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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극장가, 한국영화 리메이크작 경합 중 〈써니〉 vs 〈남자가 사랑할 때〉

2021-06-22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한국영화 리메이크작. (좌측부터) ‘너의 결혼식’, ‘써니’, ‘남자가 사랑할 때’ - 출처: 더우반(豆瓣)

<한국영화 리메이크작. (좌측부터) ‘너의 결혼식’, ‘써니’, ‘남자가 사랑할 때’ - 출처: 더우반(豆瓣)>


중국 극장가, 연이은 한국영화 리메이크작 개봉 ‘너의 결혼식’, ‘써니’, ‘남자가 사랑할 때’
최근 중국 극장가에 한국영화를 원작으로 한 리메이크 영화가 연이어 개봉되고 있다. 먼저 동명의 한국영화를 리메이크한 청춘영화 <너의 결혼식(你的婚礼)>(2021)이 지난 5월 중국 노동절 연휴(2021.5.1~ 5.5)에 개봉해 젊은 관객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다. 닷새간 5억1,200만 위안(한화 약 900억 원)의 수익, 1,400만 관객을 모으며 연휴 기간 최고 흥행작이 되었다. 당시 경쟁작 중에는 한국 정두홍 무술감독이 참여한 장예모 감독의 대작 <현애지상(悬崖之上)>이 포함돼있었다. <현애지상>은 <너의 결혼식>에 이어 노동절 연휴 흥행 2위를 차지했고 5억5백만 위안(한화 약 886억 원)의 흥행수익, 1,300만 관객을 기록했다. 점유율 60%에 달한 <너의 결혼식>과 <현애지상> 두 편의 견인으로 중국 극장가는 최근 5년간 노동절 연휴 중 가장 높은 흥행 수익률을 돌파했다. 단 5일 만에 약 4,400만 관객, 16억7천만 위안(한화 약 2,900억 원)의 수익을 기록한 것이다. 현재 <너의 결혼식>은 누적 흥행수익 7억9천만 위안(한화 약 1,380억 원)을 기록하며 2021년 상반기 중국 박스오피스 흥행 순위 9위를 차지하고 있다(2021.6.20. 기준).

<너의 결혼식>의 바톤을 이어받아 이달 6월에는 두 편의 한국영화 리메이크작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 11일 동시 개봉한 두 영화는 <써니>(2011)의 리메이크작 <양광저매도(阳光姐妹淘)>(2021)와 <남자가 사랑할 때>(2013)를 리메이크한 <당남인연애시(当男人恋爱时)>(2021)이다. 두 작품의 개봉 첫 주 ‘주말 박스오피스’ 스코어는 <양광저매도>가 5위, <당남인연애시>가 7위를 기록하며 중국판 <써니>가 좀 더 앞서나갔다. 하지만 개봉 7일 차 ‘단일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당남인연애시>가 1위에 오르며 4위를 기록한 <양광저매도>를 앞지르고 있어 두 작품의 승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두 편의 영화가 폭발적 기세로 중국 박스오피스를 장악하고 있진 않지만, 연이은 한국영화 리메이크작 개봉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국 언론과 대중의 반응은 주목해볼 만하다.
중국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2021.6.11-6.13 기준) - 출처: endata(艺恩)

<중국 ‘주말 박스오피스’ 순위(2021.6.11-6.13 기준) - 출처: endata(艺恩)>


중국 ‘단일 박스오피스’ 순위(2021.6.17 기준) - 출처: endata(艺恩)

<중국 ‘단일 박스오피스’ 순위(2021.6.17 기준) - 출처: endata(艺恩)>


‘청춘영화’ 흥행 대세 속, 중국판 <써니>의 반응은?
올 상반기 중국 극장가는 밝고 유쾌한 청춘극 장르가 강세를 띠어 <양광저매도>에게 유리한 상황이었다. 더욱이 한국원작의 후광에 힘입어 <양광저매도>는 개봉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2011년 한국에서 개봉한 원작 <써니>는 국내에서 740만 관객을 모으며 한국영화·TV드라마 창작의 ‘복고’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이 소식은 중국에도 전해져 큰 관심을 모았다. 현재까지도 중국에서 <써니>는 한국 ‘청춘영화의 고전’으로 손꼽힌다. 또 중국판에 앞서 <써니>는 일본판, 베트남판으로도 이미 제작되어 ‘한국발(發) 글로벌 리메이크작’으로 잘 알려져 있다.

