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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내린 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홍상수 감독상 수상

2020-03-06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지난 3월 1일 막을 내린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홍상수 감독의 <도망친 여자>가 감독상을 수상했다. <기생충>의 칸 영화제 및 오스카 수상 소식에 이어 한국 영화계에의 저력이 다시 한번 드러나는 순간이다. 홍상수 감독이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된 것은 총 4번, 2017년에는 <밤의 해변에서 혼자>로 배우 김민희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바 있다. 베를린국제영화제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끊임없는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 출처 : 통신원 촬영>

<도망친 여자> 은곰 감독상 수상, 현지 호평도 이어져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작으로 처음 공개된 '도망친 여자'는 현지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이미 수상이 예상되던 상황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대규모 대중 행사에 대한 불안함이 높은 분위기 속에서도 <도망친 여자> 상영관은 관객들로 가득 찼다. 조용한 대화 속에서 오가는 온갖 감정과 에너지에 관객들은 웃음과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독일 공영 라디오 채널인 《도이칠란드 라디오》의 영화 평론가 안케 레베케는 <도망친 여자> 상영 이후 '아주 세련된 감각으로 만들어졌으며 시와 비슷한 영화다. 감독은 아이러니를 통해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불쾌한 감정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베를린 공영라디오 《rbb》의 영화 평론가인 파비안 발마이어(Fabian Wallmeier)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발마이어는 “영화제가 사랑하는 감독인 홍상수는 현대의 그 어떤 감독들보다 반복과 변주를 통해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는 영화 절반이 지나면 갑자기 다시 시작되는데, 오직 뉘앙스에서의 미묘한 차이만 느껴진다. 도망친 여자 또한 그의 이러한 특징을 사용하는데, 이전 영화들보다 덜 급진적으로 장난스럽게 표현한다”면서 분석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소위 ‘고양이씬’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이 영화에서 남성들은 주변부에 있다. 대부분 여성들에게 짜증나게 이야기하며, 예술을 하는 남자는 말이 너무 많다. 세 부분으로 나눠진 영화에서 남성들은 모두 뒷모습만 보인다. 남자의 희망이 아니라 여성의 반응과 이야기가 결정적이다. 첫 번째 부분에 나타난 남성과의 장면은 영화제 지금까지 장면 중 가장 웃긴 장면이었다. 언론 시사회에서도 박수가 쏟아졌다.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이웃 남성의 말에 대해 영지가 얼마나 냉정히, 친절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표현으로 남성의 비굴한 시도를 좌절시키는지 보여준다. 이 장면은 수동적인 공격성과 소통의 의지가 없는 비합리적인 태도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여주는 교훈의 한 장면. 수 분간의 이야기 끝에 감희와 영수가 힘을 더하고, 장면은 승리를 거둔 고양이에게 클로즈업되며 완벽하게 끝난다.

이어 “이 씬 뒤에는 홍상수의 영화에 항상 결정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있다. 겉으로는 밝게 말하지만, 그 뒤에는 말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다. 그리고 이것은 행간에서 비친다. (중략) 수동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상대방에게 비수를 던진다. 어떻게 모욕당했는지도 알 수 없다”면서 영화에 나오는 장면과 대사의 이면을 분석했다.

<홍상수 감독의 '도망친 여자'를 극찬하는 기사. 제목은 '깃털처럼 가볍고 이중적인 걸작'이다. - 출처 : rbb.de>

발마이어의 극찬은 계속 이어진다. 그는 “<도망친 여자>는 지금까지의 경쟁작 중 최고의 영화”라면서 “매우 지적이고, 깃털처럼 가벼우면서, 이중적이고, 매우 재미있는 걸작이다. 홍 감독은 작품 이후 휴식기 동안 새로운 것을 찾지는 않겠지만, 그가 이전 업적의 높은 수준에 매인다면 누구도 그것에 대해 트집 잡을 수 없다”고 평했다. 또한 주인공 감희 역을 연기한 김민희에 대해서도 “친절한 눈빛 아래 약간은 비꼬면서 움찔거리는 입으로 감희역을 훌륭하게 연기한다”면서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평론가들의 호평이 이어졌고,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그렇게 감독상의 영광을 안았다.
	
<사냥의 시간>과 한국영화의 밤

<주독한국문화원에서 열린 한국영화의 밤 – 출처 : 통신원 촬영>

충무로의 핫한 배우들이 모두 참여한 <사냥의 시간>도 현지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지난 2월 22일 오후 6시 프리드리히슈타트 팔라스트(Friedrichstadt-Palast) 극장에서 열린 프리미어 현장에는 윤성현 감독과 이제훈, 안재홍, 박정민, 박해수 배우가 참여했다. 1,600여 석이 모두 매진되었으며, 영화는 뜨거운 스릴러물로 거대한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비주얼과 음향이 압도적이었다. 다만 전형적인 남성 중심 영화로 폭력과 욕설이 난무해 불편한 부분도 많았다. 베를리날레 기간에 매년 열리는 한국영화의 밤 행사도 <사냥의 시간> 특집으로 진행됐다. 2월 23일 주독한국문화원에서 영화진흥위원회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는 <사냥의 시간> 감독과 배우, 각국 영화제 관련자들이 모두 모여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영화와 관련한 대화나 질의응답 같은 프로그램 없이 인사만 하고 끝나 아쉬움이 남았지만, 한국영화에 대한 현지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기존에 준비되었던 뷔페 음식 이외에도 <기생충>의 아카데미 수상 이후 화제가 된 짜파구리, <올드보이>의 만두, <택시운전사>의 주먹밥, <극한직업>의 닭강정 요리가 특별히 제공됐다. 영화와 음식을 결합한 재미있는 기획에 참가자들의 호응도 높았다.
	
※ 참고자료
https://www.rbb24.de/kultur/berlinale/wettbewerbsfilme/2020/70-wettbewerb-domangchin-yeoja-the-woman-who-ran-kritik-berlin.html
https://www.deutschlandfunkkultur.de/berlinale-wettbewerb-the-woman-who-ran-heiter-ironisches.2165.de.html?dram:article_id=471121

	

통신원 정보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약력 :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