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사회적 담론을 형성하고 공동체를 연결하는 중요한 기반으로 기능한다. 특히 도서관은 책을 읽는 공간을 넘어 사회적 토론이 이루어지고 문학과 예술을 향유하며 타자를 이해하는 장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스웨덴에서도 한국 문학과 한국계 작가들이 존재감을 드러내며, 교류와 공감의 방식으로 한국과 스웨덴 문화 간 거리를 좁혀 나가고 있다. 이에 스웨덴 제2의 도시 예테보리의 대표 도서관인 예테보리 도서관(Göteborgs bibliotek)을 찾아 그 흔적을 따라가 보았다.
< (좌) 예테보리 도서관 내부, (우) 한국어-스웨덴어 언어 카페 안내 - 출처: 통신원 촬영 >
예테보리에서는 한국 문학과 문화에 대한 관심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어와 스웨덴어를 함께 연습할 수 있는 한국어-스웨덴어 언어 교환 카페가 정기적으로 운영되며 새로운 만남의 장이 되고 있다. 한국어에 관심 있는 스웨덴 사람들, 스웨덴어를 배우는 한국 사람들, 그리고 두 언어를 모두 사용하는 이들이 편하게 모여 대화를 나누고 교류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다. 16세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사전 등록 없이 방문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은 예테보리 세종학당과 협력해 진행되고 있어 지역 내 한국 문화 커뮤니티를 더욱 단단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작가 정보라와 함께 하는 프로그램 안내 - 출처: 통신원 촬영 >
예테보리 도서관의 문학 프로그램에서 반가운 한국 출신, 한국계 작가들을 찾아볼 수 있었다. 9월 26일에는 '국제 작가 무대(Internationell författarscen)' 시리즈의 일환으로 작가 정보라가 초청됐다. 행사는 오후 18시부터 19시까지 진행되며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예테보리 도서관은 정보라를 '지금의 새로운 한국 문학 흐름을 대표하는 주요 작가'로 평가했으며, 그의 대표작 『저주토끼』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번역가이자 문화 평론가인 스테판 잉바르손(Stefan Ingvarsson)이 대담자로 참여해 정보라 작가와 함께 그의 작품과 창작 세계, 그리고 한국 문학의 세계적 확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작가 Mara lee와 함께하는 프로그램 안내 - 출처: 통신원 촬영 >
10월 13일에 진행된 세미나 시리즈 'Begreppens aktualitet(개념의 현재성)-Moden(현대)'의 강연자로 초청된 마라 리(Mara Lee)는 스웨덴 문학계에서 독자적 위상을 가진 한국계 입양인이자 스웨덴 시인, 소설가, 학자로 시적·서사적·수필적 언어를 넘나드는 문체로 주목받아 왔으며 올해 시집 『Min tunga Moder(무거운 나의 어머니)』를 출판했다. 이번 세미나는 단순한 작가 강연이 아니라 작가와 함께 작품 속 오늘날 우리가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개념이 무엇이며 그것이 지금의 사회와 예술을 설명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하는지 탐색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해당 세미나는 'Modersfiguren(모성/어머니상)'을 주제로, 어머니라는 존재를 생물학적 기원에 한정하지 않고 언어와 욕망, 상상력의 원천으로 탐구했다. 관계와 동일시, 상실과 창작 사이에서 모성이 어떤 감정적·문학적 구조를 만들어내는지 논의가 이어졌으며, 이는 문학을 개인의 경험을 넘어 보편적 감정 구조와 사회적 질문의 장으로 확장시키는 접근으로 이어졌다.
< 노벨문학상 수상작/금지 도서로 소개된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 - 출처: 통신원 촬영 >
도서관 서가에서는 한국 대표 작가 한강의 작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노벨문학상 수상 도서 구역에서는 『작별하지 않는다』 스웨덴 번역본이 한강의 대표작으로 소개되었다. 또 ‘금지 도서 주간(Banned Books Week)’ 구역에도 한강의 『채식주의자』의 스웨덴 번역본이 진열되어 있었다. 예테보리 도서관은 해당 행사를 통해 도서 검열과 표현의 자유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활발하게 주도하고 있다. 금지 도서 주간은 자유로운 발언권을 지키고 모든 이가 책을 읽을 권리를 옹호한다는 취지에서 진행된다. 책은 생각과 가치를 전달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한 책이 금지되면 그 책이 담고 있는 사상과 관점 또한 검열된다. 도서관은 지식 전파의 최전선에 서 있지만 압력과 검열의 시도에서 항상 자유롭지 않다는 점도 이번 행사에서 강조되었다. 금지 도서 주간 기간 동안은 과거 혹은 현재에도 세계 어딘가에서 금지되었거나 검열 받은 문학 작품들을 조명하며, 독자들에게 표현의 자유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Tranan≫ (2025. 09. 26). Bora Chung på Göteborgs stadsbibliotek, https://buly.kr/FsJhed3 - ≪Words Without Borders≫, Mara Lee, https://wordswithoutborders.org/contributors/view/mara-lee/ - 페이스북 페이지(@Göteborgs Stadsbibliotek), https://buly.kr/5JOEnnN
성명 : 오수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웨덴/스톡홀름 통신원] 약력 : 현) 프리랜서 번역가, 통역사, 공공기관 조사연구원 전) 재스웨덴한국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