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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독자를 사로잡은 『82년생 김지영』

2020-06-16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영향으로 일상생활에 제약이 지속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3월 중순부터 이동제한령(MCO)을 시행하면서 단계적으로 외식, 기도, 주(state)간 이동 등을 완화했지만, 8월 31일까지 문화공연과 전시, 행사는 무기한 연기됐다.

두 달 가까운 이동제한령(MCO)으로 많은 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편, 말레이시아 대형서점은 오프라인 매장을 폐업하고 온라인 사업을 확장하면서 독자를 끌어 모으고 있다. 코로나19로 많은 국가에서 서점이 연이어 폐업을 결정하는 것과 달리, 말레이시아에서는 온라인 서점이 확대되고, 대형 해외 서점들이 들어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일본 대형서점인 키노쿠니야(Kinokuniya)가 쿠알라룸푸르에 지점을 확대한 것에 이어 대만의 대형서점인 에슬라이트(Eslite)는 동남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쿠알라룸푸르에 문을 열 예정이다. 또한 말레이시아 대표 온라인 서점인 MPH도 온라인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라이프스타일 웹사이트 클리오스(Clios)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말레이시아인의 연간 독서율(1년간 도서를 한 권 이상 읽은 사람의 비율)이 76%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높기 때문에 코로나19에도 독서량이 여전히 높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서적 판매가 증가하는 가운데, 말레이시아 대표 온라인 서점인 MPH는 5월 둘째 주부터 넷째 주까지 베스트셀러를 공개했다. MPH의 지난 3주간 베스트셀러(소설 부문)에서는 『82년생 김지영』이 상위권을 지키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류 관련 서적을 제외하고는 한국 서적을 찾기 어려웠던 말레이시아에서 『82년생 김지영』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 MPH의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2020.5.8 ~ 2020.5.28 기준)
MPH의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 순위, 5.8~5.14, 5.15~5.21, 5.22~5.28

순위 5월 8일~5월 14일 5월 15일~5월 21일 5월 22일~5월 28일
1 The Silent Patient
(Alex Michaeliders)
Dear God(Norhafash Hamid) The Garden of Evening Mists
(Tan Twan Eng)
2 Dear God
(Norhafash Hamid)
Chain of Gold
(Cassandra Clare)
Dear God
(Norhafash Hamid)
3 Nothing Ventured
(Jeffrey Archer)
Kim Jiyoung, Born 1982
(Cho Nam-Joo)
Eleanor Oliphant is Completely Fine
(Gail Honeyman)
4 The Garden of Evening Mists
(Tan Twan Eng)
Still Me
(Jojo Moyes)
Roar
(Cecelia Ahern)
5 Kim Jiyoung, Born 1982
(Cho Nam-Joo)
The Silet Patient
(Alex Michaeliders)
Nothing Ventured
(Jeffrey Archer)
6 Eleanor Oliphant is Completely Fine
(Gail Honeyman)
Five Feet Apart
(Rachael Lippincott)
The Weight of Our Sky
(Hanna Alkaf)
7 The Weight of Our Sky
(Hanna Alkaf)
Crescent City: House of Earth and Blood
(Sarah J. Mass)
Yes No Maybe So
(Becky Albertalli and Aisha Saeed)
8 Crescent City: House of Earth and Blood
(Sarah J. Mass)
Nothing Ventured
(Jeffrey Archer)
Kim Jiyoung, Born 1982
(Cho Nam-Joo)
9 Roar
(Cecelia Ahern)
Eleanor Oliphant is Completely Fine
(Gail Honeyman)
Crescent City: House of Earth and Blood
(Sarah J. Mass)
10 Five Feet Apart
(Rachael Lippincott)
Roar
(Cecelia Ahern)
Chain of Gold
(Cassandra Clare)
※ 출처 : MPH 공식 페이스북(@mphclick)	
	
