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터키이스탄불 대한민국 총영사관, 터키 바흐체쉐히르대학교가 공동 주최하고 터키 공영 방송 《TRT》 어린이 채널(TRT Cocuk)이 후원한 행사 ‘한국 애니메이션 날’이 지난 11월 14일과 15일, 양일간 바흐체쉐히르대학교에서 열렸다. 14일 행사에는 《EBS》 남한길 부장(애니메이션 기획, 제작, 투자, 사업 총괄)이 주제 발표를 했고, 이어서 퍼니플럭스(funnyflux) 홍정진 창작 기획 이사가 강연자로 나섰다. 그리고 15일 행사에는 터키 대학생들이 직접 참여해서 애니메이션 제작 기법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 방법을 실습하는 기회를 가졌다. 교육과 실습을 위해서 우리나라 대표 애니메이션 네 편을 터키어와 영어로 상영됐다. <꼬마 버스 타요>와 <출동! 슈퍼윙스>는 터키어로, 그리고 <엄마 까투리>는 영어로 상영됐다.
<2019 한국 애니메이션의 날 상영된 한국 애니메이션 – 출처 : 주이스탄불 대한민국 총영사관>
이번 행사를 언뜻 보면 주제 강연과 교육 및 실습으로 평범한 문화행사 같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기대 효과를 가지고 준비했음을 알 수 있다. 터키에서 인기가 많은 우리나라 어린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더 나아가 산업계와 방송계, 학계까지 문화교류를 확장시켜서 한-터 양국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 준비된 행사이다. 그러나 만약 혹자가 애니메이션 하나만 생각한다면 본 행사가 지니는 더 넓은 의미를 다 볼 수 없을 것이다. 통신원이 앞서 2019 한국 애니메이션의 날 행사가 투자보다 훨씬 더 많은 기대 효과를 준비해야 한다고 언급한 근거는 바로 다음과 같다. 먼저 터키에서 애니메이션의 기원은 그림자 놀이로 연결이 가능하다. 터키 그림자 놀이의 역사는 수백 년이 되었을 만큼 지금도 극장에서는 어린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도 가족 단위로 즐겨보는 문화 콘텐츠이다. 4D, 5D 영화와 같이 이제는 보는 애니메이션에서 벗어나 체험과 공감, 상호작용까지 할 수 있는 VR 애니메이션을 경험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전혀 동떨어진 세상의 이야기 같이 들린다.
< 터키 전통 그림자 놀이 – 출처 : Erdem BAS >
그런 면에서 터키 애니메이션 산업은 시작이 아주 많이 늦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터키 애니메이션 산업은 향후 가져올 파급 효과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터키에서 애니메이션은 1930년대 디즈니 현대 예술 영화들이 상영관에서 방영이 되면서 관심을 갖고 이 분야에서 연구가 시작됐다. 에스키쉐히르대학교 애니메이션 학과장 페티 카바 교수는 “터키에서 첫 번째 애니메이션 영화는 비록 완성되지 못한채 끝났지만 1932년 제말 나디르 규르셀에 의해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말한다. 그 이후, 정식으로 제작된 첫 번째 애니메이션 영화는 이스탄불 주립 미술 아카데미 강사 Vedat Ar가 1947년부터 1949년에 가르친 열다섯 명의 학생들과 함께 만든 3분 분량의 단편영화 가 그 뒤를 잇는다. 터키 최초의 애니메이션이 영화 제작사가 아닌 주립 미술 아카데미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제작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투자자와 제작자, 그리고 감독이 있어야 하고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시나리오를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서 예상 수익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의 터키 애니메이션은 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오래전부터 아직도 이어지고 있는 그림자 놀이라든지, 영화를 보게 될 관객들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아주 기초적인 학문 사이를 오가면서 세계 애니메이션 시장에서는 점점 더 도태되어 온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이번에 개최된 ‘한국 애니메이션의 날’ 행사는 충분한 주의를 요한다. 터키 애니메이션은 단순히 상업성을 가진 만화가 아니라는 의미다. 터키인들의 오랜 역사와 함께 문화, 그리고 학문의 자리에서도 깊이 뿌리 내어 자란 문화 콘텐츠이기 때문에 사회 광범위한 분야 모두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터키 내 애니메이션학과가 개설된 대학교 리스트 – 출처 : Bursa Eskisehir Bilecik Kalkinma Ajansi>
상기한 바와 같이 이번 애니메이션 행사는 단순한 문화행사가 아닌 향후 터키 애니메이션 산업 전반에서 일어날 수 있는 파급 효과까지도 함께 준비해야 하는 행사가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터키의 독특한 환경을 고려한다면 최초의 애니메이션이 제작이 그러했듯, 이날의 행사를 통해서 대학가를 먼저 돌아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터키에 애니메이션 학과가 있는 대학교는 10개가 전부이다. 그것도 이스탄불에만 다섯 개 대학이 있고, 그 외는 다른 지방 도시에 한 곳씩밖에 없다. 인재 양성을 위한 투자가 시급하다. 그리고 수백 년이 지난 지금, 계속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그림자 놀이’를 보면서 시대에 뒤쳐진 것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세계로 기상하지 못한 터키 애니메이션의 날갯짓을 이들의 문화 역사, 지역과 함께 하면서 과감한 투자로 이어지게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터키 애니메이션 산업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파급 효과가 광범위할 수밖에 없다. 기대하기는 세계 애니메이션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을 통해서 터키 산업 전반에까지 큰 파급 효과를 낼 수 있기를 바란다.
※ 참고자료 《Animasyon Gazetesi》 (2014. 3. 25.) , http://www.animasyongastesi.com/tag/animasyon-tarihi/ https://namu.wiki/w/%ED%95%9C%EA%B5%AD%20%EC%95%A0%EB%8B%88%EB%A9%94%EC%9D%B4%EC%85%98/%EC%97%AD%EC%82%AC 《BAU Bahcesehir Universitesi》 (2019. 11. 20.) <'Kore Animasyon Gunler' Animasyon Turkunlarinigirladi>, https://bau.edu.tr/icerik/14942-kore-animasyon-gunleri-animasyon-tutkunlarini-agirladi 《연합뉴스》 (2019. 11. 14.) <주이스탄불 한국총영사관, '한국애니메이션의 날 개최'> https://www.yna.co.kr/view/AKR20191114002100108 《Aydinlik》 (2019. 11. 15.) https://www.aydinlik.com.tr/animasyon-tutkunlari-kore-animasyon-gunleri-basladi-kultur-sanat-kasim-2019
성명 : 임병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터키/이스탄불 통신원] 약력 : 전) 해외문화홍보원 대한민국 바로 알림단 현) 대한민국 정책방송원 KTV 글로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