중국판 <써니>의 연출은 바오베이얼(包贝尔) 감독이 맡았다. 바오베이얼은 <베테랑>(2015)을 리메이크한 중국영화 <대인물(“大”人物)>(2019)에서 유아인 역을 맡은 바 있는 배우 출신의 감독이다. ‘써니 시스터즈’ 여고생으로는 한국에서 걸그룹으로 활동한 주결경(周洁琼)이 중국판 민효린 역을 맡았다. 이밖에 왕위에팅(王玥婷), 리앙송칭(梁颂晴), 양한(杨晗), 자오밍(赵铭), 시아멍(夏梦), 왕팅(王清) 등 개성 있는 배우들이 써니 시스터즈 여고생 7인방을 연기하고 있다. <양광저매도>는 성인이 된 써니 시스터즈가 여고 시절을 회상하는 원작의 서사 전개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과거 시간 배경은 원작의 1980년대가 아닌 1997년으로 설정해 현지화 전략을 꾀했다. 중국인들에게 1997년은 ‘홍콩 반환’이라는 잊지 못할 역사적 사건이 벌어지던 해로 사회문화적으로 매우 특별한 시대 감수성을 가진다.
한국영화 ‘써니’를 리메이크한 ‘양광저매도’의 한 장면 - 출처: 양광저매도 트레일러 캡쳐

<한국영화 ‘써니’를 리메이크한 ‘양광저매도’의 한 장면 - 출처: 양광저매도 트레일러 캡쳐>


하지만 <양광저매도>의 개봉 첫 주 반응은 기대에 크게 못 미친다고 할 수 있다. 다수의 중국 매체는 감독이 원작의 장면을 너무 정교하게 리메이크한 나머지 ‘픽셀급 카피’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민감한 순간에는 원작 <써니>의 복제를 멈춘다고 꼬집었다. 가령 원작에서 흥겨운 디스코풍 음악을 배경으로 써니 시스터즈와 여고생 불량써클의 거리 싸움이 1980년대 한국 민주화 운동 시위현장과 범벅되는 장면은 중국 영화팬들에게도 회자되는 영화의 하이라이트이다. 이 장면을 통해 <써니>는 코미디 영화로서의 템포를 잃지 않으면서 온전히 아름답게 회고하기엔 그늘져있던 한국의 사회상을 적절한 방식으로 풍자한다. 1997년 중국을 배경으로 한 <양광저매도>에도 이 거리 군중씬이 재현되어 있다. 하지만 노점상과 단속반 간의 충돌로 빚어진 단순한 시장터 싸움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원작의 풍자 감성까지 살려내진 못했다. 한 중국 매체는 사회풍자의 쾌감이 빠진 자리에 과장된 만화 감성만이 남아있다고 혹평했다. 안타깝게도 현명한 현지화 전략을 찾지 못한 <양광저매도>는 한국원작의 명성이 독이 된 리메이크 영화 사례로 남게 될 것 같다.

