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을 시작으로 한국의 음식, 뷰티, 스타일 등 다양한 콘텐츠와 소비재가 접두사 'K-'를 달고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스페인의 일상에도 한류의 영향이 적지 않다. 마드리드 시내 광장이나 길거리에서는 케이팝 아이돌 그룹의 노래에 맞춰 춤추며 영상을 찍는 어린 청소년들을 항상 볼 수 있고, 카페나 옷 가게에서는 익숙한 케이팝이 흘러나온다. 스페인 최대 백화점 그룹 'El Corte Inglés(엘꼬르떼 잉글레스)'나 최대 화장품 체인점 'primor(프리모르)'와 같은 화장품 가게에서는 다양한 한국 브랜드들이 당당히 '한국 화장품' 섹션에 진열돼 있다. 한국 식당이 많아짐에 따라 '핫도그', '소맥'과 같은 한국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었던 한국의 식문화를 즐길 수도 있다. 갈수록 뜨거워지는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최근 한국문학으로 다가가고 있다. 부커상을 받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로 시작된 관심(스페인 소설가이자 발렌시아에서 소설을 강의하고 있는 알베르토 토레스 블란디나(Alberto Torres Blandina)는 한국문학을 집중 조명하는 기사에서 "한강의 『채식주의자』는 한국문학의 입문서가 됐다."고 평가했다.)은 다양한 한국문학과 작가로 확장되고 있다.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 영화 등으로 인한 한류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을 때만 해도 스페인 서점가에서는 일부 마니아 층을 제외하고는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은 그렇게 크지 않았고, 스페인어로 번역된 한국문학을 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여러 국가 및 기관의 지원 사업으로 다양한 한국문학의 스페인어 번역이 활발해지고 주스페인대한민국대사관 및 주스페인한국문화원의 한국문학을 소개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나 행사 덕분에 현지 독자들에게 더 가깝게 다가가고 있다. 2022년에는 마드리드 베르붐(EditorialVerbum) 출판사에서 삼국시대 문학부터 20세기 현대문학까지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검토하고, 주요 작가들의 전기를 기술한 마우리찌로 리오또 교수의 『한국 문학사』가 출간되기도 했다. 마드리드대학에서 한국문학을 주제로 논문을 쓰고 있다는 라우라(32) 씨는 "한국문학을 깊게 공부할 수 있는 스페인어 자료가 부족한 가운데, 『한국 문학사』는 자신과 같은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 한국 디아스포라 작품들이 소개된 까사 아시아 콘퍼런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처럼 한국문학이 스페인에 대중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가운데, 지난 26일 스페인 외교부 산하 아시아문화 교류 기관 '까사 아시아(Casa Asia)' 마드리드 지부에서 거주국과 모국 사이의 경계의 놓인 이민자 '디아스포라'의 삶이 담긴 아시아문학 작품 콘퍼런스인 '아시아 디아스포라 문학에 대한 접근'이 열렸다. 한중일의 다양한 디아스포라 문학이 소개됐는데, 그중 가장 주목을 받은 작품은 일제 강점기부터 재일 조선인까지 총 4세대의 삶을 다룬 소설 『파친코』였다. 중국문학 연구자이자 아시아문학을 소개하는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는 발표자 글라디 데 라 크루즈는 "물론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작품이겠지만, 아시아 디아스포라 작품 중 누군가가 어떤 작품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파친코』부터 시작하라."고 추천하기도 했다. 재일 조선인 작가 김사량의 1945년 소설 『빛 속으로』부터 고전소설 『심청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바다에 빠진 소녀』, 탈북 작가 이성주의 『거리 소년의 신발』까지 한국 디아스포라 문학이 다양하게 소개됐다. 생각보다 많은 작품들이 스페인어로 번역됐다는 사실에 놀랐는데, 이는 세미나를 청강하러 온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해당 콘퍼런스에는 아시아문학에 관심이 많거나 아시아문학을 공부하는 많은 이들이 찾았는데 그중 아시아언어학을 공부하고 있다는 비올레따(19)는 "스페인어로 번역된 한국문학이 많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다양한 작품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주로 SNS을 통해 한국문학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며, "출판사 홍보가 제한적이어서 많은 또래들이 책을 추천해 주는 SNS를 통해 관련 정보를 얻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스페인 문화체육부의 조사에 따르면 스페인 독서 인구는 지난 10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64,8%의 스페인 국민이 자유 시간에 책을 읽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온라인보다는 동네 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콘퍼런스 발표자와 참석한 이들의 토론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는 결국 "좋은 작품도 홍보가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마니아층이 두터운 중국 및 일본문학 독자들에 비해 이제 알려지기 시작한 한국문학이 스페인에 대중적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지역 서점들과의 연계를 통한 적극적이고 활발한 홍보가 필요하다. 충분한 홍보 채널이 마련된다면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한국문학이 현지에서 더 널리 사랑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스페인 문화체육부 홈페이지, https://www.culturaydeporte.gob.es/actualidad/2023/02/230227-barometro-habitos-lectura.html - 《Valencia Plaza》 (2020. 2. 3). 한국 문학 조명한 발렌시아 언론, K-literatura: algunos libros para adentrarse en Corea, el país de moda, https://valenciaplaza.com/k-literatura-algunos-libros-para-adentrarse-en-corea-el-pais-de-moda
성명 : 정누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페인/마드리드 통신원] 약력 : 현)마드리드 꼼쁠루텐세 대학원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