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홈페이지와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의 거리예술 공연 프로그램을 아이들의 가을방학에 맞춰 4월 12일부터 17일까지 운영한다."고 전했다. 바로 '한국 거리예술 - 댄스 앤 브레이킹(Korean Street Arts – Dance and Breaking)'이다. 프로그램 참가팀은 한국의 실력파 거리예술그룹인 에이런크루(A-Run Crew)와 리타이틀(LETITLE)이다. 통신원은 시드니 공연을 무사히 마친 리타이틀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을 마친 거리공연그룹 리타이틀 - 출처: 통신원 촬영 >
리타이틀이라는 그룹명이 굉장히 독특하고 인상적입니다. 이 이름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요?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의미도 궁금합니다. 리타이틀은 저희가 추구하는 '다양성(Diversity)'을 담은 이름입니다.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우리만의 방식으로 풀어내며 다양한 요소를 자유롭게 융합해 새로운 움직임과 장르를 만들어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리타이틀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각 멤버가 함께하게 된 계기도 들려주세요. 저희는 같은 대학교 동문 출신입니다. 각자 다른 방향에서 움직임을 연구하다가 한계점을 느끼고 함께하면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제가 멤버들을 하나하나 설득해 모으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찬희가 만들었던 팀에서 출발해 지금의 리타이틀로 이어졌습니다. 멤버들끼리는 길게는 8년 이상, 짧게는 7년 정도 함께한 오래된 인연입니다. 처음 거리공연 예술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처음부터 거리공연 예술을 하자고 모인 팀은 아니었어요. 각자가 하고 싶은 춤을 함께 풀어내며 서로에게 도움이 되자는 마음으로 모였죠. 그러다 2018년에 거리공연 예술을 접하게 됐고 그때 거리의 매력을 깊이 느꼈어요. 변화하는 환경, 날씨, 하늘, 그리고 그에 반응하는 관객들까지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관객이 배우가 되기도 하는 특별한 경험이 저희가 전하고자 하는 가치와 맞닿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거리공연 예술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게 된 것 같습니다.
< 작품 '목적'을 선보이고 있는 리타이틀 - 출처: Anna Kucera 제공,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인스타그램 계정(@sydneyoperahouse) >
현지에도 거리 예술가들이 많잖아요. 한국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사실 호주에서 거리예술을 직접 본 적은 없어 정확히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각 나라마다 거리예술이 가진 특색이 다릅니다. 거리예술은 문화적 특징을 잘 반영하죠.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공연을 하면서 느낀 점은 이곳은 관광지라 관객들의 목적이 뚜렷하지만 그럼에도 저희 작품이 그들의 시선을 끌고 새로운 경험을 선사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저희의 움직임과 음악, 공간 구성을 통해 한국적인 정서를 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리타이틀만의 예술적 정체성이나 철학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무용과 움직임을 기반으로 다양한 이야기와 방법론을 융합해 하나로 녹여내는 '다양성'을 가장 중요한 정체성으로 삼고 있습니다. 거리예술 그룹으로서 몸을 매개로 지형지물, 관객, 그리고 변하는 환경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내고 일상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전달하며 공감받고자 합니다. 이런 움직임과 호흡 속에서 리타이틀만의 철학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 작품 '목적'을 선보이고 있는 리타이틀 - 출처: Anna Kucera 제공,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인스타그램 계정(@sydneyoperahouse) >
거리라는 공간은 리타이틀의 작업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한편으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거리예술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시민 관객들의 즉흥적인 반응과 이동 동선입니다. 저희는 주로 이동형 퍼포먼스를 진행하는데 관객들이 어떤 방향으로 이동할지, 어떻게 반응할지는 매번 달라요. 평소 다양한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을 하지만 공연 당일에는 그날의 분위기나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기도 하죠. 예측 불가능성 속에서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대처해야만 하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공연에 임하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이 거리예술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선보인 프로젝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무엇인가요? 이번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선보인 <목적>입니다. 이 작품은 저희의 데뷔작이자 동시에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목적>은 저희가 지향하는 정수와 가치, 그리고 그동안 공부해 온 거리예술의 방향성과도 가장 잘 맞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현장성, 장소성과 같은 거리예술의 중요한 요소를 모두 담아낼 수 있었어요. 특히 관객과 함께 작품을 구성해 나가는 과정, 일상성이 묻어나는 공간 안에서 관객들과 함께 움직여 나가는 경험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목적>은 리타이틀을 가장 잘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시도해 보고 싶은 새로운 형식이나 주제가 있나요? 작품 활동뿐만 아니라 다양한 행사도 기획 및 운영하고 있습니다. 거리예술이 더 대중화되기를 바라는 소망 때문인데 이는 팀 전체가 함께 공유하는 목표이기도 합니다. 민간 축제를 만들거나 공공 공간 예술을 대중과 더욱 가깝게 연결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어요. 거리예술은 사람들과 가까워야 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관객과 아티스트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장소와 행사를 지속적으로 기획하며 동시에 새로운 작품을 꾸준히 만들어가는 단체가 되고자 합니다. 작품적으로는 몸을 매개로 장소성과 관객을 연결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와 메소드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시도로 언젠가 여러분께 새로운 작품을 선보일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시드니 공연을 마친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희 대표작이자 데뷔작인 <목적>을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에서 선보이게 되어 정말 영광이었습니다. 장기간 공연을 진행한 것도 처음이라 체력과 실력, 즉흥적 대응 모든 면에서 많이 성장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무대와 거리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온 세상이 무대'라는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던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특히 시드니에서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관객들과 거리의 요소들을 만나며 특별한 경험을 쌓을 수 있었어요. 앞으로는 한국으로 돌아가 수원과 제주도에서 새로운 작품을 발표할 예정이고 <목적> 해외투어를 통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날 계획입니다. 거리예술그룹 리타이틀은 작품 <목적>을 통해 한국의 또 다른 예술 장르인 'K-스트릿 아트(K-Street Arts)'를 현지에 알렸다. 몸을 매개로 다양한 예술적 시도를 이어가는 리타이틀이 데뷔작을 비롯한 다양한 작품을 통해 지속적으로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해 나가는 모습을 그려본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 Anna Kucera 제공 -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 인스타그램 계정(@sydneyoperahouse), https://www.instagram.com/sydneyoperahouse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약력 : CMRC(Community Migrant Resource Centre) 가족 서비스 프로젝트 관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