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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분석] 캐나다가 주목하는 한인 극작가 최인섭의 귀환

2025-05-1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2025년 4월 캐나다 밴쿠버의 소극장 퍼시픽 씨어터(Pacific Theatre)에서 창작자이자 배우인 최인섭(Ins Choi)의 작품 <프리처맨의 아들(Son of a Preacherman)>이 세계 최초로 무대에 올랐다. 신앙과 정체성, 예술과 가족의 관계를 다룬 이 75분짜리 공연은 노래와 시를 아우른 자전적 무대로 캐나다 현지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에서 정식 오픈했다. 중동의 심장부에 문을 열고 한국 문화와 관련 상품을 현지에 소개하며 한류 연관 산업의 중동 진출과 비즈니스 기회를 확장하는 거점이 되겠다는 포부다.
새로운 이야기로 무대에 서는 최인섭 작가가 캐나다 라디오에서 대담을 이어가고 있다

< 새로운 이야기로 무대에 서는 최인섭 작가가 캐나다 라디오에서 대담을 이어가고 있다 - 출처: CBC >

2011년 토론토 소울페퍼(Soulpepper) 극장에서 연극으로 초연된 <김씨네 편의점(Kim’s Convenience)>은 이후 CBC에서 시트콤으로 제작돼 5개의 시즌 동안 캐나다는 물론 전 세계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최인섭(Ins Choi)라는 이름을 캐나다 연극계와 방송계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토론토 한인 이민자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해당 작품은 문화 충돌과 세대 차이, 정체성 혼란 등 복합적인 문제를 유머와 따뜻함으로 풀어내 캐나다의 자부심인 다문화주의의 이상, 즉 '모자이크 사회'라는 개념을 구체적인 서사와 개성 있는 캐릭터를 통해 설득력 있게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씨네 편의점>은 더 나아가 한인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가 특정 커뮤니티를 넘어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백인 중심이던 캐나다 방송 생태계에서 이민자들의 존재를 가시화하며 인식의 지형을 바꾸는 계기를 마련했다. 극중 '아빠' 역할을 맡은 배우 폴 선형 리(Paul Sun-Hyung Lee)는 각종 시상식에서 이 작품이 'Presentative Matter', 즉 존재를 드러냄으로써 존재의 의미를 성립시키는 중요한 문제임을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김씨네 편의점>은 세대 간 갈등과 문화 충돌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통해 캐나다 사회를 구성하는 다수의 이민 가정의 공감대를 형성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캐나다 주류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인종과 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데 선두적인 역할을 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CBC 시트콤 <김씨네 편의점>은 시즌 5를 마치면서 새로운 논쟁의 중심에 섰다. 특히 주연 배우였던 시무 리우(Simu Liu)는 작가진의 다양성 부족, 백인 중심의 제작 구조, 낮은 출연료, 아시아계 캐릭터에 대한 비하적 서사, 그리고 제작 과정에서의 소통 부재 등을 공개적으로 비판했으며 이러한 비판 대상에는 작가 최인섭도 포함됐다. 시무 리우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처음 전한 이 같은 문제 제기는 곧 캐나다 주요 언론은 물론 영국과 전 세계 일간지에까지 소개되며 국제적 주목을 받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아시아인을 향한 폭력이 증가하던 시기 한국계 캐나다인 혹은 아시안 캐나다인들의 스토리텔링이 중요한 한계를 넘지 못한 채 시즌 5로 종영된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시기 동안 최인섭 작가는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긴 시간 침묵을 지켜왔다. 

