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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최대 만화 박람회에서 울려 퍼지는 케이팝

2022-02-21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모두가 하나 되는 케이팝 커버 댄스 경연 대회- 출처: 통신원 촬영

<모두가 하나 되는 케이팝 커버 댄스 경연 대회- 출처: 통신원 촬영>


지난 주말이었던 2월 12일부터 13일일까지, 마드리드 IFEMA 박람회장에서는 스페인 만화 박람회 ‘재팬 위캔드(Japan Weekend)’가 열렸다. 재팬 위캔드는 대규모 만화 축제로, 코스튬 플레이 경연 대회를 비롯해서 만화, 애니메이션, 비디오 게임을 보여주는 한편, 유명 만화 작가들의 사인회도 함께 열린다. 마드리드뿐만 아니라 빌바오,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부르고스, 아 코루냐 총 6개 도시에서 열리는 스페인에서 가장 큰 만화 박람회이다. 그중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가 큰 도시인 만큼 박람회의 규모가 가장 크다.

박람회에 참가한 업체들은 다양한 만화 캐릭터 상품과 음식, 식료품들을 팔기도 하고 다양한 콘텐츠들을 통해 자신들의 사업을 홍보한다. 박람회장은 찾는 많은 관객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만화나 애니메이션 및 비디오 게임 주인공들의 코스프레를 하고 친구들과 가족들과 함께 참여한다. 이들에게는 하나의 축제로 마음껏 자신이 좋아하고 사랑하는 문화를 마음껏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날이기도 하다. 일본의 만화나 애니메이션들의 콘텐츠가 주류를 이루므로 재팬 위캔드지만 일본의 전통문화나 그밖의 대중문화를 소개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이 박람회에서는 여러 가지 경연 대회를 진행하는데, 그 중 메인이 되는 행사는 이 박람회의 정신 코스플레이 경연 대회와 아시안 댄스 경연 대회이다. 아시아 댄스 경연 대회는 곧 케이팝 커버 댄스 경연 대회가 된다. 행사에는 한국의 대중문화인 케이팝 콘텐츠들이 하나, 둘 추가 되어 인기를 끌고 케이팝 경연 대회가 메인 행사가 되어가자 견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에 아시안 댄스 경연 대회로 이름을 바꾸고 이어가고 있다.

1시간 반 가량 이어진 경연 대회에는 솔로 참가자 20팀과 그룹 참가자 12팀이 참여했다. 다양한 연령의 참가자들의 댄스에 관객들은 함께 춤추고 환호하며 축제의 장을 방불케 했다. 긴장한 참가자가 박자를 놓치는 실수를 해도 큰 박수와 환호로 응원했으며, 모든 참가자들에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관객들은 흘러나오는 노래들을 함께 따라 부르며 춤추며 축제를 즐겼다. 심사위원들도 심사위원석에서 온몸을 들썩거리며 춤을 추며 참가자들을 진심으로 응원했다. 케이팝 경연 대회의 키워드는 ‘경쟁’과 ‘우승’이 아니라 ‘어울림’과 ‘즐김’이다. 관객과 참가자들이 한데 어울려 자신들이 좋아하는 문화를 함께 공유하고 향유하는 장인 것이다. 그래서 모든 참가자들이 엄청난 실력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날 경연에서 그룹 부문 1위을 차지한 커버 댄스팀은 눈물을 보였다. 이유는 맴버들과 처음 알게 된 곳이 팬데믹 직전 열린 이 박람회장이었고, 그때 당시 맴버들이 다 개인적인 이유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전시회장 구석에서 바닥에서 앉아서 휴식을 취하다가 우연히 말을 섞게 된 이들은 그렇게 친구가 되어 케이팝이라는 공통의 관심사 하나로 댄스팀을 만들어 서로의 힘든 시기를 이겨냈다고 한다. 결국 이날 우승까지 하게 된 이들은 감격에 눈물을 보였다. 관객들은 큰 박수로 위로와 축하를 건넸다. 전문가들이 보이기에는 완벽한 무대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각자의 이유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누군가에게는 케이팝이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기도 한다. 힘든 시간을 함께해 줄 친구들 만들고, 함께 춤추며 노래 부르며 그 시간을 지나오며 성장하게 하는 원동력이 케이팝인 것이다.

박람회장의 한국 케이팝 관련 행사 및 판매 부스- 출처: 통신원 촬영

<박람회장의 한국 케이팝 관련 행사 및 판매 부스- 출처: 통신원 촬영>


박람회에서는 케이팝 경연 대회뿐만 아니라 케이팝 랜덤 댄스 등 다양한 케이팝과 관련된 행사들이 크고 작게 이어졌다. 자신의 취미와 취향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는 다양한 이들을 만나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함께 춤추고 노래하며 즐겁게 자신들의 청춘이 한 시간을 채워나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케이팝이 가진 힘들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 콘텐츠가 다수를 이루는 박람회에서 울려 퍼지는 케이팝은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웹툰, 드라마, 케이팝 등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로 이루어진 이와 같은 박람회의 부재가 느껴지기도 했다. 이제 케이팝뿐만 아니라 다양한 한국의 문화 콘텐츠들이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 곧 ‘코리아 위캔드’와 같은 대대적인 한국 대중문화 페스티벌을 스페인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통신원 정보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