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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그린 만화 〈풀〉 스페인 출간

2022-03-10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미국의 대형서점 체인인 반스앤노블(Barns&Noble)은 1971년 레너드 리찌오(Leonard Riggio)라는 도서판매업자가 맨해튼에 있던 반스앤노블이라는 상호를 인수하여 서점 사업과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그로부터 몇 년 만에 리찌오는 뉴욕 5번가의 반스앤노블 매장을 15만의 장서를 보유한 세계 최대 서점으로 성장시켰다. 1970~80년대에 걸쳐 반스앤노블은 미국 전역에서 새로운 서점들을 추가로 인수합병했다. 현재 반스앤노블은 50개 주 600개 이상의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 내 서점 유통업체 1위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1990년대 초 반스앤노블은 ‘슈퍼스토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즉 따뜻하고 편안하고 넓은 서점 분위기는 물론 방대한 장서, 경험이 풍부한 직원들을 통합해 도서 판매에 있어 새로운 시대를 연 것이다. 또한 서점 안에 스타벅스 커피 등 커피 체인점을 두어 북카페의 역할도 하고 있다. 곳곳에는 안락한 의자와 테이블을 두어 한가롭게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게도 배려했다. 오늘날 반스앤노블에서는 책은 물론이고, 음반, 교육용 어린이 장난감, 게임, 기프트 아이템 등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있다. 책과 잡지, CD와 LP(비닐 레코드), DVD 등도 판매하고 있다.

반스앤노블의 책꽂이에는 인기 작가의 책 타이틀들을 모아놓은 것들도 볼 수 있다. <연금술사>를 쓴 파울로 코엘료의 단행본들을 모아놓은 코너, 아가사 크리스티의 탐정소설 컬렉션 등이 그 예이다. 그런가 하면 음반 코너에서는 현재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뮤지션들의 음반과 그들을 다루고 있는 다른 매체들을 모아놓은 코너도 있다. 3가와 페어팩스(Fairfax) 길에 위치한 그로브(The Grove) 몰에 위치한 반스앤노블 1층에 보니 방탄소년단 컬렉션이 눈에 들어온다. 2014년에 나온 《Dark&Wild)>에서부터 《Map of the Soul: 7》 등 방탄소년단의 팬이라면 소장하고 싶은 CD들이 모두 진열돼 있고, 그들을 다룬 잡지도 진열대에 꽂혀 있었다. 또한 BT21 MD 상품도 놓여 있었다.

현재 반스앤노블에서 판매하고 있는 BTS 관련 상품의 종류는 총 159가지나 된다. 가장 많이 판매되는 음반은 《Love Yourself: Tear》이고 가장 많이 판매되는 상품은 마텔(Mattel) 사에서 출시한 ‘BTS 우노(Uno™)’라 불리는 112장의 카드 세트이다. 언뜻 보기에는 그저 형형색색의 카드일 뿐인데 상품 설명을 보니 각 카드에 방탄소년단 멤버들의 이미지와 특별한 ‘댄싱 와일드(Dancing Wild)’의 룰을 담고 있다고 한다. 게임의 룰을 보니 자기 차례가 된 사람은 모든 이들 앞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BTS 댄스 루틴을 하거나, 3개의 카드를 추가로 뽑아야 한단다. 손에 쥔 모든 카드를 가장 먼저 없애면서 “우노(UNO!)”라고 말하면 게임에서 이기게 된다. 상품 설명에 보니 7살 이상의 방탄소년단 팬들에게 멋진 선물이 된다고 적혀 있다. 소매가격은 6.99달러(한화로 약 8,400원)로 저렴하다.

반스앤노블의 BTS 관련 머천다이즈 중 그 다음으로 많이 팔리는 것은 펀코(Funko)에서 제작한 팝 키체인(POP Keychain)이다. BTS 각각의 멤버들의 모습을 딴 작은 인형이 달린 열쇠고리로 소매가격 5.99달러(약 7,2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펀코에서 제작한 팝 록스(POP Rocks: BTS) 역시 작은 크기의 인형인데 소매가격 11.99달러(약 14,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마텔에서 제작한 BTS 코어 패션 인형(BTS Core Fashion Doll by Mattel)도 있었다. 소매가격은 13.99달러(한화로 약 16,800원)이다.

BTS에 대한 지식을 겨뤄보는 퀴즈 책인 『케이팝 BTS 퍼즐과 퀴즈(KPOP BTS Book of Puzzles & Trivia)』 외에도 BTS에 대한 책이 상당수 있었다. 말콤 크로프트(Malcolm Croft)가 쓴 『BTS: 궁극적 팬북(The Ultimate Fan Book: Experience the K-Pop Phenomenon!)』, 케이티 스프링클(Katy Sprinkel)의 『BTS에 관한 큰 책(The Big Book of BTS: The Deluxe Unofficial Bangtan Book)』, 케이트 해밀턴(Kate Hamilton)의 『BTS: 당신의 팬심 상태(Test Your Super-Fan Status)』, 카라 J 스티븐스(Cara J. Stevens)의 『BTS: 방탄의 부상(Rise of Bangtan)』, 니키 스미스(Niki Smith)의 『BTS 아미 핸드북(Army Handbook)』 등 여러 타이틀의 단행본들이 서가에 꽂혀 있었다.

몇 년 전부터 미국 내에서 유행하고 있는 색칠하기 책도 있었다. 『컬러 BTS! 아미를 위한 가장 아름다운 BTS 색깔 칠하기 책(Color BTS! The Most Beautiful BTS Coloring Book For ARMY)』, 『이완, 재미, 창조성, 명상을 위한 BTS 색칠하기 책(BTS Coloring Book for Relaxation, Fun, Creativity, and Meditation: Beautiful Stress Relieving Coloring Pages for ARMY and Kpop fans)』 등 심신치유를 위한 컬러링 책으로도 BTS는 인기가 높았다.

