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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한류 분석한 독일 공영방송 다큐멘터리, 〈문화의 왕 한국〉

2022-12-29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지난 12월 10일 독일 공영방송 ZDF와 3SAT가 공동 제작한 다큐멘터리 <문화의 왕 한국(Kultur-King Korea)>이 공개됐다. 1시간 분량의 다큐멘터리에서는 케이팝과 영화, 드라마, 뷰티 등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국 문화와 그 이면을 섬세하게 다루어 주목을 받았다. 3SAT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 독일어권 3개 국가의 공영방송이 함께 설립한 채널이다. 비올라 뢰플러(Viola Löffler)와 메모 제프틱(Memo Jeftic)이 연출한 <문화의 왕 한국>은 그간 유럽에서 한류를 바라보는 편견 어린 시선을 답습하지 않았다. 굴곡진 역사를 거친 한국 사회와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국인,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창조적인 힘을 담담한 어조로 전했다.

다큐멘터리 문화의 왕, 한국(한국 대중문화는 어떻게 세계를 휩쓸었는가) - 출처: Kultur-King Korea/ZDF, 3SAT

<다큐멘터리 문화의 왕, 한국(한국 대중문화는 어떻게 세계를 휩쓸었는가) - 출처: Kultur-King Korea/ZDF, 3SAT>


케이팝의 성공 요인, '섞어서 새로운 것을 만들기'
다큐멘터리는 지난 5월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렸던 대형 케이팝 콘서트인 '케이팝 플렉스(KPop Flex)'에서 시작한다. 거대한 공연장을 가득 채운 팬들과 열광적인 분위기. 다큐멘터리 제작팀과 동행한 케이팝 팬은 케이팝 팬 커뮤니티의 '공동체적 분위기'를 강조했다. 케이팝의 성공 요인으로 팝과 락, 발라드, 힙합 등 여러 장르가 뒤섞여 만들어 내는 다양성과 거기서 나오는 새로움을 꼽았다. 케이팝 그룹 내 여러 명의 멤버에서 나오는 다양성과 1분 안에 테크노와 댄스, 랩, 힙합이 뒤섞을 수 있는 케이팝은 결코 지겨워지지 않는다.

문화의 힘을 이용한 정치
그동안 독일은 물론 서양에서 한류 문화를 다룰 때 빠지지 않았던 편견 중 하나는 국가가 문화를 정치적으로 키웠다는 것이다. 이에 국가가 문화에 개입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빠지지 않았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성공한 한국 문화를 정치가 '활용'했다는 점을 정확하게 짚었다. 한국 전쟁과 분단, 군사 독재를 거치며 문화는 억압 당했고 일본과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기도 했다. 민주화 이후 갑자기 모든 것이 가능해진 한국 사회에서 문화는 그야말로 폭발했다. 제한이 없었던 모든 것을 시도하고 실험했다. 이에 섞고 새로운 것을 만들며 한국인들은 창조적 문화의 꽃을 피우게 된 것이다. 정부가 개입함으로써 문화가 성공한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자발적으로 발생하고 성공한 문화를 국가가 외교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문화를 외교적인 힘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서 시작됐다는 점의 언급도 잊지 않았다.

폭력과 감정을 다루는 법
다큐멘터리는 케이팝뿐만 아니라 한국 영화도 심도 있게 다루었다. 일찍이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박찬욱, 봉준호,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서 표현되는 사회의 폭력과 감정의 분출을 짚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에서 배경이 되는 미군의 행태 등의 사실적인 이야기와, 가족 드라마에서 코미디로 전환되는 '웃픈' 장면들이 한국 영화의 특성으로 꼽혔다. 영화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 <소공녀>에서 나오는 한국 사회의 계급 문제, 힘껏 분출되는 감정, 다양한 종교와 무속이 얽혀 있는 한국 사회의 특성이 곧 한국 영화의 특성이다. 이런 특징이 한국 영화를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소이다. 다큐멘터리는 '한국의 창조성은 서양 관객들에게 낯설지 않은 사회 문제를 이야기한다. 동시에 그들은 그것을 즐기는 법을 알고 있다.'고 전한다.

여성적인 남성상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 등 한국의 문화콘텐츠에서 보이는 남성들의 아름답고 여성적인 이미지도 담담하게 그려졌다. 한국 문화에서 '남성 답지 못한' 남성들은 서양에서 부정적인 앙스로 언급된 적이 많았다. 이러한 모습은 남성성이 부족하기보다는 '여성성이 발현되는 것'이다. 서양의 시선에서는 새로운 것이며 그래서 매력적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에는 한류에서 나타나는 부드러운 남성성을 곁눈질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다큐멘터리는 한국 문화의 성공 요인을 다음과 같이 네가지로 정리한다.
첫째, 과도한 감정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익숙한 것을 가져다가 다시 결합한다.
둘째, 서로 비틀고 함께 모인다.
셋째, 전통적으로 나쁜 이미지를 극복하고 깊은 갈망을 느낀다.
넷째, 하나의 스타일이나 장르에 머물지 않으며 계속해서 실험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한다.

다큐멘터리는 한국 문화의 성공은 한국의 역동적인 역사와 사람들의 창조성에서 나왔음을 강조한다 - Kultur-King Korea/ZDF, 3SAT

<다큐멘터리는 한국 문화의 성공은 한국의 역동적인 역사와 사람들의 창조성에서 나왔음을 강조한다 - Kultur-King Korea/ZDF, 3SAT>


다큐멘터리 제작팀은 수많은 이들을 만났다. 독일 케이팝 팟캐스트 제작자와 케이팝 댄스 그룹, 음악학자 미하엘 푸어(Dr. Michael Fuhr), 영화학자 마르쿠스 슈티글레거(Prof. Dr. Marcus Stiglegger), 음악 프로듀서 라도(Rado)뿐만 아니라 STAYC, 판소리 명창 채수정,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 전고운 감독, 이장수 프로듀서, 박지선 프로듀서, 남성 메이크업 아티스트 함경식 등을 인터뷰했다. 다양한 목소리와 장면을 통해 한국 문화를 깊이 이해하려는 시도를 파악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는 '한국의 문화적 기적을 한류라고 부른다. 한국 물결이라는 뜻이다. 기적은 그 물결에 있는 게 아니라, 그 물결에서 헤엄치는 다채로운 물고기(사람들)에게 있다.'며 그 끝을 맺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3sat.de》 (2022. 12. 10). Kultur-King Korea: Wie südkoreanische Popkultur die Welt erobert,
   https://www.3sat.de/kultur/kulturdoku/kultur-king-korea-kulturdoku-100.html?fbclid=IwAR3tPJK6axCafY30R0N8-VyxEpf9Bg_eXrEgKTy5gCCYqMxxUxUvkGoPcos

통신원 정보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약력 :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