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나연 작가의 <육안으로 보이는 밤(A Night Visible to the Naked Eye)> 전시회가 성황리에 끝났다. 양나연 작가는 장소 특정 설치 예술, 비디오, 퍼포먼스, 사진, 건축물 등의 다양한 매체를 아우르며 미국과 한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대 예술가이다. 양 작가는 수창청춘맨숀(대구), 미스테이크뮤지엄(청평), 시카(김포), 문과방(대전), 시카고 예술 연합, 버디-시카고 컬쳐럴 센터, 웻지 프로젝트, 하이 컨셉 랩-마나, 루츠 앤 컬쳐, 코-스페리티 스피어, 디피브레이터(시카고, 미국), 더 벌드셀 프로젝트(사우스 벤드, 인디애나), 로이 지 비브 갤러리, 얼반 아트 스페이스(콜럼버스, 미국) 849 캔터키 예술학교 갤러리(루이스빌, 미국), 퍼포먼스 아트 베르겐 (베르겐, 노르웨이) 벙커 프로젝트 (피츠버그, 미국) 켄터키 주립대 미술관 (렉싱턴, 미국), 라티튜트 53(에드몬톤, 캐나다) 등 한국, 미국, 캐나다, 유럽 등의 다양한 공간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최근 참여 레지던시로는 해치-시카고 예술 연합, 웻지 프로젝트, 하이 컨셉 랩, 에이커(시카고, 미국), 그리고 벌드셀 프로젝트(사우스 벤드, 인디애나)로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특히 양나연 작가는 필연적이며 답습되는 주체와 객체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가로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관람객들에게 생각해볼 만한 사회적 주제와 질문을 던지는 것으로 유명하다.
<양나연 작가의 전시회 전경>
이번 <육안으로 보이는 밤> 전시회는 시카고와 서울에서 동시에 개최되었으며, 프로젝트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관람 가능했다. 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개최된 해당 전시회에서는 이민자로서의 경험과 리서치를 바탕으로, 양나연 작가가 오늘날 글로벌 사회에서의 한 사람의 존재가 어떻게 자의적 타의 적 분류 혹은 분리가 이루어지는지에 대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이는 작품들이 설치되었다.
<전시회의 일부인 판매용 한글 티셔츠>
양나연 작가는 “영하 20도 한파 속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누온 속행 씨의 사망 소식을 들은 게 작년 이맘때쯤, 12월 말이었다. 한창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때여서 더 절실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나의 불행을 넘어 타인의 불행을 팔아 나는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했다. 단순한 공감보다는 책임감이 절실했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우리는 이상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물가는 치솟아 마트에 갈 때마다 지갑은 유난히 홀쭉해 보여 ‘시금치 한 단에 뭐가 이리 비싸?’ 하지만, 한편에서 우리는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환경과 임금에 분노한다. 한쪽에서는 일손이 부족해 일이 안 돌아간다는 하소연을 듣는가 하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부당 해고된 노동자의 이야기를 듣는다.”라며 한국과 미국 사회가 모두 공감할 만한 이야기를 꺼냈다. 덧붙여 양 작가는 ”외국으로 진출한 한국문화, 노동력, 사업엔 박수를 보내는가 하면,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와 기대를 하고 도착한 이주노동자에겐 차별과 혐오를 유감없이 보여주기도 한다. 이 이야기들 사이엔 여러 사회, 문화, 국가, 자본, 법, 역사 등과 같은 틀과 연결고리가 존재하고, 그리고 그사이에 어딘가에 ‘나’라는 사람도 소비자로서, 국민으로서, 외국인으로서, 노동자로서, 생산자로서 능동적으로 혹은 수동적으로 존재한다.”라며 이번 전시를 준비하며 느낀 감정과 사회적 문제를 꼬집었다. 한류가 계속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으며, 한국인으로서 국제 사회에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추구하지만 정작 한국 내에서는 타 문화권을 배척하고, 차별하는 아이러니가 여전히 존재한다.
<사회적 문제가 담긴 한글 티셔츠>
<육안으로 보이는 밤> 전시회는 이러한 이민자의 노동, 이동, 그리고 신자유주의의 관계를 고찰하고 표현하였다. 이번 전시회는 이주민, 노동자의 기사 발췌 글을 매개로 실크스크린 프린트, 한글이 적힌 티셔츠 판매, 그리고 한국과 미국 시카고 갤러리의 실시간 비디오가 연결되어 여러 매체의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었다. 동시에 미국과 한국이라는 문화와 지역적 상황을 기반으로 활용한 장소 특정적 전시회다. 따라서 프로젝트는 미국과 한국에서 동시 연계 발표되었다. 해당 전시회에서는 판매의 형식으로 미국에서 진행되는 1차 전시와 1차를 바탕으로 한 영상을 활용, 다채널 실시간 비디오 설치로 재구성되는 2차 전시로 나뉘었다. 1차 작업에서는 5개 이주노동자의 기사 발췌한 글을 한글 서예로 기록한 50개의 중고 티셔츠를 미국 내 갤러리에서 판매했다.
<미국 시카고 갤러리 전경>
해당 판매의 수익 80%는 이주노동자와 이주여성을 지원하는 단체에 기부되었다. 1차 프로젝트 진행과 동시, 가판대에 놓인 옷 꾸러미와 소비자의 손길은 실시간 영상이 촬영되어 한국에 전송되었고, 해당 영상은 한국에서 2차 작업인 미디어 설치작업의 형태로 진행된다. 이러한 점은 한글을 읽을 수 없는 ‘외국인’보다, 한국인들이 티셔츠에 새겨진 글의 의미와 문제 해결에 공감한다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을 강렬하게 던진다. 양나연 작가는 예술, 티셔츠, 기부, 착취가 공존하는 사물이 판매될 때 구매자의 소비는 무엇을 향하고 위한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하며 많은 이들이 생각해볼 만한 논점을 전시회를 통해 던졌다. 복잡하게 얽혀있는 사회 속에서 화자, 청자, 생산자, 소비자, 외국인, 내국인, 피해자, 가해자와 같이 명확해 보이지만 확실하지 않은 경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미를 묻는 이번 <육안으로 보이는 밤> 전시회는 미국 현지 시카고 《뉴시티(New City)》를 비롯한 중국 대표 소셜네트워크 위챗(Wechat)에도 소개되며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뉴욕과 LA를 넘어 미국 전역에서 다양한 한인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며 미국 예술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2년에는 더욱 다양한 협업, 서포트, 지원을 통해 다양한 예술가들이 ‘외국인 노동자’가 아닌, 한 명의 아티스트로 인정받으며 ‘예술 한류’를 이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성명 : 강기향[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뉴욕)/뉴욕 통신원] 약력 : 현) 패션 저널리스트 및 프리랜서 디자이너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대학교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