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신과함께>가 중국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신과함께>는 국내에서 시리즈물 최초로 연속 천만관객의 기록을 세운 흥행작이다. 2017년 개봉된 <신과함께-죄와 벌>이 1천4백만 관객을 돌파한 데 이어, 다음 해 개봉한 <신과함께-인과 연>이 1천2백만 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각지에서 두 편 모두 정식 개봉되어 높은 흥행기록을 세운 바 있다. 범아시아적 흥행작 <신과함께>는 당시 중국에서도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개되었다.
<영화 ‘신과함께’는 원작 웹툰과 함께 2017년 한국 정식개봉 전부터 중국 매체 및 SNS를 통해 회자되었다 – 출처: ‘Mtime’ 웹사이트>
당시 화제에 힘입어 <신과함께>의 중국 개봉 여부는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한령의 여파로 현재까지 정식 개봉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번 <신과함께>의 중국 리메이크 소식은 더욱 반갑다. 리메이크를 진행하고 있는 중국 QC미디어(众合千澄影业)에 따르면,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 두 편의 각색권과 영상물 제작권을 구매해 현재 프리프로덕션 및 각본 각색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발표했다. QC미디어 측은 <신과함께>의 한국 제작사 덱스터와 3년간의 긴 소통 과정을 거쳐, 마침내 올 2월 리메이크 합작 계약을 성사했다고 밝혔다. 또 QC미디어는 파트너사인 덱스터가 '아시아 최대 수준의 특수효과 기업'인 점을 강조했다. QC미디어는 2016년에 설립된 중국 신생기업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영화 제작 및 배급업을 겸하고 있다. 최근 제작한 작품으로는 아동용 애니메이션이 눈에 띈다. <신과함께> 애니메이션 제작 소식은 현재 중국 대표적 영화 매체 시나전영(新浪电影)과 Mtime등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신과함께’ 중국판 애니메이션 제작 소식을 알린 중국 ‘시나전영’의 웨이보>
한국에서 <신과함께>는 이미 트랜스미디어 콘텐츠의 대표적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천만 영화로의 재탄생에 앞서, <신과함께>는 주호민 작가의 원작 웹툰으로 폭넓은 팬 층이 형성되어 있었다. 웹툰 <신과함께>는 2015년 한국 뮤지컬로 창작되어 현재까지 성공적인 공연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 뮤지컬 역시 영화처럼 두 편의 시리즈물 ‘이승편’, ‘저승편’으로 나뉘어 제작되었다. 인기 웹툰 원작이 국내 뮤지컬과 영화로 리메이크된 데 이어, 중국 애니메이션으로 재창작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영화 <신과함께>는 웹툰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단 원작이 가진 세계관을 공유하며 원작 스토리텔링의 확장성을 보여줬다. 미디어전환과 국경을 넘어 중국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할 <신과함께>는 원작의 세계관과 영화의 연출력을 어떻게 재해석할지 더욱 주목된다.
<영화 ‘신과함께’의 리메이크를 진행 중인 'QC미디어'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
또한,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이 최근 몇 년 새 급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과함께>의 애니메이션 리메이크 전략은 시기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작년 중국 애니메이션 작품들이 박스오피스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 자국 애니메이션 시장발전 가능성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대표적 작품으로는 <나타지마동강세(哪吒之魔童降世)>, <웅출몰·원시시대(熊出没·原始时代)>, <백사: 연기(白蛇:缘起)>, <나소흑전기(罗小黑战记)> 등이 있다. 이중 <나타지마동강세>는 50억 위안(한화 약 8천600억 원)의 수익을 기록하며 2019년 중국 박스오피스 흥행 1위 자리에 올랐다. 이는 현재까지 역대 중국 박스오피스 흥행 순위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또 <웅출몰>의 경우 시리즈물로 제작되어 매년 ‘춘절 특수’를 겨냥한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 지속적인 수익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2019년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의 성장 기세를 입증한 ‘나타지마동강세’>
한국영화 <신과함께>가 국내에서 세대를 불문한 가족 단위 관객에게 인기를 끌며 연속 천만관객의 기록을 돌파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후 애니메이션 <신과함께>도 중국 춘절을 노린 가족영화로 타켓팅을 시도해볼 만하다. 또한, <신과함께>가 가지고 있는 탄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중 양국에서 유통될 수 있는 시리즈 애니메이션 제작도 가능할 것이다. 많은 잠재력을 가진 <신과함께>가 성장세를 달리고 있는 중국 애니메이션 시장을 발판삼아 이후 성공적인 글로벌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성명 : 박경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북경)/북경 통신원] 약력 : 현) 중국전매대학교 영화학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