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Daunt의 소설 'Winter in Sokcho' - 출처 : Daunt>
봉준호 감독이 이카데미 4관왕을 수상함으로써 들떠있던 기분은 영국 언론을 볼 때마다 온갖 즐겁고 긍정적인 한국 관련 뉴스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통신원 또한 영국의 주요 텔레비젼 방송사인 《Channel 5》 2월 10일 자 6시 뉴스에서 생방송 인터뷰를 했던 만큼 흥분되고 신나는 상태로 2월을 보냈었다. 이후 《TNT》, 《Economist》 등 저명한 언론사들로부터 인터뷰 요청을 받아 한국 소프트 파워를 실감하던 차였다. 그런데 이제 3월 들어 영국의 언론에서는 한국 관련 긍정적인 뉴스들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대한민국 영화계에 경의를 표하던 호평들은 모두 사라지고 현재 영국의 언론들은 대구에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전쟁 중인 방역 복장으로 무장을 한 중인 공무원들과 의료진, 여행 금지 구역으로 지정된 대구와 청도의 텅 빈 거리들, 인터뷰하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과 청와대를 비난한 김여정 등의 사진들로 도배를 한 상태다. 이런 와중에 《가디언》를 보다가 아름답게 눈이 덮인 산을 담은 사진과 함께 속초, ‘Winter in Sokcho’라는 문구가 눈에 띄어 자세히 보니 한국 이름은 아닌 프랑스 이름을 가진 여성 작가의 첫 소설이 영국에서 영문으로 번역되어 지난 2월에 출간되었다는 소식이다. 간략한 서평만 보고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을 갖게하는 이 소설은 주옥같은 언어 때문에 칭찬을 많이 받고 있다. 2016년에 『Hiver à Sokcho』라는 제목으로 프랑스에서 출판되어 Robert Walser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한국계 프랑스 여성 작가 Elisa Shua Dusapin의 첫 번째 소설은 『Winter in Sokcho』(속초에서의 겨울)라는 제목으로 발간됐다. Aneesa Abbas Higgins가 영문으로 번역한 책의 표지에는 한글로 '소설'이라 장르를 표기했다. 영국 출판사 Daunt는 당사 웹사이트를 통해 “프랑스가 배출해 낸 저명한 여류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Marguerite Duras)의 『Convenience Store Woman』(편의점의 여자) 이후 처음으로 한·불 작가에 의해 예상치 못한 아름다운 소설이 나왔다”고 홍보하고 있다. '한 편의 명작'(Huffington Post), '부드럽고 시적인 첫 소설'(Le Monde)이란 평 외에 프랑스판 《Elle》의 '뒤라스 이후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를 지닌 매력적인 작품', 『Sympathy』의 저자 Olivia Sudjic가 쓴 '분위기 있고, 고급스럽게 쓰였으며 고도로 감동적인 책'이란 평가는 광고 문구로 게재됐다. 이 소설의 작가가 한국계이고 무대가 속초라는 점만으로 충분히 관심이 가는데, 뒤라스 류의 분위기가 이 소설을 지배한다니 극적인 서사보다는 프랑스 문학, 예술 작품들을 통해 특히 자주 볼 수 있는 섬세한 감각적 분위기와 언어, 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읽어보고 싶은 욕구가 생길 듯하다. 『속초에서의 겨울』에서는 '우울한 분위기'가 눈에 띈다는 내용으로 지난 2월 28일 금요일 《가디언》지는 『Winter in Sokcho』 서평을 게재했다. Elisa Shua Dusapin의 이 첫 번째 소설에서는 어떤 신비스런 프랑스 손님이 한국에 있는 속초의 구석진 곳에 있는 호텔에 도착하면서 긴장이 형성된다.