‘대만식 멜로영화’로 번안된 <당남인연애시>, 대만에선 대성공! 중국에서의 반응은?
<당남인연애시>의 한국원작 <남자가 사랑할 때>는 2014년 개봉한 황정민·한혜진 주연의 최루성 멜로영화이다. 사채업자인 남자 주인공이 채무자의 딸과 사랑에 빠져 새 삶을 찾지만, 죽음이라는 비극적 결말이 행복을 가로막는 조금은 뻔한 스토리의 영화이다. 하지만 알면서도 눈물 쏟게 만드는 주연 배우들의 열연이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다. 대만에서 리메이크된 인전하오(殷振豪) 감독의 <당남인연애시>는 원작의 줄거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나의 Ex>등 많은 작품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구택(邱泽)과 이국적인 외모의 여배우 쉬웨이닝(许玮甯)이 대만판 황정민과 한혜진을 연기하고 있다.
한국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를 리메이크한 ‘당남인연애시’의 한 장면 - 출처: 더우반(豆瓣)

<한국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를 리메이크한 ‘당남인연애시’의 한 장면 - 출처: 더우반(豆瓣)>


<당남인연애시>는 이번 중국 개봉에 앞서 4월 대만에서 먼저 상영해 4억 대만달러(한화 약 160억 원)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2021년 상반기 대만 최고 흥행작’, ‘역대 한국영화 리메이크작 중 대만 내 최고 히트작’ 등 놀라운 기록경신의 타이틀을 얻었다. 하지만 중국에서 <당남인연애시>의 개봉 전 반응은 조금 시큰둥했다. 중국 언론은 <당남인연애시>가 이른바 ‘불치병 코드’의 뻔한 대만식 멜로영화라고 평했다. 특히 <당남인연애시>는 3년 전 개봉해 그해 대만에서 중화권 영화 중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운 <모어 댄 블루(比悲伤更悲伤的故事)>(2018)를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많았다. <모어 댄 블루> 역시 한국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2009)를 리메이크한 대만영화로 두 청춘의 비극적인 사랑과 죽음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멜로영화이다. 그러나 초반 예상과 달리 현재 중국에서 <당남인연애시>는 개봉일을 거듭할수록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흥행과 호평의 역습’이라는 평이 눈에 띈다. 큰 기대 없던 영화가 관심을 얻게 된 데에는 배우들의 연기력이 한몫했다. 다수의 중국 매체에서 구택의 연기가 황정민의 원작 연기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며 호평했다. 또 <당남인연애시>는 한국영화의 감성을 살짝 빈티지한 대만식 감성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번안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관객이 대만식 사랑에 사로잡혔다’, ‘N차 관람이 이어지고 있다’ 등, 긍정적인 보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동시 개봉한 <당남인연애시>의 평이 좋아질수록 초반 기대에 못 미친 <양광저매도>는 여론의 비교와 질책을 면하기 어려워졌다. 더불어 연이은 한국원작 영화의 개봉으로 중국 평단은 리메이크 영화의 한계와 현명한 현지화 전략을 다시 한번 모색하고 있다. 중국과 대만의 리메이크 영화 고르는 취향 차이를 엿볼 수 있었던 <양광저매도>와 <당남인연애시> 사례를 통해 결국 감성의 섬세한 현지화가 작품의 성공을 결정짓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사진 출처 및 저작권
<너의 결혼식(你的婚礼)> ⓒ青春光线, 造梦机影视
<양광저매도(阳光姐妹淘)> ⓒ北京光线影业有限公司
<당남인연애시(当男人恋爱时)> ⓒ众合千澄影视文化传媒有限公司, 金盏花大影业股份有限公司

※ 참고자료
时代周报 http://www.time-weekly.com/post/280799
Mtime时光网 https://mp.weixin.qq.com/s/Jr1AQoaOs_I0tn0cyDfBfw
影视独舌 https://mp.weixin.qq.com/s/jcTRMSLsIEFrlehEzOxvpQ
1905电影网 https://www.1905.com/news/20210615/1526101.shtml?fr=wwwfilm_news_xgxw_3_20141017
1905电影网 https://www.1905.com/news/20210618/1526746.shtml#p1
巴塞电影 https://www.163.com/dy/article/GCA5E3EA0517BMTF.html

통신원 정보

성명 : 박경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북경)/북경 통신원]
약력 : 현) 중국전매대학교 영화학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