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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팝으로 '덕업일치'

2023-09-15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좋아하는 취미와 직업이 일치된다는 뜻을 가진 신조어 '덕업일치'.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열정을 바치며 즐기면서도 그것을 업으로 삼는 것은 많은 이들이 꿈꾸는 삶이다. 한류 팬들 가운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취미가 수입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세비야의 소피아 한(Sofia Han, 28)은 그 어려운 길을 걷고 있는 이들 중 하나이다. 소피아 한은 2012년 'M5'라는 커버댄스 그룹을 결성해 마드리드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의 본선 무대에까지 올랐다. 2016년 아이콘(IKON)의 <리듬 타(RHYTHM TA)> 무대로 경연 대회에서 첫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세비야의 다른 그룹 '24Seven'과 협업해 새로운 팀을 결성한 뒤 여러 크고 작은 무대에 올라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스페인어 교육을 전공했지만 춤과 케이팝에 대한 열정은 그를 다른 길로 이끌었다. 친구들이 하나둘 선생님의 길을 걷는 가운데 불안했지만 자신이 좋아하고 가슴이 뛰는 일에 배팅을 했다. 케이팝 커버댄스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아카데미를 연 것이다.

사실 케이팝의 인기가 증가하면서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많은 댄스 아카데미에서 케이팝 댄스를 가르치고 있고, 이벤트 일환으로 한국의 유명 댄서가 강좌를 열기도 한다. 소피아 한은 용감하게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 댄스 아카데미 'SH 엔터테인먼트'를 열었다. 일을 저지르기 직전까지 케이팝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그는 사실 외국인을 위한 스페인어 교육 석사를 막 시작한 연도에 아카데미를 차렸다. "어렵지 않았냐?"는 통신원의 질문에 "이미 자신을 팔로우하고 있는 팬들이 자신에게 춤을 배우길 원했기 때문에 비교적 어렵지 않게 시작했다."고 답해다. 별도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입소문을 타 빠르게 수강생이 늘어났다.
(좌)소피아 한이 운영하는 케이팝 댄스 아카데미 수업 (우)소피아 한 프로필 사진 출처 소피아 한 제공

<(좌)소피아 한이 운영하는 케이팝 댄스 아카데미 수업, (우)소피아 한 프로필 사진 - 출처: 소피아 한 제공>


그는 자신이 사랑하고 즐기는 일을 하기 때문에 일하는 것 자체가 힐링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기분이 좋지 않거나 우울할 때에도 학생들과의 수업 시간이 되면 모든 것을 잊게 된다."고 했다. 새롭게 에너지를 얻는 것이다. 이것은 학생들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수업 시간만큼은 세상의 모든 근심 걱정을 잊게 된다는 것이다. 그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케이팝 커버댄스 수업은 쉼표 같은 시간이다.

그는 "학생들이 꾸는 꿈을 응원하고 지지한다."고 전했다. 케이팝을 듣고, 케이팝에 맞춰 춤추는 이들은 모두 '아이돌'이라는 꿈이 얼마나 이루기 힘든 것인지 인지하고 있다. 남들이 들었을 때 자칫 허황되게 들릴 수 있기에 쉽게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지만, 그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라고 했다. 바로 "서로의 꿈을 비웃지 않고 응원하며 돕는 것"이다. 
 

(좌)올해 케이팝 경연 대회에 참여한 나비 (우)나비가 운영하는 케이팝 매거진 출처 (좌)통신원 촬영 (우)k-popmag 홈페이지

<(좌)올해 케이팝 경연 대회에 참여한 나비, (우)나비가 운영하는 케이팝 매거진 - 출처: (좌)통신원 촬영, (우)'k-popmag' 홈페이지>


자신이 좋아하는 케이팝을 통해 유명세를 얻어 다양한 활동 중인 인플루언서 나비(Nabi)도 마찬가지이다. 케이팝 소식지(k-popmag)를 운영하는 그는 현지 한류 팬들 사이에서 유명한, 인스타그램 팔로우 10만을 자랑하는 인플루언서이다. 2019년 그는 자신의 덕질을 함께 나누기 위해 인터넷 매거진을 만들었고, SNS 활동을 통해 한류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했다. 나비는 자신의 유명세를 활용해 유료 콘텐츠들을 제작해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사실 그는 노래하는 것도 좋아해 케이팝 커버도 자주 하는데, 올해 열린 케이팝 월드 페스티벌 본선 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최근에는 동생이 있는 한국을 방문해 유튜브에 한국 여행 브이로그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사실 한류와 관련해 본인만의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은 많다. 하지만 그 취미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나비는 자신은 "운이 좋은 경우"라고 설명하며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흥미로운 콘텐츠를 찾아 스페인어권 팬들을 위해 발 빠르게 편집해 전달하는 것이 핵심"이고, "인스타그램의 팔로워들의 힘이 크다."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유튜브 콘텐츠에 더 많은 노력을 쏟을 예정"이라며 "한류 팬들에게 좋은 길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케이팝으로 꿈을 꾸고 그 꿈을 직업으로 실현하는 것. 어려운 일이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이다. 단순히 좋아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주체적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 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케이팝 인기의 주기가 결코 짧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해 볼 수 있었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소피아 한 제공
- k-popmag 홈페이지, https://www.k-popmag.com/

통신원 정보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