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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K-아트'의 미래, 김민희 씨 인터뷰

2022-06-08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과거 통신원 리포트를 통해 중국의 명문 미술대학인 충칭에 있는 사천미술학원을 소개한 바 있다. 사천미술학원에도 많지는 않지만 한국 유학생들이 있다. 중국은 9월 입학제로 현재 많은 학교에서 졸업 전시를 준비하고 있다. 충칭의 대표적인 미술 축제에 해당하는 사천미술학원 졸업 전시 또한 6월 1일부터 시작된다. 김민희 학생과의 첫 만남은 작년 충칭 한인회 체육대회에 그녀가 자원 봉사로 참여했을 때이다. 올해 전시와 관련해 몇 차례 더 만남을 가지며 많은 얘기를 나누게 됐고, 그녀의 적극성과 활력에 더욱 반하게 되었다. 더군다나 그녀가 쌍둥이인 것도 최근에서야 알게 되었다. 통신원 본인도 쌍둥이인지라 그녀가 더 친근하기도 하다. 그녀의 쌍둥이 언니인 김민경 양은 작년에 졸업을 하고 현재 사천미술학원 애니매이션 석사 과정 중에 있다.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 김민희 학생을 만나 인터뷰했다.

졸업 작품 앞에서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민희 학생 - 출처 : 통신원 촬영

<졸업 작품 앞에서 기념 포즈를 취하고 있는 김민희 학생 - 출처 : 통신원 촬영>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김민희라고 합니다. 사천미술학원 조형학원 조소과 경관조각 전공이고, 이번에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떻게 중국에서 미술 공부를 할 생각을 하셨나요?
어렸을때부터 예술에 관심이 많았고 미술을 상당히 좋아했어요. 본격적으로 미술을 접하게 된 계기가 있는데요. 초등학교 5학년부터는 대안학교를 다녔는데, 학교 미술교육을 통해 다양한 예술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옷이나 가방을 직접 만드는 수공예를 비롯해 목공예나 직조와 같은 보통 학교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기술적인 것을 배웠고요. 연극을 위한 무대 배경과 같은 벽화 작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미술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가 상당히 풍부하고 다양했던 것 같아요.
사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얘기이긴 한데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을 하고 나서 제가 좋아하는 게 뭔지를 찾고 싶어서 친구와 세계여행을 가고자 했어요. 부모님께 부탁을 했고, 당시 부모님은 제가 결정하도록 하셨죠. 세계여행이냐 학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시니 그때는 어려서 막상 겁도 나고 언어에도 자신이 없었어요. 당시 부모님이 유학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셨기에 세계여행에 앞서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가 영어교사이신데 그것에 대한 부담감이 있었어요. 당시에는 비 영어권이 국가를 찾다가 한국과 가장 가까운 중국을 선택했고, 중국에서도 기존에 발전된 도시가 아닌 당시 중국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서남부 지역의 대표 미술대학이 있는 충칭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 당시 중국에 대해 알아볼 때 '일대일로'가 가장 핫한 키워드였는데요. 충칭이 그 중심에 있다는 것도 그때 알았어요. 

중국 유학 준비하시면서 걱정되거나 힘들진 않았나요?
솔직히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습니다. 저희는 해외 유학원과 같은 기관을 통하지 않고 포트폴리오부터 언어까지 직접 준비했어요. 다행인진 몰라도 처음에 찾아본 유학원이 뭔가 이상해서 '그냥 우리가 준비해서 신청해보자' 하고 도전한 것인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습니다. 저는 포트폴리오도 고등학교에서 꾸준히 해오던 작품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했기 때문에 입학을 위한 준비를 따로 하진 않았습니다. 물론 당시 영어 원서 준비는 어머니와 오빠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부모님께서 교육에 있어서 상당히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편이셔서 일정 부분은 부모님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어떤 부분이 좋다고 생각하나요? 힘든점이 있다면요?
확실한 것은 제가 한국에 있었다면 그 어떤 외국어도 하지 않았을 것은 확실해요. 그러다 보니 중국 생활에 있어 가장 좋은 부분은 언어의 활용인 것 같아요. 한국에서는 외국어 접근에 있어서 부담이 많았는데 여기에서는 무조건 중국어를 사용해야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중국어가 생활이 되고, 외국 친구들과 자주 만나다 보니 영어도 일상 대화 정도 문제 없이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마디로 '우물안 개구리가 우물밖으로 나왔다'고 표현해야 할까요? 힘든 점은 아무래도 한국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있죠. 합리적이지 않거나 비효율적인 것이 많고, 피라미드식 권력구조라고 해야 할까요.? 그들만의 룰을 저는 지금도 따르기가 힘들어요. 간혹 그럴 경우 감정적으로 대처하기도 하지만 그들이 틀린 게 아니라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현명히 조율해 나가는 방법을 찾는 중입니다. 

