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ELLE Sverige(엘르 스웨덴)》은 2월 24일 "올해의 빅 K-뷰티 트렌드-꼭 확인해야 할 새로운 성분과 제품"이라는 기사를 공개했다. 기사를 쓴 에디터 베로니카 헨릭슨(Veronica Henriksson)은 "K-뷰티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인기가 높고, 2025년에는 그 인기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라고 K-뷰티의 인기를 인정하며 올해 주목해야 할 최신 트렌드와 성분들에 대해 소개했다. 그는 "LED 조명과 마이크로 전류를 활용한 혁신적인 뷰티 기술, 예상치 못한 특성을 지닌 흥미로운 성분, 실제로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재미있고 효과적인 제품. 한국의 스킨케어 제품은 오랫동안 전 세계에 영향을 미쳐 왔으며 시카와 달팽이 성분이 함유된 제품이 모든 욕실 캐비닛을 점령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라며 K-뷰티의 인기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 '올해의 빅 K-뷰티 트렌드' - 출처: 'ELLE Sverige' >
그는 해당 기사에서 핀란드에서 설립된 글로벌 K-뷰티숍 '예뽀앤순수(Yeppo&Soonsoo)'의 스웨덴 매니저인 미아 킴(Mia Kim)을 인터뷰하며 K-뷰티 트렌드에 대해 물었다. 첫 번째 트렌드로 언급된 것은 특이하게도 연어 정자다. 의료 분야에서 오래 사용된 연어 정자에서 추출된 DNA 분자인 폴리디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PDRN) 성분을 소개했다. 이는 콜라겐 생성과 세포 재생을 자극하는 것 외에도 항염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는 "달팽이 점액은 지난 5년 동안 스웨덴에서 큰 트렌드로 인기를 끌었지만 한국에서는 벌써 10년 넘게 상당히 오래 사용된 성분입니다. 이제 화장품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폴리디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입니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두 번째 트렌드로 한국에서 오랜 기간 인기를 끈 쿠션 파운데이션을 언급하며 틱톡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티르티르'의 쿠션 파운데이션을 소개했다. 더불어 토너 패드, 기능성 블러셔가 올해 트렌드 중 하나로 언급됐다.
< (좌)'GLOWiD' 매대, (우)촉촉 세럼 - 출처: 통신원 촬영 >
'GLOWiD'는 한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 설립자가 한국 화장품을 스웨덴에 소개하기 위해 설립한 브랜드다. 홈페이지에서 "왜 한국 화장품인가요? 한국은 여러 면에서 새로운 스킨케어 강국이며 다른 국가보다 스킨케어에 수년 앞서 있습니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안목 있는 뷰티 소비자이며 한국 뷰티 브랜드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성분을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신기술과 함께 피부에도 매우 효과적인 제품을 만들어냅니다."라며 자신들의 비전을 소개하고 있다. 스톡홀름의 대표 백화점인 NK(Nordiska Komapniet; 노르디스카 콤파니엣)에서 3월 17일 GLOWiD의 자체 제작 상품인 '촉촉 세럼(Chok Chok 세럼)' 론칭 이벤트를 진행했다. 선착순으로 세럼을 구매한 200명의 고객들에게 750SEK(약 11만 1,000원) 상당의 무료 상품을 증정하는 이벤트였다. 해당 제품은 한국산 성분을 사용했다. 'GLOWiD'는 홈페이지 제품 설명에서 '촉촉(Chokchok)'은 원래 '보습된'이라는 뜻의 한국어 단어에서 유래했다면서 "오늘날에는 촉촉하고 탄력 있고 촉촉한 피부와 광채가 많은 피부를 설명하는 데 많이 사용됩니다."라고 해당 제품의 이름에 대해 설명했다. K-뷰티 열풍으로 한국어가 스웨덴 브랜드의 자체 제작 상품의 이름으로 사용되고, 스웨덴인 직원들이 영어로 '촉촉'을 발음하며 홍보하는 것은 참 신기한 현상이다.
< 'GlowiD' 매대 - 출처: 통신원 촬영 >
행사 다음 날인 18일 NK 백화점을 방문했을 때 화장품 판매 구역에서 매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해당 브랜드의 제품뿐만 아니라 다른 다양한 한국 브랜드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일시적으로 판매를 진행하는 아주 작은 팝업스토어 느낌이었고, 통신원이 해당 구역을 방문하는 동안 상품을 테스트해 보거나 구경하고 있는 사람은 없었다. 바로 옆의 'CAIA Cosmetics' 구역이 제품을 테스트하는 사람들로 붐비는 것과는 조금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CAIA Cosmetics'는 스웨덴의 대표 방송인이자 인플루언서 비앙카 잉그로소(Bianca Ingrosso)가 설립한 브랜드다.
< 스톡홀름 중심가 백화점 올리엔스(Åhlens)의 K-뷰티 진열장 - 출처: 통신원 촬영 >
또 다른 스웨덴 대표 백화점인 올리엔스(Åhlens)에서는 더 많은 K-뷰티 브랜드를 찾아볼 수 있었다. '코리안 뷰티(Korean Beauty)'라고 소개된 진열장에 놓인 제품들의 몇 배는 되는 양의 다양한 제품들이 실제로 판매되고 있었고, 한국 화장품 판매 구역 자체도 꽤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 놀랐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들이 알만한 브랜드의 종류는 적었다. 한국어 문구가 적혀있다는 사실만으로 'K-뷰티'로 불려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애매한 제품도 많이 보였다. 스웨덴에서는 전과 비교해 온라인 기반 K-뷰티 편집숍 또한 늘어난 추세로 요즘 한국 화장품의 인기를 피부로 체감하고 있다. K-뷰티의 홍수 속 한국인 소비자로서 우려되는 점은 검증되지 않은 '한국 제조' 또는 'K-뷰티'라는 네이밍이 그저 마케팅 수단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화장품을 'K-뷰티'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한국인들이 실제로 즐겨 사용하는 화장품', '포장에 한글이 적힌 한국 콘셉트의 화장품', '한국 브랜드의 화장품', '한국에서 제조된 화장품', '한국산 성분이 함유된 화장품'? 무늬만 K-뷰티인 저품질의 상품이 해외 소비자들을 실망시켜 그동안 부단히 쌓아온 K-뷰티의 명성을 실추하는 억울한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ELLE Sverige》 (2025. 2. 24). Årets stora trender inom K-beauty – nya ingredienserna och produkterna att spana in, https://www.elle.se/beauty/k-beauty-trend-hudvard/10690076 - GLOWiD 인스타그램 계정(@glowid), https://www.instagram.com/p/DHNp5qduZ7e/ - GLOWiD 홈페이지, https://glowid.se/en
성명 : 오수빈[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스웨덴/스톡홀름 통신원] 약력 : 현) 프리랜서 번역가, 통역사, 공공기관 조사연구원 전) 재스웨덴한국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