지난 2월 발행된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5월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동명의 영화가 입소문을 탔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지난해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해외 37개국에 선판매됐으며, 말레이시아에서 크게 흥행한 영화 <부산행>의 주연 배우인 공유가 출연했다는 이유로 큰 관심을 받았다. 여기에 레드벨벳의 아이린, 방탄소년단의 RM 등 아이돌 가수가 『82년생 김지영』을 언급했다는 사실이 기사로 보도되면서, 말레이시아 한류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한류 스타가 주연을 맡고, 추천했다는 이유만으로 말레이시아 내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아닐 것이다. 책에 대한 연예인의 언급이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는 말레이시아 독자들이 일정 부분 책에 공감하면서 판매량 순위에서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 서점 베스트셀러『82년생 김지영』>

현지 언론에는 말레이시아의 여성, 가족에 대한 사회·문화적 현상을 설명하면서 『82년생 김지영』을 종종 언급해왔다. 《말레이메일》은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을 사례로 들어 남성의 육아휴직이 처한 현실을 설명했다. 《말레이메일》은 “<82년생 김지영>은 남성이 육아휴직을 신청할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준다. (중략) 지영의 남편이 육아휴직을 선택하고, 지영이 직장에 다니려고 했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시어머니는 어떻게 남편한테 그럴 수 있느냐며 지영을 나쁜 사람으로 몰고 간다. 이 장면은 남성이 육아휴직을 신청할 때 벌어지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족의 역할과 책임감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남성의 육아휴직에 대해 논의된 적은 거의 없다. 남성들 또한 가족과 일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지영의 남편 대현이 겪는 것처럼 현실은 녹록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말레이시아 타틀러》는 『82년생 김지영』의 저자 조남주 작가를 아시아에서 정의를 위해 싸운 16명의 여성 중 한 명으로 소개하면서, 한국의 성 불평등과 성차별주의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녀의 소설은 한 여성이 살면서 겪은 성추행과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소녀시대의 수영, 레드벨벳의 아이린, 방탄소년단의 RM 등 케이팝스타의 찬사를 받았다. 소설은 영화로 재탄생했으며, 중국과 대만, 일본 등 20여 개국에서도 번역 출간됐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말레이시아 독자를 사로잡은 비결은 소설에 등장하는 성차별과 육아 등의 문제가 말레이시아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지난 4월에는 말레이시아 여성가족개발부가 여성들에게 집에서 화장을 하고 옷을 갖춰 입으라는 등의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권고 사항’을 내놓으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여성과 가족 정책을 담당하는 여성가족개발부에서 문제의식 없이 성차별적인 권고사항을 발표하자 말레이시아인들은 성차별이라는 문제의식에 깊게 통감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말레이시아 독자들은 온라인 후기에 “이야기의 배경은 서울이지만 그녀의 경험은 전 세계적이다”, “김지영의 이야기는 조용하지만 강력하다” 등 의견을 공유하면서 소설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 혜민 스님의『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 이민진 작가의『파친코』>

<케이팝 관련 서적>

말레이시아의 대형서점에서 볼 수 있는 한국 출판물은 K팝이나 드라마와 관련된 콘텐츠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최근 말레이시아 서점에서는 한국 문학과 수필이 소개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서점 체인인 MPH는 최근 공식 페이스북에 혜민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소개하면서, “누가 불행한 사람인가? 다른 사람의 단점만 보는 사람이 그러하다. 사랑이 부족한 요즘, 조금의 친절함과 연민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는 글을 공유한 바 있다. 한류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한국 문화는 드라마와 음악 그리고 영화를 시작으로 현재 다양한 국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그동안 저평가되던 국내 출판물 역시 해외 진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국가를 초월하여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때문이며, 동시에 앞서 진출한 한국 관련 문화 상품들로 인해 친숙한 세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한국 출판업계의 해외 진출이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되며, 이에 대한 준비를 위해 현지 출판시장에 대한 다양한 정보 확보에도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

※ 참고자료
《Malay mail》 (2019.11.27) — Tan Theng Theng>, https://www.malaymail.com/news/what-you-think/2019/11/27/paternity-leave-gender-stigma-about-men-who-care-and-why-we-should-tan-then/1813639
《Malaysia tatler》 (2020.06.04) , https://my.asiatatler.com/society/powerful-women-fighting-for-fairness-in-asia

통신원 정보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