중국 학교에서의 학업이나 분위기가 한국과 다른점이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사실 제가 사천미술학원에서도 조소과만 경험했기 때문에 너무 광범위해서 섣불리 판단하기는 힘들것 같아요. 대신 중국에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개인적인 느낌으론 대부분의 사람들이 획일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이곳의 환경이든 시스템이든 그런 영향들이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그들 중에 개성이 아주 뚜렷하고 특출한 사람들은 우리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확연히 다른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국인은 서로 눈치를 많이 본다면, 중국인은 거의  눈치를 보지 않는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전시라든지 작가가 있다면요?
제가 직접 관람한 전시는 아니지만 3학년 때 2주짜리 큐레이팅 기초 수업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중 독립 큐레이터의 시초 하랄트 제만에 대해 공부하는데 그가 주최한 <태도가 형식이 될 때>라는 전시가 제게 많은 영향을 주었습니다. 어떠한 대상에 대한 태도나 형식 그 자체가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은 매우 새로웠고 저에게 큰 전환점을 불러왔습니다. 예술 작업은 그저 예쁘고 아름다운 조형물만이 아니라 작가의 생각과 태도가 조형물을 통해 드러나야 합니다. 따라서 새로운 것 혹은 익숙했던 것에 대한 저의 과거, 현재의 태도를 그때 그때 정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변화 과정 자체가 작업임을 인식하려 하는 거죠. 이런 생각들이 제가 석사과정을 조각이 아닌 큐레이팅으로 바꾸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예술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의 입장에서 관중에게 메세지를 전달할 수도 있지만, 전시기획을 통해 제 생각을 구현하고 관중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큐레이터가 제가 추구하는 것과 더욱 적합하고 더 큰 영향력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학교에서 매년 열리는 <내일의 조각전>에 참가하신 한국인 작가님들을 도와드리며 경험했던 당시 기억과 느낌이 매우 좋아서 미술관이라는 공간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사적인 기억의 맛'이라는 주제의 김민희 양의 작품.
작가의 특별한 대표적 인생 경험을 다양한 사탕의 맛으로 전환한 대중참여 실험예술. -출처 : 김민희

<‘사적인 기억의 맛'이라는 주제의 김민희 양의 작품. 작가의 특별한 대표적 인생 경험을 다양한 사탕의 맛으로 전환한 대중참여 실험예술. -출처 : 김민희>


이번 졸업전 작품에 대한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 졸업 작품의 시작점은 중국의 광장무(广场舞)예요. 보통 따마(⼤妈, 보통 5~60대 아주머니를 지칭)들이 광장무를 많이 추는데, 그들의 유년시절, 사회적, 경제적 배경은 어땠고 왜 이런 춤을 추게 되었는지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전공이 경관 조각이다 보니 공공성이 가장 두드러지기 때문에 사람들로 하여금 이 작품에 대해 토론하게 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따마’와 젊은 세대와 지닌 ‘세대 갈등’을 토론의 핵심으로 결정했습니다. 서로 다른 춤을 추는 두 세대를 춤과 조각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새로운 소통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죠.  조형물은 삼각형 구조로 매 모서리마다 춤의 리더가 있고, 그 모서리와 마주 보는 면의 사람들은 리더의 춤을 따라 추는 사람들입니다.  이 형태는 한 곡의 음악에서 세 가지 다른 춤이 발생할 수 있게 유도한 것이며,  같은 음악 속에서 각자의 춤을 추는 그들간에 연대감을 형성하고자 고안된 것입니다. 저는 이것은 ‘이상적인 춤의 대형’이라고 지칭하여 관중들이 자유롭게 비판, 토론을 할 수 있게 했습니다.

무보수임에도 불구하고 도움을 준 동네의 아주머니들과 젊은 스트리트 댄서 친구들을 매우 고맙게 생각합니다. 사실 젊은 댄서들을 구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았는데요. 그렇다고 돈을 주고 섭외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만약 보수를 주고 사람들을 참여시켰다면 작업의 실험성과 순수성이 큰 영향을 줄 수도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오로지 개인적인 부탁만으로 그들의 참여를 유도했습니다. 물론 아쉬움이 남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본 작품을 통해 외국인인 저에게는 중국의 문화 ‘광장무’를 재해석 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어요. 익숙한 공간, 익숙한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매우 따뜻하고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졸업전시 작품의 영상 이미지. 댄싱이라는 주제로 세대 간 갈등과 화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출처 : 김민희
졸업전시 작품의 영상 이미지. 댄싱이라는 주제로 세대 간 갈등과 화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출처 : 김민희

<졸업전시 작품의 영상 이미지. 댄싱이라는 주제로 세대 간 갈등과 화합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출처 : 김민희>


앞으로의 희망과 꿈에 대해 말씀 부탁드려요.
가장 큰 꿈은 한중 미술문화교류에 있어 교량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런 문화교류가 단순히 표면적인 교류가 아닌,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방법으로 이끌어야 할지는 앞으로도 꾸준히 연구를 해야겠죠. 코로나19가 빨리 종식되고 한국에 잠시라도 귀국해서 휴식을 취하고 싶어요. 졸업전시에 한국 가족들도 오려고 했었는데요. 제 졸업전시도 가족들에게 보여줄 수 없어서 너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예전보다는 훨씬 유학이 보편화되긴 했어도 아직도 '유학생'하면 집안이 경제적으로 부유할 것이며, 학생들은 편안히 외국 생활을 하며 학업에만 신경 쓰면 될 것이란 편견이 있을 수 있다. 물론 그런 경우도 있을테지만 확실한 것은 통신원이 만난 김민희 씨는 부모님의 노고를 염려해 지금도 장학금을 주는 학교를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최대한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지 않는 방법을 찾고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에게 전시를 통해 긍정의 에너지와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 학업에 열심히 전념하고 있다. 특히나 거짓 없는 순수한 열정은 대화 중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위챗 모멘트를 보면 할머니를 비롯한 가족들과 영상통화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그녀의 가족들을 보면 그녀가 어디에서 에너지를 얻었는지 짐작이 간다. 대중과의 소통에 있어 직접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보다는 전시기획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겠다고 결심한 김민희 양. 그녀의 앞으로의 행보가 진심으로 기대된다. 그녀가 또 다른 기로에 서더라도 그녀의 결심과 판단에 응원을 보낸다. 
 

통신원 정보

성명 : 한준욱[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충칭)/충칭 통신원]
약력 : 현)Tank Art Center No41.Gallery Director 홍익대 미술학과, 추계대 문화예술경영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