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배수아 소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영문 번역본 출간

2020-02-07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영문으로 번역, 출판된 배수아의 소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 출처 : '가디언'지 웹사이트>

배수아의 소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가 ‘Untold Night and Day’라는 영문 제목을 달고 출판되어 런던 시내에 있는 대형 서점 등에서 판매 중이다. 문학 비평가 등의 호평을 받으며 판매되고 있는 이 소설은 포일스(Foyles) 서점의 진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을 뿐만 아니라 아마존, 가디언 북숍 등 온라인을 통해서도 구매 할 수 있다. 《가디언》지는 1월 27일 '나는 타이핑을 연습하다가 우연히 첫 번째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는 제목으로 클로에 애쉬비(Chloë Ashby) 씨가 일산에 있는 배수아 작가의 자택을 방문해 나눈 대담을 정리한 기고문을 실었다. 두 대담자는 그동안 한국적이지 않다(un-Korean)고 종종 비난을 받아왔던 한국 작가 배수아가 생각하는 집의 개념과 그녀의 책이 처음으로 영어로 번역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배수아의 입장은 한마디로 ‘나는 서울에 대해, 내 이름을 생각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생각한다. 이것을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내 것이 된 것’이었다. 기고가 애쉬비는 한국 작가 배수아의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를 읽는 행위는 초현실주의적 회화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쓰고 있다. 단단한 기초를 찾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시간은 빨리 지나가고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려진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정체성, 소통의 탐구, 우리 자신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어떤 세계들에 대한 탐구로, 입고 있는 셔츠를 축축 젖게 만드는 뜨거운 한 여름의 서울에서 하루의 낮과 밤을 지내는 동안 일어나는 삶의 단상들을 담고있다. 눈먼 이들을 위한 오디오 극장에서 마지막 차례가 다 끝나갈 무렵 28세의 아야미가 사라진 한 친구를 찾고 있는 전 직장 보스와 거리를 걷는 이야기가 그 예이다.

<런던 시내 서점 포일스의 진열대를 장식한 배수아 소설 – 출처 : 통신원 촬영>

다음날 아야미는 볼피라 불리는 독일인 탐정 소설가의 안내자로 일한다. 이 소설은 독자들을 신비스런 인물들과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로 가득찬 빌딩들과 꿈들이 빽빽한 서울이라는 도시의 숲으로 이끈다. “그렇게 빨리 말하지 마세요. 한꺼번에 그렇게 많은 것들을 이야기하지 마세요. 또 너무 많이 비꼬아서 말하지 마세요. 안 그러면 나는 한마디도 못 알아들어요”라고 독일인 볼피는 아야미에게 부탁한다. 볼피가 노력하는 대로 독자도 읽는 속도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는 2013년 한국에서 한국어로 출판된 책으로, 7년이 지난 후 이 소설은 영국에서 영문으로 출판된 배수아의 첫 작품이 됐다. 번역은 한강 작가의 맨 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작 『채식주의자』를 번역했던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가 맡았다.
《가디언》지는 '나는 작가가 되는 것을 꿈꾸면서 성장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밝힌 배수아 작가의 발언을 인용하고 있다. 그녀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우연히 '타이핑을 연습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첫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서울과 베를린을 오가며 창작하는 작가 배수아 – 출처 : 가디언>

