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부터 9월 16일까지 주말레이시아한국대사관과 말레이시아 국립미술관이 주최한 '한류 전시회'가 국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국내 작가를 비롯한 말레이시아 신진 작가 단체 바투 블라(Batu Belah)가 함께 참여해 양국의 문화 협업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바투블라는 2021년 말레이시아 국립미술관에서 주최한 젊은 현대 작가상(Young Contemporary Art Awards, BMS 21)을 수상하며 말레이시아 미술계의 차세대 주자로 떠올랐다. 이번 '한류 전시회'에 말레이시아 작가로 참여해 말레이시아의 시선에서 바라본 한류의 모습을 회화, 설치 미술 등으로 표현해 주목받고 있다. 통신원은 바투 블라를 이끄는 마라공과대학교 순수예술학과 셰드 잠줄 아카사 교수를 전시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한류 전시회' 말레이시아 작가로 참여한 바투 블라 - 출처: 셰드 잠줄 아카사 교수 제공>
안녕하세요. 바투 블라 소개를 소개해 주세요. 바투블라는 슬랑고르 클랑 바투 블라의 청년 예술 작가들이 모인 단체입니다. 조각, 도기와 자기, 비디오 아트, 벽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 30여 명이 소속돼 있으며 함께 전시, 프로젝트 등을 기획 및 개최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예술가들이 모인 동호회 형태로 시작했으나 코로나19 이후부터 단체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준비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전국적으로 봉쇄령이 시행되면서 예술가 대부분이 설 수 있는 전시가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렸습니다. 바투 블라는 동료 작가들에게 예술을 포기하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다른 작가들과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전시를 함께 시작했습니다. 또한 예술을 매개로 작가와 지역사회를 연결 짓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활동을 추진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있습니다.
<바투 블라는 2021년 홍수 피해 당시 동료 예술가들과 이재민 피해 복구를 지원했다 - 출처: 'Bandar Aktiviti Sini'>
바투 블라는 지역사회와 연계한 활동에도 적극적입니다. 특히 2021년 홍수 피해 당시 바투 블라 스튜디오를 임시 숙소로 제공해 현지 언론의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스튜디오가 있는 바투 블라 지역은 잦은 홍수 범람으로 피해가 많은 곳입니다. 2021년 홍수 피해로 학교가 대피소로 지정됐으나 수용 가능 인원을 초과해 임시 숙소로 바투 블라 스튜디오를 제공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말레이시아 예술가들이 바투 블라 스튜디오로 이재민을 위한 구호물품, 식량 등을 전달하는 등 피해 복구를 지원했습니다. 예술가들이 힘을 합쳐 홍수로 피해를 입은 이재민을 도우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바투 블라는 이외에도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함께 향유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도시에 비해 문화 향유가 어려운 주민들의 문화예술 접근 기회를 늘리고자 아동과 노인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관련 교육 기회를 정기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생활권을 공유한 주민과 작가들의 접점을 넓히는 지역사회 공헌 활동을 늘려가고자 합니다. 바투 블라는 최근 국립미술관에서 한류 전시회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주말레이시아한국대사관과 말레이시아국립미술관이 함께 주최하는 전시회로 많은 관심을 모았습니다. 전시회를 준비하는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그동안 동남아시아 작가들과 협업한 적은 있었으나 한국과 전시를 함께 준비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사실 국립미술관에서 한류 전시회 제안을 받은 당시에는 바투 블라 소속 예술가 중 한 명을 제외하고 다들 한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관련해 주말레이시아한국대사관 관계자, 말라야대학교,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하는 케이팝 팬클럽, 한인타운인 암팡의 한국 교민 등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한류가 지난 20년 동안 말레이시아 음식과 문화, 생활상에 미친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 전통놀이 딱지치기를 모티브로 한 바투 블라의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딱지', '사랑의 자물쇠' 등 한국문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한류에 대한 인식이 작품에 어떻게 반영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케이팝과 아이돌뿐만이 음식, 전통놀이 등 한국과 말레이시아 양국이 연결되는 지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의 딱지치기는 말레이시아 전통놀이와도 닮았습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전통놀이는 말레이시아의 놀이 방법과도 비슷해 말레이시아인들이 한국과 정서적인 유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또한 남산타워 앞 사랑의 자물쇠를 이용한 설치 미술 작품도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양국 국민 간 정서적 유대감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믈라카, 랑카위와 같은 말레이시아 관광지에서도 사랑의 자물쇠가 빼곡히 결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공간이 다를 뿐 연인들이 사랑의 증표로 자물쇠를 거는 애틋한 마음은 문화권의 경계를 뛰어넘기 때문에 연결망의 개념으로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맺게 될 새로운 연대를 담았습니다.지난 20년 동안 말레이시아 음식과 문화, 생활상에 미친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말레이시아 마을(kampung)과 드라마 '겨울연가', 영화 '괴물' 등 한국 문화적 요소를 결합한 작품 - 출처: 통신원 촬영>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문화적 요소를 융합한 바투 블라의 작품을 보며 양국의 상호교류가 더욱 확대되기를 희망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번 전시는 한류를 문화교류의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나 드라마, 케이팝에 대한 말레이시아인들의 관심이 문화예술 교류로 이어져 이번 전시회는 순수미술 분야에 대한 말레이시아인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키는 기회가 됐습니다. 또한 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다 보면 초상화를 열심히 습작하는 학생들을 볼 수 있는데요. 학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케이팝 가수를 그리거나 케이팝을 작품의 일부로 녹여내 작가이자 팬으로서 새로운 미술 교류를 선사합니다. 한류가 초국적 보편성을 지닌 문화현상이 되면서 현지에서는 그 고유성이 확장되고 재구성돼 새로운 교류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한류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인 동시에 공동체를 이룰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습니다. 한국의 전통 도자기를 배우고자 한국을 방문했을 때 미술관과 박물관을 둘러보며 순수미술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반면 말레이시아는 종교적 이유로 예술 검열 및 표현의 자유 침해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국과의 문화교류를 통해 말레이시아 문화산업이 발전을 이뤄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인들은 한국이 지금까지 성취한 문화적 업적을 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한국과 말레이시아가 문화시장 발전을 함께 도모할 수 있는 기회는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양국의 접점인 '한류 전시회' 공간에서 모든 사람들이 즐겁게 작품을 감상하기를 바라며 이를 출발점으로 문화협력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가 확대되기를 기대합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셰드 잠줄 아카사 교수 제공 - 《Bandar Aktiviti Sini》 (2021. 12. 21). Komuniti Seni Batu Belah reaches out to those in need during the floods, https://baskl.com.my/komuniti-seni-batu-belah-reaches-out-to-those-in-need-during-the-floods/ - 바투 블라 스튜디오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lakarlayang.studio), https://www.instagram.com/lakarlayang.studio
성명 : 홍성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말레이시아/쿠알라룸푸르 통신원] 약력 : 현) Universiti Sains Malaysia 박사과정(Strategic Human Resource Manag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