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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정책/이슈] 100년 이상 역사의 전국적 도서 할인 행사

2025-03-26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매년 2월 말이면 스웨덴 전국 서점은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매하려는 고객들로 붐빈다.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100년 넘은 오랜 역사를 가진 전국적 대형 행사 '도서 할인(Bokrea)' 때문이다. 1년에 한 번, 출판사와 도서 소매 업체들은 큰 폭으로 할인된 가격에 도서를 판매한다. 이 전통은 20세기 초 출판사들이 선반에 진열된 도서의 재고를 할인 판매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는 순전히 실용적인 이유였으며 그 당시 할인은 지금과 달리 특정 시점에 전국적으로 진행되지도 않았다. 이른 봄, 한 출판사가 할인 판매를 시작한 이후 다른 출판사들이 잇따라 할인을 진행한 전통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당시 출판사들은 작은 카탈로그로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1929년 카탈로그를 보면 30SEK 정도 하는 책이 50외레(öre)에서 2SEK 사이에 판매됐다. 다만 이때 최소한 5년 이상 된 책만 판매됐다. 2월 15일을 중심으로 도서가 정해진 날짜에 할인 판매되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였다. 20세기 중반부터는 '도서 할인(Bokrea)'은 책을 구매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문학을 전파할 수 있는 전략이자 일종의 문화적 정치 행위로 자리매김했다. 1950년대부터 학교 스포츠 방학(Sportlov; 2월 말에서 3월 초)과 노동자들의 급여 지급 날짜도 고려돼 2월 말 할인이 진행됐다. 이처럼 긴 역사를 지닌 '도서 할인(Bokrea)'은 지금까지도 2월 말에 시작되고 있다.

< 아카데미복셀른의 '도서 할인(Bokrea)' 카탈로그 - 출처: 아카데미복셀른(Akademibokhandeln) >

'도서 할인(Bokrea)' 기간 동안 스웨덴 전역 서점에서는 소설, 요리 책, 논픽션, 아동 도서 등 다양한 종류의 도서에 대한 할인을 제공한다. 아카데미복셀른(Akademibokhandeln), 보커스(Bokus), 아드리브리스(Adlibris)와 같은 도서 소매 업체의 오프라인 매장과 온라인에서 모두 할인 혜택을 찾을 수 있다. 판매 중인 모든 책이 할인되는 것은 아니며 일부 품목에만 할인이 적용된다. 2025년 '도서 할인(Bokrea)'은 2월 25일 화요일부터 시작됐다.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의 책도 할인 품목에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카데미복셀른과 보커스에서 『채식주의자(Vegetarianen)』가 할인 판매되고 있었다. 카탈로그를 보면 299SEK에 판매되던 해당 도서가 99SEK에 판매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화로 약 4만 원대의 책이 약 1만 3천 원에 할인 판매되고 있는 것이다. 스웨덴에서 출판물의 가격은 한국에 비해 훨씬 비싼 편이라 '도서 할인(Bokrea)' 기간에 사고 싶었던 책을 구매하는 것은 현지 소비자들에게 매우 경제적인 전략이다. 이 기간 동안 실물 도서뿐만 아니라 전자책, 오디오북, 퍼즐 등도 할인되며 신간 및 고전 도서도 할인 품목에 포함된다.

< 블레킹에(Blekinge) 지역의 한 아카데미복셀른 매장 - 출처: 'SVT' >

'도서 할인(Bokrea)' 기간 동안 스웨덴 신문, 라디오, 텔레비전은 도서와 서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서점 직원 및 독자를 인터뷰한다. 스웨덴 공영 방송 채널 《SVT》는 도서 할인 행사 첫날 블레킹에(Blekinge) 지역의 한 아카데미복셀른 매장 앞에서 개장 시간 전인 오전 7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시민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중고 물품을 판매하는 가게도 이 기간 동안 도서 할인을 진행한다. 언론사 《Dagens Nyheter(다겐스 뉘헤테르)》는 "도서 할인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라는 기사에서 추천 도서 목록을 공개하기도 했다. 과거와는 다르게 요즘에는 직전연도, 당해연도에 출판된 신간 도서도 종종 할인 판매된다. 해당 기사에서 작가 카린 스미르노프(Karin Smirnoff)는 "2024년 가을 출판된 제 최신 저서가 이번 도서 할인을 통해 99SEK에 판매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씁쓸한 감정을 느낀다."고 전했다. 어느 때보다도 영상 매체가 사람들의 관심을 사로잡아 출판산업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는 요즘, 도서 할인의 전통이 앞으로 또 다른 100년의 역사를 쓸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스웨덴 출판협회 홈페이지, https://web.archive.org/web/20100811135729/http://forlaggare.se/om-bokbranschen/bokrean
- 《Dagens Nyheter》 (2025. 2. 22). Från lagerrensning till utförsäljning av nyutgåvor: ”Bokrean är inte en fest längre”, https://www.dn.se/kultur/fran-lagerrensning-till-utforsaljning-av-nyutgavor-bokrean-ar-inte-en-fest-langre/
- 아카데미복셀른(Akademibokhandeln) 홈페이지, https://www.akademibokhandeln.se/?srsltid=AfmBOoqovdD3WDvtyFwwEg9Wy50-9LdldsHtiPX1dR6pjc1ZLurM1pT8
- Bokus 홈페이지, https://www.bokus.com/
- 《SVT》 (2025. 2. 26). Årets bokfest – bland både nya och gamla böcker: ”Mycket billigare här”, https://www.svt.se/nyheter/lokalt/blekinge/bokfest-bland-bade-nya-och-gamla-bocker-mycket-billigare-har

통신원 정보

성명 : 오수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웨덴/스톡홀름 통신원]
약력 : 현) 프리랜서 번역가, 통역사, 공공기관 조사연구원 전) 재스웨덴한국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