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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핑크’ 중국 펩시콜라 광고 출연에 네티즌들이 보인 환호와 반감

2020-10-05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블랙핑크가 최근 중국 펩시콜라 광고에 등장해 화제다. 앞서 블랙핑크 멤버 리사는 단독으로 다수의 중국 광고에 출연하며 올해 중국 CF계의 여신이 되었다. 이번 펩시콜라 광고에서는 ‘완전체 블랙핑크’를 볼 수 있게 되자 중국 팬들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었다. 펩시는 각종 SNS와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광고는 물론 길거리, 지하철역, 백화점, 팝업스토어 등 오프라인에서 활발한 ‘블랙핑크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동영상 광고 장면 일부 캡처. 동영상 광고에서 모든 멤버는 영어로 대사를 소화하고 있다 – 출처: ‘중국펩시’ 시나웨이보 공식계정(@中国百事)>

중국 도시 별 광고 목격 후기 SNS에서 릴레이로 이어져 
블랙핑크의 중국 활동을 기다렸던 팬들은 ‘블랙핑크 펩시콜라 광고 목격 후기’를 각종 SNS에 올리며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의 대표적 쇼트클립 플랫폼 ‘더우인(抖音)’에서 이어지고 있는 팬들의 반응이 흥미롭다. 한 네티즌이 건물 벽면을 꽉 채운 블랙핑크 포스터와 함께 “방금 탄산을 끊기로 다짐했는데 실패를 선언해야겠다”며 영상을 올리자 수많은 공감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미안하지만 코카콜라, 스프라이트를 끊고 이제 펩시콜라만 먹어야겠다”는 댓글을 남겼다.

<건물 벽면을 장식한 블랙핑크 포스터가 한 네티즌에 의해 SNS에 게시되었다 – 출처: 더우인(@Lalisa事迁)>

중국 전국 각지에 거주하는 블랙핑크 팬들의 광고 목격 후기는 일종의 ‘도시부심’ 대결로 이어지고 있다. 먼저 청두(成都) 거주 팬들이 백화점에서 대규모로 진행된 펩시콜라 팝업스토어 행사 영상을 게시해 다른 지역 팬들의 부러움을 샀다. 블랙핑크의 모습이 담긴 광고 포스터와 영상이 팝업스토어가 열린 백화점 내외부에 대규모로 설치되었다. 또 콜라 캔에 원하는 블랙핑크 멤버 이름을 새겨주는 커스터마이징 이벤트 부스에는 팬들의 긴 줄이 이어졌다. 이후 타오바오와 같은 중국 온라인 쇼핑몰에 아예 블랙핑크 멤버 이름을 각인한 펩시콜라를 주문할 수 있는 온라인 상점이 등장하기도 했다.

<중국 청두의 한 백화점에서 대규모로 열린 펩시콜라 팝업스토어 – 출처: 더우인(@ROSÉ古可可, @十七)>

<블랙핑크 이름이 새겨진 펩시콜라를 주문할 수 있는 타오바오의 온라인 상점. 상품 옵션에 따라 15위안에서 110위안(한화 약 2,600원에서 19,0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 출처: 타오바오>

광저우(广州)의 한 팬은 지하철역 내부 긴 통로 벽면을 꽉 채운 블랙핑크의 펩시콜라 광고 이미지를 촬영해 “여기가 천국이다”라는 멘트를 남겼다. 이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광저우에 돌아가서 그 천국을 나도 봐야겠다”, “왜 우리 도시에는 없나”, “내가 사는 도시는 버려야겠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선전(深圳) 거주 팬은 선전 지하철 통로에서도 블랙핑크 펩시콜라 광고를 볼 수 있다며 영상을 찍어 유쾌한 맞대응을 했다.

