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프랑스 아르망 콜랑 출판사에서 Les base du Coréen, grammaire progressive en 99 leçons(한국어의 기초, 단계별로 배우는 99개의 문법) 한국어 문법서를 발간하였다. 이 책의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조혜영 한국어 강사는 2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문화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친 베테랑이자 다수의 한국어 교재 집필에 참여한 전문가이기도 하다. 또한, 한국문학작품 번역가로도 활동하며 김원일의 '바람과 강', 이인화의 '영원한 제국', 이황의 '성학십도' 등의 작품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한국 문학 번역가이기도 하다. 한국문학 보급과 한국어 교육을 위해 전념해 온 조혜영 선생님과 문법서 출판을 기념하여 인터뷰를 가졌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소르본 대학교에서 1994년 프랑스 중세 문학 박사 학위를 마친 후, 소르본 대학교의 전신인 E.P.H.E. 종교학과에서 한국 종교 박사 과정을 이수하면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INALCO와 파리 7대학교 한국학과 한국어 강사를 거쳐, 1999년부터 주프랑스한국문화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07년부터 파리 정치학 대학 (Institut politique de Paris)에서, 2015년부터는 파리 13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로 한국어 교재 출판 작업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학 번역과 한국어 교육을 위해 지난 20여 년간 매진했으며, 한국어 문법서를 출간한 조혜영 선생님>
코로나19로 프랑스도 힘든 상황인데,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보내고 계시는지요? 코로나19로 프랑스에서 격리가 시작된 2020년 3월부터 현재까지 주프랑스한국문화원과 대학교 수업을 모두 온라인 화상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장 수업보다 부족한 점이 있지만 화상 수업의 장점이나 혜택을 최대한 활용해서 수업 효과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Les bases du Coréen 한국어 문법서를 출간하셨는데 축하드립니다. 책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Les bases du Coréen, grammaire progressive en 99 leçons 은 프랑스 Armand Colin 출판사에서 2021년 4월에 출간됐습니다. Armand Colin 출판사는 150년의 긴 역사와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학술전문출판사로 이 문법서는 Armand Colin 출판사에서 최초로 출간된 프랑스어로 쓰인 한국학 학술서적입니다.
< 프랑스 지베르 조셉 서점에 소개된 Les base du Coréen - 출처 : 조혜영 선생님 제공>
문법서를 전 주한프랑스문화원장 장-크리스토프 플뢰리와 함께 출판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공동 출판하시게 되었나요? 장-크리스토프 플뢰리 전 주한프랑스문화원장은 주프랑스한국문화원 한국어 초급반 수업을 들었을 때 제 학생이었고, 이 책을 완성하는데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플뢰리는 한국인과 결혼하여 한국어를 배우며 본인을 위해 한국어 문법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책의 삽화들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자 플회리의 아내인 신현순 씨가 그렸습니다. 출판 목적으로 초본 검토 요청을 받았을 때 프랑스인이 프랑스인을 위해 쓴 문법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0년 전부터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위한 한국어 교재 작업에 참여해 교재 출판 경험도 있었고, 또 이들 작업을 통해 교재가 아닌 순수한 문법서의 필요성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공동 출판 계획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책 내용을 살펴보니 외국인이 어려워할 법한 한국어 문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을 하신 것 같습니다. 문법서를 기획하시면서 염두에 두신 점이 있을까요? 한국어를 20년 동안 가르치면서 프랑스인들이 어려워하거니 자주 혼동하는 표현과 문법 요소들을 접하고 그 이유 등을 숙고하게 됐습니다. 이점을 염두에 두고 문법서가 프랑스어권 학습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한국어의 어려움이나 혼동 등은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와 언어 차이에서 주로 비롯되는데 한국어에 드러나는 한국문화와 한국어 특징을 이 문법서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교재에는 간단한 문형만 소개하기 때문에 이런 설명을 할 수 없습니다. 프랑스에서도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가 점점 많이 출판되고 있는데요. Les bases du Coréen이 다른 한국어 교재와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이 있을까요 ? 최근 프랑스어로 쓰인 한국어 교재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다섯 권의 한국어 교재(고등학생/대학생 대상) 출판에 참여했는데 이 책들은 대화, 문법, 읽기, 연습 문제 등으로 보통 구성돼 있고 교재마다 급이 다릅니다. 반면, 이 문법서는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문법만을 기초 문법 요소부터 총체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프랑스어 문법서 형식으로 문법 요소를 분리해 프랑스어 학습자가 프랑스어와 비교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각 문법 요소도 «Cas particuliers»(특별한 경우), ‘도’와 ‘또’의 다른 점 등 «Différence entre – et –»(차이), «our aller plus loi»(좀 더 멀리 가기) 항목을 만들어 한국어 수준에 따라 참고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 조혜영 선생님은 다양한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재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며 새로운 문법서를 준비중에 있다>
과거와 비교했을 때 프랑스에서 한국어 교육에 대한 수요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2011년 파리 Victor Duruy 고등학교에서 처음으로 파리 고등학생들을 위한 한국어 수업이 개설됐을 때 파리 고등학교 학생들이 이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고등학교에 수업이 없는 날인 수요일에 수업을 했습니다. 파리 교육청에서 한국어 점수를 학교 성적으로 인정하고 바칼로레아에도 한국어 시험이 있어 많은 파리 고등학교 학생들이 수요일 Victor Duruy 고등학교에 한국어 수업을 들으러 왔습니다. 중국어 등에 비해 아직은 너무 적은 수요지만 프랑스 중고등학교에 정식 한국어 수업이 개설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한국어를 대학에서뿐만 아니라 프랑스 중, 고등학교에서도 가르치기 시작했다는 것은 지난 10년 전에 비해 괄목할 만한 점으로 봅니다. 그리고 케이팝과 드라마 등 한류 현상으로 한국어에 대한 열풍이 중고대학생 등 젊은 층에 제한돼 있었는데 요즘은 나이에 상관 이 성인들까지 한국어에 관심을 두고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도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프랑스 내 한국어 교육을 위해 필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2019년에 Victor Duruy 고등학교에서 8년 동안 하던 한국어 강의를 제가 그만두게 된 이유 중의 하나는 파리교육청에서 지불하는 강사료 문제 때문이기도 합니다. 저는 2년 동안 강사료를 못 받고 가르치기도 했는데요. 프랑스 교육청에서 관할하는 중고등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이 발전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수성이 강한 어린 나이에 한국어를 배우며 한국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게 되면 성인이 돼서도 한 나라의 문화 선호 등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대학교에서의 한국어 교육 수준 향상과 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초중고, 대학생, 성인을 위한 다양한 한국어 교재 개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취향이나 목적에 따라서도 교재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특히 한류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케이팝이나 드라마를 사용한 교재들이 나올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현재는 영상 컷 가격 등이 출판사에서 도저히 지불할 수 없게 비싸고 배우나 가수의 초상권을 허락받기도 상당히 복잡해서 교재 출판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너무 큽니다. 한국어 교육용으로 영상 컷이나 초상권 등을 좀 더 쉽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한국어 교재 개발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성명 : 지영호[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프랑스/파리 통신원] 약력 : 현) 파리3 소르본 누벨 대학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