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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강 작가의 목소리를 아랍에 전한 이집트 번역가 무함마드 나깁(Mohammed Naguib)을 만나다

2024-12-16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무함마드 나깁(Mohammed Naguib)은 수년간 한국문화와 언어에 대한 깊은 열정을 바탕으로 한국 문학을 아랍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한강의 『흰』, 『소년이 온다』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김애란의 단편소설 『달려라, 아비』를 비롯해 다수의 한국 문학 작품을 아랍 독자들에게 소개해 왔다. 의학도였던 그는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여러 번역 프로젝트를 수행하다가 2021년부터 전업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 나깁이 가장 좋아한다는 카이로의 한국 식당에서 촬영한 사진 - 출처: 무함마드 나깁 제공 >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은 어떻게 시작됐고, 특별히 어떤 요소가 당신을 사로잡았나요?
2014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 세계적으로 일어난 학생과 노동 운동에 대해 공부하던 중 한국의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운동을 처음으로 알게 됐습니다. 이 작은 아시아 나라에서 일어난 사건이 제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그때부터 한국 역사와 문화에 대해 알아가고 싶다는 열망이 생겼습니다. 이후 한국어를 공부했고, 201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한 서점의 직원에게 광주 민주화 운동에 관한 책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추천해 주었습니다. 이 소설은 한국어를 공부하는 동안 저와 동행한 책이었고 이와 같은 도서는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과, 언젠가 이 소설을 아랍어로 번역하겠다는 희망을 품었습니다. 

한국 문학을 번역하게 된 여정에 대해 조금 더 말씀해 주시겠어요?
어릴 때부터 독서를 좋아했으며, 아버지께서 책을 많이 사주셔서 항상 새로운 이야기들에 대해 생각하며 자랐습니다. 또한 글쓰기를 좋아해 학교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적도 있습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나서 의료 업무와 병행하며 글쓰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됐고, 소설가가 되기 위한 연습 과정으로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번역 작업을 하면서 그 자체가 큰 기쁨이었습니다. 번역을 통해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배우고 이를 아랍 세계에 소개하는 일은 저에게 큰 보람을 주었습니다. 『소년이 온다』를 번역하게 위해 출판사와 만났을 때 그들은 일단 조금 더 짧은 소설인 『흰』을 번역하자고 제안했습니다. 『흰』 아랍어 번역본은 2019년 9월에 출간돼 아랍 독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 한강 작가의 소설 '흰'의 아랍어 번역본이 출간된 이후 서점에서 - 출처: 무함마드 나깁 제공 >

한국 문학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느낀 특별한 점이나 도전 과제는 무엇이었나요?
한국 문학을 번역하기 시작했을 때 아랍어로 번역된 한국 작품은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와 다른 번역가들은 한국 문학의 다양한 장르를 아랍 독자들에게 처음으로 소개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는 책임감이 따르지만 동시에 큰 기쁨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일이었습니다. 한국 문학은 매우 다채롭고, 특히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하는 것이 제게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특히 한강 작가의 작품은 각각 문체와 내용이 매우 달라서 번역가로서 매번 새로운 도전을 맞이하는 기분입니다. 예를 들어 『소년이 온다』 여러 인물의 시점을 넘나들며 각기 다른 시간대를 다루기 때문에 번역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만큼 매력적인 작업이었습니다. 한강 작가는 인간 내면과 폭력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는 작가로, 작품을 번역하면서 느낀 감정의 깊이는 정말 잊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한국 문학의 다채로움은 저에게 계속해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그 소식을 들었을 때의 감정과 아랍 세계의 반응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기뻤습니다. 한강은 독창적이고 훌륭한 작가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언젠가 노벨 문학상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렇게 젊은 나이에 수상할 줄은 몰랐습니다.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이 전해졌을 때 한국인들의 반응은 매우 뜨거웠습니다. 이는 마치 이집트의 나깁 마흐푸즈가 노벨 문학상을 받았을 때의 열광적인 반응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한강 작가의 수상 이후 아랍 세계에서도 그의 작품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했고, 저에게도 한강 작가와 한국 문학에 대해 묻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한강 작가의 작품 판매량도 아랍 세계에서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집트 문학과 한국 문학 사이의 유사점과 차이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집트 문학과 한국 문학은 모두 여성 작가들이 큰 성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합니다. 두 나라 모두 여성 작가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여성 문제와 인간의 본질, 외로움, 자유와 같은 글로벌한 소재를 다루는 작품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이야기 구조를 탐구하고 실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문학적 흐름은 제가 두 나라 문학을 번역할 때 큰 흥미를 느끼게 하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물론 각 문학의 고유한 문화적 배경은 다르지만,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점에서 두 문학이 서로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번역하고 싶은 한국 문학 작품이나 프로젝트가 있나요?
최근 한강 작가의 최신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를 번역 완료했으며 정보라 작가의 『저주 토끼』와 같은 작품들도 번역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 여성 작가들의 작품을 번역하고 싶습니다. 한국의 판타지 소설 『눈물을 마시는 새』를 번역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해당 작품은 신화적이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아 번역 작업이 쉽지는 않겠지만 아랍 독자들에게 이 독특한 한국의 판타지 세계를 소개할 생각에 매우 기대됩니다.

독자로서, 번역가로서 한국 문학이 가진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한국 문학과 한국문화를 깊이 사랑합니다. 한국 문학은 독창적이고 인간의 내면을 심도 있게 탐구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한강 작가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인간 감정의 세밀한 표현은 매우 감동적입니다.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현재, 한국 독자들도 자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한국 문학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한국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기를 바라며 저 역시 그 과정에서 번역가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진출처: 무함마드 나깁 제공 

	

통신원 정보

성명 : 손은옥[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집트/카이로 통신원]
약력 : 한국문화공간 The NAMU 운영 한국 소개 매체 다수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