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국 작가 한강의 대표작 『채식주의자』가 전 세계 최초로 이탈리아에서 연극으로 공연된다. 이 작품은 다리아 데플로리안(Daria Deflorian) 감독의 손길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한국 문학이 이탈리아 극장에 미친 깊은 영향을 보여준다. 연극 『채식주의자』는 10월 25일부터 27일까지 볼로냐 아레나 델 솔레(Teatro Arena Del Some)에서 이탈리아 초연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10월 29일부터 11월 3일까지 로마의 바쉘로 떼아뜨로(Teatro Vascello), 11월 27일부터 29일까지 뜨리엔날레 밀라노(Triennale Milano), 그리고 이어 내년 1월 28일부터 2월 2일까지 토리노 아스타라 떼아뜨로(Teatro Astra)에서 공연된다.
< 연극 '채식주의자' 이탈리아 투어 포스터 - 출처: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 >
연극 『채식주의자』는 한강의 소설 속 주인공인 영혜의 신비로운 이야기를 다룬다. 영혜는 더 이상 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급진적인 결정을 내리며, 그 과정에서 자신의 신체와 정체성을 식물처럼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한다. 그의 변화는 주변 인물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며 인류의 폭력성과 파괴성을 비추는 깊은 질문을 던진다. 연극 『채식주의자』의 연출가 다리아 데플로리안은 이탈리아 현대 극장의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다양한 극작품을 연출하고 연기해온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볼로냐 극장학교에서 연기 수업을 받은 후 여러 유명 감독들과 협업하며 경력을 쌓았다. 2008년부터는 퍼포머 안토니오 타글리아리니(Antonio Tagliarini)와의 협업을 통해 < Rewind >와 같은 독창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그는 2012년과 2013년 우수 연기자로서 수상(각 UBU 수상, Hystrio 수상)하며 그 능력을 인정받았다. 데플로리안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연출하면서 깊이 있는 캐릭터 탐구와 강렬한 시각적 표현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데플로리안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인간은 해롭고, 살인적이며, 폭력적이다'라는 주제를 탐구하며 결코 생명을 끊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삶의 방식을 거부하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고자 하는 영혜의 갈망을 표현한다. 이는 관객들에게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한강의 문학적 상징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탈리아 극단 인덱스의 일원인 데플로리안은 뛰어난 연출가이자 배우로 한강의 작품에 매료돼 수년간 이 연극을 준비해왔으며 한국문화원과 한국문학번역원의 도움으로 이탈리아어 대본의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 과정에서 소설의 원작을 충실히 반영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전해진다.
< 연극 '채식주의자'의 한 장면 - 출처: 안드레아 피살리스(Andrea Pizzalis) >
이번 연극은 한강의 노벨 문학상이 발표되기 전에 이미 기획돼 있었고 연극 작업도 거의 완료된 상태였다. 데플로리안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연극 작업이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향을 받은 부분은 없다. 우리는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책을 연극화하는 과정에 있어 자유로울 수 있었고 작업하기 좋았다. 이탈리아에서 연극은 뉴스에 잘 나오지 않는다. 기껏해야 문화면에서 짧게 다룬다. 그런데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탈리아 국내외 주요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몰려들고 있다. 11월 말 예정된 밀라노 공연까지 티켓이 매진됐다. 우리의 관객층이 넓어지는 좋은 계기가 됐다."라고 말했다. 『채식주의자』는 이탈리아 내 여러 도시에서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며 2025년에는 토리노에서도 공연될 계획이다. 이 연극은 한국 문학이 이탈리아에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한강의 작품이 이탈리아 극장에서 연극으로 재창조되는 과정은 한국문화의 세계적 확산을 의미하며, 두 문화 간 깊은 교류를 나타낸다. 이탈리아에서의 데뷔와 함께 『채식주의자』는 한국 문학의 위상을 높이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다. 한강의 독창적 서사와 데플로리안의 예술적 감각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연극 『채식주의자』는 관객에게 깊은 감동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공연은 한강의 문학적 성취를 기념하는 동시에 한국과 이탈리아 간 문화적 연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발판이 될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주이탈리아 한국문화원, https://italia.korean-culture.org/ko/760/board/525/read/132449
성명 : 백현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이탈리아/피사 통신원] 약력 : 전) 뮤지컬 <시카고>, <스팸어랏>, <키스미 케이트>, <겨울 나그네>, <19 그리고 80>, <하드락 카페> 등 출연 한영 합작 뮤지컬 작, 연출 현) 이탈리아 Theatre No Theatre 단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