<중국 광저우 지하철역을 뒤덮은 블랙핑크 펩시콜라 광고 – 출처: 더우인(@知道sona嘛, cathy_lin.)>

블랙핑크의 펩시콜라 광고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팬들의 환호 이면에, 이번 블랙핑크 펩시콜라 광고는 일부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았다. 중국펩시는 시나웨이보 공식계정을 통해 본 광고 유포 직전, 티저광고처럼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이미지 하나를 게시했다. 검은 바탕에 핑크색으로 “BLACK”이라고 쓰인 이미지와 함께 “그녀들은 누구? 얼마든지 과감하게 상상하라, 그녀들은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더 과감할 것이다”라는 문구를 남겼다. 그런데 이 게시물을 본 네티즌들은 즉각 댓글로 반감을 표했다. 한 네티즌이 “만약 정말 한국인이 광고모델을 한다면 이후 나는 정말 펩시콜라를 먹지 않겠다, 할 말이 없다”라고 댓글을 남기자 이에 동의하는 댓글이 연이어 달렸다. “맞아, 나도 그럴 거야. 차라리 한국펩시로 이름을 바꾸지 그래. 앞으로 스프라이트나 마셔야겠다”, “왜 한국인 모델을 발탁한 거야?” 등의 거센 반응을 보였다. 반감을 표하는 네티즌들의 공통된 요지는 ‘왜 중국 지역을 대표하는 펩시콜라 광고모델로 한국 가수를 내세우느냐’는 것이었다. 중국펩시는 예기치 못한 네티즌들의 반발에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다. 모든 홍보자료와 SNS 해시태그에 ‘펩시콜라 아시아 태평양 광고모델 블랙핑크(百事可乐亚太跨区域代言人BLACKPINK)’라는 문구를 추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 블랙핑크 팬들 역시 각종 블로그 및 SNS를 통해 중국펩시 입장을 대변하듯 블랙핑크는 ‘중국’을 대표하는 펩시콜라 모델이 아니라 ‘아시아 태평양 전체 지역’을 대표하는 것이니 오해할 필요가 없다는 글을 적극적으로 게시했다.

<중국펩시가 SNS 공식계정에 올린 티저 포스팅과 중국펩시 모델로 한국 가수가 발탁된 데에 반감을 표한 네티즌 댓글. 이후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광고 포스터 우측 중간에 ‘펩시콜라 아시아 태평양 광고모델 블랙핑크’의 문구를 삽입 – 출처: ‘중국펩시’ 시나웨이보 공식 계정(@中国百事)>

이렇게 논란은 일단락되었지만, 이번 사례는 여러모로 많은 질문을 하게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블랙핑크 멤버 리사는 올해 연달아 중국 광고에 출연한 바 있다. 브롤스타즈 게임 광고나 P&G 섬유유연제와 같은 해외 브랜드는 물론, 중국을 대표하는 스마트폰 브랜드 비보(VIVO)와 유제품 브랜드 진과립(真果粒)의 모델로 활동했다. 그러나 이번 펩시콜라 논란처럼 외국인이 중국 지역이나 자국 브랜드 이미지를 대표한다고 해서 반감을 표한 대중의 반응은 찾아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한국 국적 멤버 모두가 출연한 광고와 태국 국적 멤버가 단독으로 출연한 광고를 대하는 중국 네티즌의 관점에는 과연 어떤 차이가 있는 걸까? 최근 중국 정부는 자국 내 한국 관광 및 엔터 콘텐츠의 유통을 전처럼 엄격하게 규제하기보다 점차 허용하는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업계 종사자들이 한한령 이전처럼 한국 다방면의 문화산업 콘텐츠를 반겨준다 해도 결국 대중이 반감을 표한다면 한국 아티스트와 콘텐츠는 설 자리를 찾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애초에 비공식적으로 시행된 한한령의 '공식적인 해제 시기'에만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큰 의미가 없어 보인다. 지금 감지되고 있는 해빙모드를 바탕으로 앞으로 어떻게 한중 양국 대중에게 호의를 얻을 수 있는 콘텐츠 교류 문화를 만들어 나갈지 그 구체적인 방안을 고민할 시점이 온 것 같다.

통신원 정보

성명 : 박경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북경)/북경 통신원]
약력 : 현) 중국전매대학교 영화학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