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대표 사회문화 월간지《ZNAK》가 2025년 4월호에서 한국을 집중 조명했다. 이번 특집은 한국의 정치, 사회, 종교, 문학, 대중문화 등을 폭넓게 다뤘으며 한반도를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깊이 있게 분석했다. 특히 케이팝과 한국 문학의 연계, 저출산 문제, 샤머니즘과 종교적 다원성 등 폴란드 독자들이 잘 알지 못했던 주제를 소개해 이목을 끌고 있다. 편집장 마테우시 부르지크는 사설 "미래로부터의 엽서"에서 어린 시절 삼촌이 북한 평양에서 보낸 엽서를 회상하며 당시 체험한 정치적 선전의 위력을 소개했다. 부르지크는 북한의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오늘날 한국이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가 단지 케이팝이나 관광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눈부신 기술 발전과 화려한 도시 풍경 이면에는 불평등, 경쟁 사회, 극심한 저출산 문제 등이 도사리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아그니에슈카 클레사-신은 저출산 문제에 대해 깊이 있게 다뤘다. 그는 한국의 출산율이 2024년 기준 0.75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임을 지적하며 정부가 다양한 출산 장려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사회 구조적 압박이 여성들을 출산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일부 지역 여성 인구를 지도에 표시하는 정부의 시도는 오히려 반감을 사기도 했다. 직장과 가정을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 높은 교육열로 인한 육아 부담, 주택 가격 상승 등은 모두 청년층의 결혼과 출산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 한국 특집으로 발행된 월간지 'ZNAK' 4월호 - 출처: 월간지 ZNAK 페이스북 계정(@miesiecznik.znak) >
한편 이번 호에서는 케이팝과 문학의 만남이 매우 흥미롭게 조명됐다. 케이팝 아이돌은 단순한 음악인이 아니라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문화 리더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BTS 알엠은 꾸준히 문학 작품을 소개하며 팬들과 지적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그가 소개한 시집이나 철학 서적은 판매량이 급증해 'RM 효과'로 불리기도 한다. 이외에도 레드벨벳 아이린, 블랙핑크 지수 등이 『82년생 김지영』을 추천하며 여성 문제에 대한 대화를 확산시켰다. 이 작품은 특히 한국 사회의 성차별 현실을 고발하는 내용으로 케이팝 아이돌의 공개 지지는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아이돌이 단순히 상품화된 연예인이 아닌 독립적인 사유와 정치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체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한국문화의 성숙도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더불어 최근에는 문학뿐만 아니라 인문학적 관심이 확산되면서 팬들 사이에서 책 읽기 문화가 활발하게 퍼지고 있다. 이는 K-문학과 출판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문학에 대한 젊은 세대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촉진제가 되고 있다.
< 한국 특집으로 발행된 월간지 'ZNAK' 4월호 - 출처: 월간지 ZNAK 페이스북 계정(@miesiecznik.znak) >
또한 최근 한국에서 진행된 정치 시위에서도 케이팝 팬덤은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이유, 유리(소녀시대), 미아(Everglow) 등은 시위 현장에 물품을 지원하거나 커뮤니티 내 기부를 주도하며 시민 사회의 일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이러한 현상은 대중문화와 사회 운동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케이팝 팬덤은 음악 소비 집단을 넘어 정치적 연대와 행동을 실현하는 새로운 사회적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조직력과 정보 공유, 빠른 행동력은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현상이다. 이러한 문화적 흐름은 국제 학술적 관심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대학에서는 케이팝과 한국 문학, 페미니즘, 젠더, 문화산업의 교차 지점을 다루는 세미나와 논문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이 단순한 문화 수출국이 아니라 세계 담론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이처럼 『ZNAK』 4월호는 한국의 문화적 다층성과 그 속에 담긴 사회적 긴장, 변화를 날카롭게 포착해냈다. 한국은 단지 '한류'로 대표되는 트렌디한 이미지가 아닌 복잡한 역사와 정치, 종교, 젠더, 세대 갈등이 공존하는 사회임을 입증한 것이다. 이번 특집은 폴란드 독자들에게 한국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으며 향후 한국과의 문화 교류 및 담론의 확대를 기대하게 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월간지 ZNAK 페이스북 계정(@miesiecznik.znak), https://www.facebook.com/miesiecznik.znak
성명 : 김민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폴란드/바르샤바 통신원] 약력 : 에피소든 운영 총책임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