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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도 소장하고 있다는 달항아리 그림 LA에서 전시 중

2020-10-29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코로나 팬데믹 이후 콘서트, 공연, 전람회 등 여러 사람들이 함께 하는 소셜 이벤트가 사라지며 본격적 비대면 시대가 도래했다. 캘리포니아 보건 당국에서는 2차 확산이 시작됐다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속해달라고 주민들에게 당부하고 있지만 방송, 소셜미디어를 통해본 여론은 마냥 이렇게만은 살 수 없다는 분위기이다. 이런 가운데 사이버 공간이 아닌, 현실 공간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LA 한인타운에서 멀지 않은 헬렌 제이 갤러리(Helen J Gallery, 929 Cole Avenue Los Angeles, CA 90038)에서 지난 10월 2일부터 열리고 있는 한국의 중견작가 최영욱의 <카르마> 개인전이 그것이다. <카르마> 전시는 오는 11월 27일까지 일요일부터 화요일까지는 휴관하고 수요일부터 토요일 사이에 계속 된다.
올해 7월, 한인타운에서 가까운 할리웃 지역에 문을 연 헬렌 제이 갤러리는 절제되면서도 모던하고 시크한 분위기의 외관, 인테리어, 조명이 관람객으로 하여금 작품에 최대한 몰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낸다. 전시공간은 4500평방피트로 개인 갤러리치고 보기 드물게 넓다. 헬렌 제이 갤러리의 헬렌 박 관장은 미국 동부와 서부를 오가며 현대미술 컬렉터로 활발한 활동을 해온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한인 중견작가와 현대미술 작가의 작품을 LA 미술계와 커뮤니티에 소개하고 또한 장래성 있는 신진작가들을 발굴, 육성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전시와 병행하여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관람객들은 갤러리에 들어서면 우선 발열 체크를 받고 법적 책임 포기 서류에 서명한 후 충분히 거리를 두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그동안 전람회, 음악회 등 사람 북적거리는 문화행사가 너무 그리웠던 이들은 온라인 뮤지엄이 아닌 실제의 갤러리 공간에 와서, 보는 기쁨과 감격을 만끽하고 있었다. 갤러리 측은 내킨 걸음에 찾아온 방문객들을 반겨주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늘 갤러리 내의 정원을 제한하는지라 가능하면 방문 전에 예약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마스크는 필수이다.

최영욱씨는 달항아리를 주제로 한 <카르마> 연작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이다. 작가가 되려고 무작정 뉴욕에 갔던 최영욱 작가는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처음 달항아리를 보고 단박에 매료됐다. 최 작가는 메트로폴리탄의 달항아리에서 우아하게 최소화되고 약간 비대칭적인 모양에서 편안함을 발견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15년간 최작가는 오직 달항아리만을 그렸다. 최영욱 작가는 곱게 사포질된 캔버스에 달항아리의 고운 자태와 유약 표면에 볼 수 있는 미세한 빙열을 극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아주 얇은 연필로 한줄 한줄 그려진 무수한 빙열(갈라짐)들은 우연처럼 보이지만 겹겹이 이어져 있는 삶의 인연을 나타내려 한 작가의 철학을 표현해주고 있다. 언뜻 보면 그 그림이 그 그림 같지만 전체 캔버스의 톤도 미묘하게 다르고 빙열의 표현들도 다 다르다. 마치 인간들이 참 비슷하면서도 참 다른 것처럼. 빙열뿐만 아니라 자세히 들여다보면 흰 색의 도자기 표면에 푸른 점, 분홍색 점이 보이고 희미하게 표현된 첩첩산중도 보이는 것 같다. 그 세밀한 선과 미묘한 색채의 조합은 넋을 빼앗길 만 하다.

갤러리에서 관람객들을 안내하고 있는 이정헌씨는 비한인 관객들의 반응에 대해 “세밀한 테크닉과 색채 표현으로 캔버스 위에 살린 한국적 미학에 대해 감탄한다.”고 말한다. 연필로 세세하게 그린 빙열 자국을 보고서 “이게 정말 모두 다 그린 거에요?”라는 질문을 해오기도 한다고. 이에 반해 한인 관객들은 한국적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소재인 조선시대 백자 항아리 자체에 대해 반응해온다고 한다. 전통적 한국 가옥에서 가구 위에 달항아리를 올려놓았던 것처럼 전시 공간에서도 자개장 등 가구 위에 최영욱 작가의 달항아리 그림을 배치해 한국의 멋을 부각시켰다. 그외 디자인 스튜디오인 하우스윤과 허명욱 작가의 협업 작품인 청동과 옻칠 그릇, LA에서 활동 중인 앨렌 리 작가의 ‘노씨 보자기’ 등 소품도 한 공간에 전시해 놓았다.

도자기는 물질을 구성하는 지수화풍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도자기를 일상의 움직임을 멈추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갈라짐과 미묘한 색채의 변화까지 포착하는 작가는 명상 수행자의 주의력과 참 닮아 있다. 또한 그 갈라짐과 완벽한 흰 색을 방해하는 여러 색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작품은 보는 사람들에게 젠 모멘트를 선사한다. 지나온 모든 인연들이 지금 눈앞에 있는 도자기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을 보며 ‘카르마’라는 전시주제명이 너무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최영욱 작가의 작품은 빌 게이츠 재단과, SK그룹, 대한항공, 롯데호텔, 스페인 및 룩셈부르크 왕실 등 국내외 유수한 단체에 소장돼 있다. 간만에 갤러리라는 공간에 서 있는 경험 그 자체가 참 감사하게 느껴졌다. 전시 및 방문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http://helenjgallery.com에서 찾을 수 있다.

<최영욱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는 헬렌 제이 갤러리>

<유리창에 쓴 최영욱의 카르마 전 글씨가 보인다>

<방문자들은 QR코드로 법적 책임 포기 서류에 서명해야 입장이 가능하다>

<하우스윤과 허명욱 작가의 협업 작품인 청동과 옻칠 그릇, LA에서 활동 중인 앨렌 리 작가의 ‘노씨 보자기’ 등 소품도 한 공간에 전시해 놓았다.>

<절제미가 돋보이는 달항아리 그림>

<극사실주의로 표현한 갈라진 빙열>

<자개장 위에 올려진 달항아리 그림>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