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드라마 팬들이 선정한 2022년 최고의 한국 드라마는 무엇일까? 독일의 한 페이스북 계정(@K-DramaFansGermany)에 의하면 2022년 최고의 한국 드라마는 MBC <내일>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독일에 공개된 드라마로 총 투표수 119표 중 41표(34.5%)를 얻어 1위에 올랐다. 이외 tvN <환혼>, SBS <사내맞선>이 뒤를 이었다. 공신력을 갖춘 통계는 아니지만 순수한 즐거움을 기반으로 현지 한국 드라마 팬들이 주최한 연말 시상식을 살펴봤다.
<현지 회원 3,800명을 보유한 한국 드라마 관련 페이스북 계정 - 출처: 페이스북 계정(@K-DramaFansGermany)>
2011년 12월에 개설된 한 페이스북 계정(@K-DramaFansGermany)은 비공개 그룹인데 3,800명 이상의 사람들이 그룹의 멤버로 가입한 상태이다. 해당 계정에서는 공중파 방송이나 OTT를 불문하고 한국 드라마에 대한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통신원에 눈에 띄었다. 바로 'K-Drama Fans Germany Awards'이다. 그룹 멤버들의 투표를 통해 한국 드라마의 연말 시상식을 개최한 것이다. 자발적인 팬들의 커뮤니티가 재미로 진행한다고 보기에는 꽤나 탄탄한 시스템으로 운영돼 흥미로웠다.
<팬 커뮤니티에서의 연말 시상식을 위한 투표 일정 - 출처: 페이스북 계정(@K-DramaFansGermany)>
투표 대상 드라마는 2021년 10월부터 2022년 11월까지 마지막 회 방영이 마무리된 드라마이다. 살펴보니 투표 항목은 방송국의 연말 드라마 시상식을 방불케 한다. 최고의 신인배우, 조연배우, 주연배우부터 장르별(미스터리·초자연, 역사, 학원물, 액션·범죄, 클래식·로맨스, 코미디 등) 최고의 드라마로 수상 부문이 세분화된 모습이다. 이뿐만 아니라 베스트 우정상, 베스트 키스신, 베스트 커플상, 베스트 악역, 베스트 엔딩, 베스트 신스틸러는 물론 베스트 각본, 연출, 카메라·편집, 세트, OST까지 다양하다. 그룹 멤버들은 각자 원하는 드라마를 후보로 등록할 수 있으며 투표는 1인당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이는 12월 1일부터 30일까지 무려 한 달간 이어지는 긴 프로젝트였다. 항목별 순위에 오른 드라마를 살펴보며 통신원은 독일 팬들의 기호와 특징을 엿볼 수 있었다. 미스터리 장르에서 최고의 드라마는 <내일>, <환혼>, 역사 장르에서는 <환혼>과 <옷소매 붉은 끝동>이 순위에 올랐다. 학원물에는 <지금 우리 학교는>, <시맨틱 에러>, 액션물에는 <군검사 도베르만>, 클래식·로맨스 부문에는 <환혼>, <스물다섯 스물하나>, 코미디 부문에는 <사내맞선>이 득표율이 높게 나타났다. 배우 투표에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선전하는 모습이었다. 베스트 남우 주연으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강태오와 <옷소매 붉은 끝동>의 이준호, 베스트 여우 주연으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박은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이세영이 선정됐다. 베스트 신인은 <우리들의 블루스>의 노윤서, 베스트 조연은 <환혼>의 신승호와 <우리들의 블루스>의 배현성이 차지했다. 앞서 언급된 드라마 외에도 <블랙의 신부>, <안나라수마나라>, <파친코> 등이 후보군에 올라 독일 팬들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베스트 영화는 <20세기 소녀>가, 베스트 예능은 <런닝맨>이 차지했다.
<현지 한국 드라마 팬들의 연말 투표에서 주목받은 한국 드라마들 - 출처: MBC/tvn/MBC>
현지 한국 드라마 팬들이 주최한 연말 시상식을 살펴보며 선호 콘텐츠를 엿볼 수 있었고 자발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팬들의 열정과 에너지도 눈에 띄었다. 특히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후보를 올리고 투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장르와 채널의 다양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독일에서 <옷소매 붉은 끝동>과 <군검사 도베르만>의 경우 비키(Viki)를 통해 시청이 가능하다. <내일>, <사내맞선>, <환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은 넷플릭스로 시청할 수 있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접근성이 넓어지면서 독일 팬들도 더욱 다양한 한국 드라마를 접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사극, SF, 로맨스에 이르기까지 장르를 불문한다. 문화적, 언어적 차이에도 한국 드라마에 대한 장벽이 많이 낮아졌다. 특히 문화적으로 낯설다고 느껴질 수 있는 사극에 대한 현지인들의 애정은 다른 문화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높을 수 있음을 방증한다. 이렇게 다채로운 한국 드라마의 연말 시상식을 여는 독일 팬들을 보며 전 세계 한국 드라마 팬들이 다함께 선정하는 연말 시상식을 상상해본다. 단순히 시청하는 것에 끝나지 않고 전 세계 팬들이 한 해의 한국 드라마를 되돌아보고 함께 평가하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사진출처 - 페이스북 계정(@K-DramaFansGermany), https://www.facebook.com/groups/260405464012870 - MBC 공식 홈페이지, https://www.imbc.com/ - tvN 공식 홈페이지, http://tvn.tving.com/tvn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약력 :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