<프랑스적 분위기가 넘치는 소설 내용이 펼쳐지는 속초의 겨울 - 출처 : '가디언' 웹사이트>
‘겨울이 눈으로 만들어진 지구, ’눈 지구‘처럼 속초를 감쌌다’는 소설 속의 무대는 아름다운 언어적 묘사로 한 번도 가보지는 않은 속초라는 도시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듯하다. 속초 근처에 있는 산들의 이미지를 담은 위의 사진은 방역 요원들이 넘치는 좀비 영화를 연상시키는 근래 언론들이 담는 한국의 이미지와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가디언》지는 성수기가 지난 대한민국의 속초에 있는 어떤 리조트, 한 신비스런 외국인 방문객과 이중 국적과 의기소침해 있는 모습이 동네 사람들 사이에서 비정상적이라고 여겨질 만큼 눈에 띄는 한 젊은 여성이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라고 소개한다. 한불작가 Elisa Shua Dusapin의 간결한 첫 번째 소설의 무대는 속초로 국경을 넘어 당일치기 여행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북한과 가까운 도시라는 것이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서술자 여성은 서울에 있는 대학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성미가 까다로운 박 노인이 운영하는 막다른 골목에 있는 호텔에서 거주하며 리셉셔니스트이자 요리사로 일하는 그녀는 머리 속이 텅 빈 모델 남자 친구와 예정된 약혼식을 거부한 것처럼 그렇게 완강하게 외국에서 더 공부할 수 있는 기회도 거부한 채 속초에 와있다. 아래의 문장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전반적 문체를 보여준다. 겨울은 속초를 눈으로 된 지구처럼 감싸 안았다. 이 불안한 얼음 같은 풍경 속에서 인물들은 꽃게들과 오징어들이 거대한 생선 시장의 어항 속을 점령한 것처럼 그렇게 흐물흐물 움직인다. Kerrand이라 불리는 만화책 작가인 프랑스에서 온 손님의 예기치 못한 도착은 젊은 여성을 흥분하게 만들고 프랑스 남자는 그녀에게 간헐적이긴 하지만 강렬한 관심을 갖게 된다. Kerrand은 그녀가 모르는 프랑스인 아버지일 수 만큼 충분히 나이가 들었다. 서구적인 얼굴. 어두운 눈동자들. 한쪽으로 빚어진 머리. 그가 서술자에게 '신빙성 있는' 한국을 찾는 그를 도와달라고 초대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녀가 안내하는 속초지방 음식들에 반감을 갖게 된다. 그는 서구식 포장 음식들을 선호하고 '매운' 음식을 싫어한다. 그녀는 프랑스어를 배웠다. 그는 모파상과 모네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의 고향인 노르망디의 '회색과 안개 낀' 빛에 대해 이야기 한다. 서술자에게 속초와의 대비가 뚜렷해진다. '당신은 여기서 태어나서 겨울철을 지내봐야 했어요. 냄새와 오징어. 고립감.' 이러한 짧은 대화적 요소들은 책의 도처에서 볼 수 있는 본능적인 것과 대비를 이룬다: 서술자의 어머니는 잘못 먹으면 치명적일 수도 있는 복어 요리 전문가로 수산 시장에서 판매대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는 뼈와 피가 늘 발 밑에서 넘쳐난다. 분단된 나라의 고통스런 집단적 기억들처럼. 《가디언》지는 이 소설이 위기에 처한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며 이를 분단된 나라의 정체성 문제와 결부시키고 있다. 짧은 서평만으로는 상상이 잘 안가지만 서술 구조는 간단하고 섬세한 분위기 묘사만큼은 아주 좋은 작품인 것 같이 여겨진다. Dusapin의 간결한 문장들은 가끔 엄청나게 아름답다는 평과 그녀의 문장들의 직접성은 날카롭고 정확한 Aneesa Abbas Higgins의 번역으로 빛난다니 말이다. 《가디언》의 한줄평처럼, '결코 사라지거나 해결되지 않는 우울한 긴장으로 범벅진 『Winter in Sokcho』는 식은땀을 흐르게 하는 책'은 온/오프라인을 통해 9.99 파운드(한화 약 1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성명 : 이현선[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영국/런던 통신원] 약력 : 현)SOAS, University of London 재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