긴 침묵 후 최인섭이 새롭게 선보인 이번 작품은 그 자신의 더 깊은 이야기를 담아낸 무대였다. 그는 아버지와 할아버지 모두 목사였던 가정에서 자랐으며 토론토 한인 교회에서 보낸 성장기를 이번 공연을 통해 진솔하게 풀어냈다. 최인섭은 세 명의 배우(Rachel Angco, Ben Elliot, Haneul Yi)와 함께 무대에 올라 공동체에 대한 갈망, 문화 속 대표성에 대한 갈증, 그리고 이민자 2세로서 문화 속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소망을 노래와 이야기로 전한다. 밴쿠버 지역 문화 잡지인 《Stir(스터)》는 이번 공연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이번 작품은 세대 간 갈등을 유머와 통찰로 풀어내고, 지나치게 감성적이지 않으면서도 진심 어린 정서를 유지하는 특유의 톤, 그리고 특정한 문화적 경험을 보편적인 공감으로 이끄는 스토리텔링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또한 <프리처맨의 아들> 속 일화들은 때로는 전설처럼 느껴지는 가족의 이야기로 확장되며 한국에서의 탈출, 고난과 승리, 가족에게 씌워졌다는 저주 같은 모티프들이 단편적인 서사로 자연스럽게 녹아들고 그 안에서 가장 강력한 상징으로 자리하는 인물은 아버지이며 그는 주인공의 기억과 은유 속에서 중심축을 이루는 존재로 부각된다."
새로운 작품을 무대에 올린 작가이자 배우인 최인섭 씨의 모습

< 새로운 작품을 무대에 올린 작가이자 배우인 최인섭 씨의 모습 - 출처: 'Stir'/Chelsey Stuyt >

또한 밴쿠버 지역 매체 《The Georgia Straight(조지아 스트레이트)》는 이 공연을 "유머, 음악, 감정의 진폭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자전적 에세이"라고 평가했고 《The Tyee(타이)》는 "이민자 2세로서의 정체성과 신앙, 예술적 소명을 하나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이라며 "그의 컴백은 단순한 복귀가 아닌 창작자로서의 성숙한 전환"이라 평했다. 

따라서 그의 오랜 침묵은 단순한 후퇴가 아니었고 다시금 말할 수 있는 이유와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는 C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롭게 시작하게 된 인상적인 장면을 이야기했는데 꿈속에서 예수님이 그의 이마를 툭 치며 물었다고 한다. "넌 뭘 잘하니? 뭘 좋아하니?" "연기요, 글쓰기요." "그럼 그걸 해.” 이 대화는 단순한 일화가 아니라 그의 예술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상징적 장면이다. 그는 다시 펜을 들었고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무대에 올렸다. 그것이 바로 <프리처맨의 아들(Son of a Preacherman)>이다. 

최인섭은 다시금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이 땅에서 예술가로, 이민자로, 기독교 신앙을 지닌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 캐나다라는 나라의 서사는 누구의 이야기로 채워질 것인가? 소수자의 서사는 여전히 유효하며 어떤 방식으로 다시 이들의 목소리가 들려질 수 있을 것인가?'

그가 더 이상 <김씨네 편의점>의 성공에 머물 수 없는 이유는 그 작품이 남긴 성취와 한계를 넘어 또 다른 이야기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더 깊고 내밀한 이야기로 공감의 지평을 넓히고 소수자의 서사가 다시금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여는 그의 시도는 <김씨네 편의점> 이후의 성찰과 용기로 이어지는 새로운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 메시지는 궁극적으로 더 많은 이들의 삶이 예술의 언어로 표현되고 또 존중받아야 한다는 공동의 목소리로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Stir》 (2025. 4. 7). Review: Ins Choi delivers soul-baring sincerity in Son of a Preacherman, https://www.createastir.ca/articles/review-ins-choi-son-of-a-preacherman-pacific-theatre
- 《The Georgia Straight》 (2025. 4. 3). Ins Choi is back in his happy place with Son of a Preacherman, https://www.straight.com/arts/ins-choi-is-back-in-his-happy-place-with-son-of-a-preacherman
- 《CBC Arts - Q with Tom Power》 (2025. 4. 4). Ins Choi felt destined to become a pastor—until Jesus came to him in a dream, https://www.cbc.ca/arts/q/ins-choi-felt-destined-to-become-a-pastor-until-jesus-came-to-him-in-a-dream-1.7449247

통신원 정보

성명 : 고한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캐나다/토론토 통신원]
약력 : 현) 해밀턴 공립 도서관(Hamilton Public Library) 사서 보조 전) 캐나다 한국학교연합회 학술분과위원장, 온타리오 한국학교협회 학술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