미래 출판사(Future Publishing Limited)에서 펴낸 잡지, 《BTS 팬북(Fanbook)》 그리고 10대 BTS 팬인 소녀들을 위한 러브 유어셀프 일기장&노트(Love Yourself Journal&Notebook: K-pop 110 Lined Pages Journal & Notebook도 눈에 띄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고 영향력 있는 보이그룹 BTS의 이름을 앞세운 머천다이즈와 책, 그리고 음반들은 전세계에서 가장 큰 서점 체인 반스앤노블에서도 그 존재감이 대단하다. 엄마와 함께 반스앤노블을 찾은 10대 소녀가 <러브 유어셀프 일기장 & 노트>, 그리고 BT21 물통을 사달라고 조르는 모습을 보며 BTS의 미국 내 영향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스페인어로 출간된 김금숙 작가의 만화 '풀' - 출처 : 통신원 촬영

<스페인어로 출간된 김금숙 작가의 만화 '풀' - 출처 : 통신원 촬영>


위안부 피해자의 삶을 다룬 김금숙 작가의 흑백 만화 풀(스페인명: Hierba)>이 스페인어로 출간되었다. 만화 <풀>은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그 일생을 그린 만화이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2016 스토리 투 웹툰 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탄생한 이 만화는 만화계의 오스카상이라고도 불리는 미국이 권위 있는 만화상인 하비(Harvey)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2016년 대한민국 창작 만화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면서 국내에서 인정받았고, 나아가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등 총 12개의 언어로 해외 각국에 출판되었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 2월 스페인어로 출간되었다. <풀>의 출판을 맡은 출판사 Reservoir Books(Pengguin Ramdom Hous Grupo Editorial 소속 출판사 레이블)은 “제2차 세계 대전 아시아인 위안부에 관한 이야기”라며 꼭 읽어야 할, 우리가 끝까지 싸워야 할 이야기를 그린 그래픽 노블(만화와 소설의 중간 형식의 장르)라고 소개했다.

로맨스나 장르물이 아닌 한국의 역사의 일부분을 이야기하는 만화가 소개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게다가 오랫동안 진실을 부정하는 일본 정부와 싸워오고 있는 소재이기에 더욱더 그러할 것이다. 최근 한국의 소프트 파워가 유럽을 포함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지만 그 이전 일본은 오랫동안 ‘신비로운 아시아 문화의 대표로 소개되고 있었다. 거기에 아시아 역사에 대한 무지가 더해져 한일 관계의 잡음들은 항상 한 쪽의 입장에서 소비되기 일쑤였다. 특히 스페인은 역사적으로 많은 식민지를 거느린 제국주의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일본 정부에 과거사 규명을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은 과하다”는 시각도 존재해왔다. 그러나 케이팝이 세계 음악 시장을 뒤흔들고 한국 드라마들이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한국’을 재인식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케이팝과 드라마 너머의 한국에 관심을 가지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고, 우호적인 태도로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

스페인 최대 서점 체인점 Casa del Libro 외 스페인 서점 온라인 판매 모습 – 출처 : Casa del Libro 웹사이트

<스페인 최대 서점 체인점 Casa del Libro 외 스페인 서점 온라인 판매 모습 – 출처 : Casa del Libro 웹사이트>


이번 만화 <풀>의 출간도 한국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높아진 시기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풀>의 출간에 대해 스페인의 언론의 관심도도 매우 높고, 그 아픔의 역사를 다루는 시각도 예전에 비해 조심스럽고, 조금 더 한국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다. 스페인 출간 당시 화상회의를 통해 작가는 스페인 언론들과의 기자 회견을 가졌는데, 이것 또한 이례적인 일이었다.

스페인 공영 방송국 채널 《RTVE》는 <풀>을 삽화와 함께 소개하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한국인 위안부의 가슴 아픈 증언”이라는 소제목을 붙였는데, 이는 기존의 스페인 언론들이 보여왔던 ‘중립적’인 태도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기사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이야기에도 책 속에는 자연의 아름다운 이미지들 가득하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전하며 이에 대해 “처음에 가장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폭력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강간이나 학살 장면을 조잡하게 그린다면 그 비인간적인 행위의 잔혹성이 피해자들을 더 괴롭힐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작가의 말을 전하며 함부로 슬픔을 소비하지 않는 작품의 태도를 호평했다.

우리가 알다시피 일본 정부는 이 사실에 대해 부인하면서 이 여성들이 돈을 대가로 일한 매춘부였다고 일축하고 있다. 기사는 책 소개를 통해 이와 같은 사실을 명확히 전한다. 책은 “1993년, 고노 요헤이는 이 여성들을 강제로 모집했다고 시인했지만, 2014년 당시 총리였던 아베 신조는 고노의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주장하며 사실을 부인했다”며 아직도 몇 명 남지 않은 피해자들이 여전히 일본 정부의 사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전했다. “정작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젊음을 되돌릴 수 없기에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를 기다리고 있다”는 할머니들의 마음을 그대로 전한 것이다. 이번 <풀>의 스페인어 출간은 한국의 슬픔 역사이자 그 진실을 알리기 위해 싸우고 있는 현재의 이이야기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한편 출판사 Reservoir Books는 한국 전쟁으로 인한 이산가족 이야기를 다룬 작품 김금숙 작가의 <기다림>도 출간한다고 알렸다.

※ 참고자료
https://elpais.com/cultura/2022-02-24/memorias-dibujadas-de-una-esclava-sexual-coreana.html
https://www.rtve.es/noticias/20220224/hierba-comic-mujer-consuelo-corea-ii-guerra-mundial/2296424.shtml

통신원 정보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