55세인 배수아 작가는 1993년 이래 몇 편의 단편소설 집들과 12편 이상의 소설을 출판하였다. 독일어로 된 책들을 한국어로 번역하기도 하였다. 또 다른 행복한 우연은 베를린에서 11개월을 보낸 덕택에 이루어진 것이다. 그녀는 “독일어를 배우려는 의도는 없었는데, 당분간 떠나고 싶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자 너무 지루해져서 독일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또 “재미있는 책들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즐거웠고, 이는 또한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쓰인 책을 경험하는 것이기도 했다”, “처음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나는 준비가 잘 되어있지 않았고, 지금도 나는 내가 진짜로 좋은 문장들을 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배수아 작가는 스스로의 언어를 평가했다.
지난 10여 년 동안 그녀는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살고 있다. 한국에서는 번역가로서의 작업에 집중하고 있고, 독일에서는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를 썼다. 그녀는 당시 집이 그리웠고 뭔가 비슷한 것을 그리워하고 있었다고 한다. 향수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베를린에서 돌아온 이후 베를린을 오히려 더 고향 도시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는 반드시 따뜻하고 아늑한 곳으로서의 고향이 아니었다. 또 서울에 대해서는 본인의 이름을 생각하는 방식으로 생각하게 되었는데, '내가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나의 것'이라는 맥락에서이다.
문학 평론가 애쉬비씨는 '반복'을 배수아 작가의 스토리 텔링의 특징적인 징후라고 보고있다. 이는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에서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그녀는 이 책을 읽었을 때 실제로 반복되고 있는 어휘들을 전에 어디서 읽은 것 같은 강한 데자뷔의 느낌을 경험했다고 한다. 서양 사람들에게 이 소설은 ‘한국적인 것(Koreanness)’을 담고 있다. 서울은 높은 고속도로들, 좁은 골목길들과 뜨거운 햇볕 등과 함께 살아난다. 이 소설은 군사적인 상상력도 담고 있다. ‘청회색 구름(gunmetal clouds)’과 ‘그림자 군단(shadow soldiers)’ 등의 표현이 그 예인데, 이는 서구인들에게 한반도의 북쪽, 북한을 상기시킨다는 것이다.
이 소설의 인물인 볼프가 아야미와 함께 버커킹에 들르면서 뭔가 더 이국적인 것을 기대했다는 장면을 떠올리며 배 작가가 외국의 독자들이 그녀의 텍스트를 어떤 문화적 기대감을 갖고 읽기를 바랬느냐고 묻자 '이 소설을 쓸 때 그런 의도를 가질 수가 없었던 것이 이 소설이 다른 언어로 번역될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는데 의미심장하면서도 유쾌한 명답이란 생각이 든다.
배수아 작가의 집필 스타일은 '비한국적'이라는 비난을 많이 받아왔다고 한다.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는 2005년에 배 씨의 작품 『에세이스트의 책상(A Greater Music)』이 '한국어에 폭력을 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보고 배의 글쓰기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다고 한다. 배 씨 또한 번역가였다는 사실이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배 씨는 그가 긴 문장을 사용하고 또 반복하는 경향 때문에 비판을 받는 것이 아닌가 추측해 본다. 이 소설은 독일어를 번역한 것 같다는 불평을 종종 들었는데, 주인공이 베를린에 사는 작가로 어학코스를 마무리하려고 한 내용을 담고 있다.
스미스 씨는 역자의 말에서 “배수아는 비한국적(un-Korean)이지 않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비 민족(주의)적인 작가(non-national)”라고 언급했다. ‘본인이 번역문학가이기 때문에 비민족주의적인 작가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을 것’이라는 의미에서다. 배수아 작가는 이러한 종류의 비판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고 한다. 이는 그녀가 곱고 아름다운 한국어로 쓰는 작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처음으로 글쓰기를 시작했을 때 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고 지금조차도 진짜 좋은 문장들을 쓴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겸손한 태도를 취했는데, 최근에는 사람들이 비판을 덜 하는 편이라고 한다. 배수아 작가의 문학 세계가 어떤 방식으로 영국 등 서구의 독자들에게 수용될지 주목해볼 일이다. 이 소설은 출판사 조나단 케이프(Jonathan Cape)에서 출판되었고, 가디언 북숍(guardianbookshop.com)에서 11.43 파운드(한화 약 16,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 참고자료
《The Guardian》 (2020. 1. 27.) ,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20/jan/27/bae-suah-i-was-practising-my-typing-and-wrote-my-first-story-by-accident

통신원 정보

성명 : 이현선[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영국/런던 통신원]
약력 : 현)SOAS, University of London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