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시는 한국에서는 다소 생소한 도시로 느껴질 수도 있다. 미국을 대표하는 도시 LA와 시애틀 사이에 위치한 포틀랜드는 미국인들에겐 예술, 문화, 커피, 진보적 정치 성향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60년대 말 이후 히피, 예술가 등 진보적 성향의 백인들이 모여들었으며 미국 내에서 가장 비종교적인 도시라고 손꼽히는 독특한 도시이다. 게다가 포틀랜드대학교는 미국 내 간호학으로 정평 나 있으며, 이 외에도 다양한 의료 계통 및 스티브 잡스가 다녔던 리드 대학교 등이 있어 한국인 유학생들도 다수 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나이키, 콜롬비아 스포츠 등 세계적인 패션 기업들이 밀집해있어 도시 전역 시 독특한 개성을 가진 곳으로 미국 내에서도 미국 같지 않은 분위기를 가진 만큼 관광지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대중적인 유행을 거부하고, 비주류 문화를 즐기는 이들을 지칭하는 ‘힙스터’의 도시라고 불리기도 하는 포틀랜드는 그만큼 미국 내에서 독보적인 유행과 매력을 가진 곳으로 현재 약 3만여 명의 한인들이 모여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들어서는 미국 내 가장 빠르게 인구가 증가하는 성장 도시였으며, 각종 부동산 가격도 청천부지로 오르는 등 많은 사랑을 받는 곳이다.
<포틀랜드에서 인기가 많은 길거리 음식 카트 중 한식 퓨전 요리>
이런 포틀랜드는 도심 내 볼거리뿐만 아니라 수려한 산과 깨끗한 바다를 지니고 있어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가족 단위 관광객들도 많이 방문한다. 특히 코로나19 창궐 이후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며 근교 여행을 즐기려는 미국 국내 여행객들이 손꼽는 곳이 포틀랜드이기도 하다. 포틀랜드 도심의 도시적 모습과 30분 내 금세 자연경관을 만나볼 수 있는 이점 때문이다. 포틀랜드는 진보적인 성향과 개성 있는 분위기 덕분에 유명 맛집이나 인기 카페 역시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대도시가 아닌 미국의 중소도시에서는 미국인들의 입맛에 맞춘 중식, 일식, 타이 음식 정도만 만나볼 수 있는 것에 비해 포틀랜드에선 미얀마, 캄보디아, 헝가리, 체코 등 다양하고 이색적인 레스토랑들을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또한 길거리 음식 카트는 포틀랜드 도심의 명물답게 많은 이들의 발걸음을 사로잡는다. 이처럼 다양한 볼거리와 먹을거리로 미국 국내 관광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는 포틀랜드에서 한류와 한식 현황은 어떨까.
<포틀랜드 '토끼 레스토랑'은 모던 한식을 판매, 현지 시민 및 미국 국내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다.>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식 후라이드 치킨 및 크림 오므라이스 등을 판매하고 있다.>
먼저 포틀랜드 도심 내 현지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모두 사로잡는 음식 카트에서는 한식과 퓨전 한식 모두 만나볼 수 있었다. ‘코리안 트위스트(Korean Twist)’는 이름처럼 한식 퓨전을 주요 메뉴로 삼고 있었고, 불고기 부리또나 김치 타코 등 다양한 한식 퓨전 메뉴를 판매하고 있었다. 한식을 처음 만나보거나 직접 먹어보진 못한 미국인들의 거부감을 낮추면서 한식의 기본 맛을 지키는 점이 특징이었다. 이 외에 ‘넘버 1 벤토(Number 1 Bento)’는 이름과 달리 갈비, 불고기 도시락, 비빔밥 등을 판매하고 있었다. ‘나무(Namu)’ 푸드 카트 또한 하와이안식 한식을 판매하며 색다른 퓨전 요리를 선보이고 있었다. 나아가 포틀랜드에는 전통 한식당은 물론 다양한 젊은 셰프들의 개성이 가득한 한식당들이 다수 있다. ‘토끼 레스토랑(Toki)’은 포틀랜드 다운타운에 위치한 현대 한식 레스토랑으로 건물 외관의 산수화가 눈에 띈다. 주말 브런치 시간대에는 예약 없이 앉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한국에서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가 많은 한국식 프라이드치킨, 한국식 프라이드치킨 햄버거, 달고나 커피, 한국식 꽈배기 도넛, 크림 오므라이스 등을 판매하며 미국 청년 세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토끼 레스토랑’에 방문한 많은 미국인이 소셜네트워크에서 큰 인기를 끈 달고나 커피나 한국식 양념치킨을 주문, 인증샷을 찍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커피로 유명한 포틀랜드 내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 '서로 서로'에는 한국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기자기하고 한국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개성있는 한국식 카페 '서로 서로'는 주말에 발 디딜 틈 없이 현지 손님들로 가득하다.>
커피로 유명한 포틀랜드 내에서 한국식 커피와 디저트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서로서로(Soro Soro)’ 역시 발 디딜 틈 없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한국의 아기자기하면서 귀여운 디저트와 깜찍한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한 카페 ‘서로서로’는 한글로 설명된 디저트들이 인상적이었다. 이처럼 포틀랜드 전역에는 전통적인 한식당보단,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끄는 도시 특성에 잘 어울리는 퓨전과 모던한 식당 및 카페를 만나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현재 유행하는 다양한 식음료 문화가 포틀랜드에서도 큰 인기를 끄는 점이 인상 깊었다. 전통적인 한식뿐만이 아니라, 융통성을 가진 한식답게 젊은 셰프와 바리스타들의 비전에 맞는 모습으로 발전하는 듯했다. 다만 수요보다 공급이 다소 부족해 보이는 점을 보며, 레드오션에 가까운 LA나 뉴욕 등 대도시보다 한식과 한류가 성장할 기회가 많아 보였다. 미국 내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포틀랜드, 이곳을 방문하는 미국 전역의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유행을 선도하는 지역 시민들이 한식과 한류를 좀 더 일상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도록 향후 국내 기업, 지자체, 지역 예술인들이 관심을 가져보길 기대한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성명 : 강기향[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뉴욕)/뉴욕 통신원] 약력 : 현) 패션 저널리스트 및 프리랜서 디자이너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대학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