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출판 시장 최대 규모의 도서전인 제95회 부다페스트 연례 도서 주간(95th Annual Book Week)이 지난 6월 13일 부다페스트 시내 중심에 있는 뵈뢰쉬마티(Vörösmarty) 광장과 비가도(Vigadó) 광장, 그리고 이들 광장에 인접한 도나우 강변에서 개막했다. 이번 도서전은 6월 16일까지 4일간 진행되며 170개의 헝가리 출판 및 유통 업체가 150개의 부스를 통해 참여해 헝가리 출판 시장 현황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주요 행사다. 메인 전시 외에도 저자 사인회, 패널 토론회, 도서 소개, 콘서트 등 다양한 부대 행사가 마련됐다. 헝가리 내 증가하는 종이책 출판주최 측에 따르면 이번 도서 주간을 위해 약 90권의 시집, 소설, 동화 등 수백 권의 책이 새롭게 출간됐다. 헝가리 출판협회(NKKE, The Association of Hungarian Publisherand Book Distributors) 회장 카탈린 갈(Katalin Gál)은 《Hungary Today》와의 인터뷰에서 "요즘 젊은 헝가리인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매해 부다페스트 연례 도서 주간을 위해 출간되는 서적이 증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독서는 선택받은 소수를 위한 것이 되면 안 된다."면서 이번 도서 주간을 통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책의 보급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헝가리 미래를 위해 독서는 필수적"이라며 독서를 통한 사고력 증진을 위해 영유아기부터 책을 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하고 이번 도서 주간 전에서 영유아 및 어린이 도서의 비중이 큰 이유를 설명했다.< 제95회 부다페스트 연례 도서 주간을 방문한 현지인들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어 교재, 한병철 철학 서적 인기헝가리 국내 도서전인 만큼 170개 참여 업체는 대부분 헝가리어 서적을 다루었다. 헝가리어로 번역된 전 세계 문학 서적, 어린이 도서, 교육 및 문화예술 서적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이 전시됐다. 그러나 한국의 문화예술 및 문학을 소개하는 업체는 거의 없었다. 다만 외국어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몇몇 출판 업체에서 한국어 교재를 빼놓지 않고 홍보하는 것을 살펴볼 수 있었다. 독일에 본사를 둔 출판사(PONS) 부스 메인 홍보판에 영어, 독일어, 일본어와 함께 한국어 교재가 소개돼 통신원은 담당자에게 한국어 교육 서적의 인기를 물었다. 출판사 관계자는 "최근 들어 헝가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외국어 교육 서적 중 하나는 한국어 교재다. 아마도 젊은 여성을 중심으로 케이팝이 인기를 얻으면서 한국어 교육 서적의 인기도 높아지는 것으로 추측된다."라고 답했다. 이어 "현재까지 총 3권의 한국어 교육 서적이 출간됐는데 반응이 좋아 올해 9월이나 10월에 새로운 한국어 교재가 출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부스 외에도 외국어 교육 서적을 다루는 여러 업체의 부스에서 한국어 교재는 거의 빠지지 않고 진열돼 있어 헝가리 내 한국어 교육 인기가 실감됐다. 또한 독일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철학자 한병철의 서적이 인기를 끌었다. 인문학 서적을 소개하는 출판 업체의 부스에서는 한병철의 철학 서적이 빠짐없이 진열돼 있었다. 한병철의 철학 서적은 서양철학 대가들의 서적과 함께 많은 업체에서 중심적으로 다뤄져 유럽에서 한국인 철학자가 큰 주목을 받고 있음을 방증했다.< (좌)출판사의 한국어 교재 3종, (우)한병철 서적이 진열된 모습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 문학을 소개하는 업체는 없어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 등 한국의 현대 문학이 헝가리어로 번역돼 유통되고 있지만 아쉽게도 이번 참여 업체 중 한국 작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업체는 없었다. 통신원은 동아시아 문학에 관심이 많아 무라카미 하루키를 비롯한 일본 문학과 중국 문학 작품을 중심으로 부스를 선보였던 출판사 지오펜(Geopen) 대표 에바(Eva)에게 헝가리 내 한국 문학 작품의 인지도 및 관심 여부에 관해 물었다. 그는 "아쉽게도 한국 문학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다. 아마 다른 헝가리 출판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을 통해 외국 서적을 주로 접하는데 앞으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눈여겨볼 생각이다. 하지만 아직 헝가리와 한국 양국 출판업계 간 교류가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아마도 헝가리 내 한국 문학이 활발히 소개되지 않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라고 밝혔다. 헝가리에서 케이팝과 한국 드라마, 한국어 교육 등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 문학은 여전히 출판 시장에서 중심에 서지 못하고 있다. 일본 문학과 중국 문학을 소개는 많지만 한국 문학을 소개하는 현지 출판 업체가 없다는 점은 헝가리에서 한국 문학이 주변부에 머물러 있음을 시사한다. 현지에서 한류가 케이 팝을 필두로 특정 장르의 문화로 인식되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한국 문학, 한국 현대 미술 등 케이팝에 비해 덜 알려진 분야의 적극적인 홍보가 요구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통신원 촬영- 《Hungary Today》 (2024. 6. 6). 95th Annual Book Week Will Be Organizedwith 170 Exhibitors on 150 Stands, https://hungarytoday.hu/95th-book-week-will-be-organized-with-170-exhibitors-on-150-stands/
통신원 정보
성명 : 유희정[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헝가리/부다페스트 통신원] 약력 : 전) 한양대학교 강사, 대안공간 루프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