 늦은 시간대에 열려 관계자를 제외하고는 현지 방문객들의 관심이 적어 아쉬움이 남았다. 한편, 주독 한국문화원은 한식 요리 시연 행사를 기획해 방문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도서전에서 무슨 요리?'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도서전이 강조하는 하이라이트 행사 중 하나가 바로 이 요리 행사장 프로그램이다. 출판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요리책, 나아가 요리문화와 트렌드를 전하는 취지의 요리 행사장은 행사 기간 내내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 중 하나다.

 

도서전에 참가한 많은 다른 국가들이 하나의 국가관을 큰 규모로 운영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관은 전시장 곳곳에 산발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한국''한국의 출판 산업'을 한눈에 조망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한국관 주위에 있는 일본과 중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의 국가 부스가 훨씬 더 규모가 크고 부스의 질도 높았다. 방문자들의 주목도가 확연히 달랐다. 이런 산발성은 전시장마다 지나가면서 자주 한국관을 지나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하나의 조직 이름이나 출판사 등 회사 이름이 아닌 '한국(Korea)'이라는 이름을 달아 운영하는 부스라면, 한곳에 모여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방문객들에게 더 확실한 인상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자리잡은 한국관 및 한국 도서, 관련 기관별로 부스가 다 따로 세워져 있어 주목도가 떨어졌다>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에는 독일 정부의 지원금이 전혀 없다. 나라나 그 분야를 대표하는 행사에는 필히 정부 지원금이 있을 법하지만, 이곳은 그렇지 않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정부지원금 없이 출판업계 내부 역량으로 이정도 규모의 박람회를 개최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 도서박람회에는 주요 정치인들이 빠지지않고 참석한다. 독일 연방정부 문화부장관은 매년 필수적으로 도서전을 찾고, 올해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연방 대통령도 초대되었다. 이들은 여느 우리나라의 대표들처럼 단상에 서서 '인사말'만 하고 사라져버리지 않는다. 이들은 다른 초대 손님들과 함께 나란히 앉아 민주주의나 표현의 자유, 이들이 추구하는 중요한 정치적 가치와 현안에 대해서 함께 '토론'한다. 이들은 도서전에 지원금을 주지는 않지만, 기꺼이 자리하고 시간을 쓰고, 의견을 내 보임으로써 도서전을 지지한다.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 출판 관련자들의 활발한 상업의 장이면서 정치와 문화 담론의 중심지로 거듭나는 배경이기도 하다.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 성명 : 이유진[독일/베를린]
  • 약력 : 현)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재학중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