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도 어린이의 날을 기념하는 문화가 있다. 일본의 어린이날은 '코도모노히(こどもの日)'라고 불리며 어린이를 의미하는 '코도모(こども)'와 날을 뜻하는 '히(日)'라는 일본어가 조합된 표현이다. 쇼와 23년(1948년)부터 '어린이들의 인격을 존중하고 행복을 증진하며 어머니에게 감사하는 날(子どもの人格を重んじ、子どもの幸福をはかるとともに、母に感謝する日)'로 공휴일로 지정됐다. 어린이날의 의미와, 공휴일이라는 점에서는 한국의 어린이날과 유사하다. 하지만 일본의 어린이날은 한국과 달리 특히 남자 어린이들의 건강과 안녕을 축복하는 날로 통한다. 일본에서는 성별에 따라 어린이날을 나눠 기념하는 셈이다. 3월에 여자아이들의 행복과 건강한 성장을 기원하며 축하하는 날인 '히나마츠리(ひな祭り)'가 있는 만큼 5월은 남자아이들의 행복한 건강한 성장을 기념하는 날로 지정됐다. 일본은 성별의 나눠 어린이들의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문화를 지니고 있다. 3월 '히나마츠리'를 맞아 히나인형을 장식한다면 5월 어린이날에는 어떤 독특한 문화가 있을까? 먼저 빠르면 4월 중순부터 5월 초까지 일본의 가정집과 거리에는 어린이날을 맞아 대나무 장대에 거대한 물고기를 건 코이노보리(鯉のぼり)가 설치된다. '히나마츠리'에 히나인형이 빠질 수 없듯 코이노보리는 일본의 어린이날을 상징하는 필수 장식이다.
< 성별에 따라 어린이날을 나눠 기념하는 일본(히나인형과 갑옷 투구 인형) - 출처: 통신원 촬영 >
특히 많은 물고기 종류 중에서도 잉어(鯉; 코이)가 걸리는 이유는 중국의 전설에서 유래됐다. 중국의 황허강을 거슬러 상류의 용문(龍門)까지 다다른 잉어는 하늘로 승천할 수 있는 용이 된다는 전설인 등용문(登龍門)에서 유래됐다고 전해진다. 마치 잉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바람이 불면 코이노보리는 푸른 하늘 위를 난다. 자유롭게 날아가는 코이노보리를 보며 일본인들은 남자아이들이 잉어처럼 건강하고 힘차게 미래를 향해 날아가기를 바라는 것으로 짐작된다.
< 일본의 가정집에 설치된 코이노보리 - 출처: 통신원 촬영 >
또한 5월이 다가옴에 따라 일본 내 상점마다 코이노보리 및 무사 관련 장식을 그린 다양한 엽서들이 판매되고 있다. 어린이날이 되면 무사 인형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 이유는 중국에서 5월 5일에 악령을 쫓아내기 위한 행사가 일본에 전해지면서 어린이날로 지정된 유래와 관련이 있다. 《saiseich.com》에 따르면 헤이안 시대(794~1185년) 재앙을 쫓기 위해 붓꽃(菖蒲; 쇼부)과 쑥으로 처마를 장식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으며 붓꽃을 의미하는 일본어 발음이 무술을 존중한다는 단어의 발음(쇼부, 尚武)과 같았기 때문에 소년들의 성장과 발전을 기원하는 사무라이 사회의 행사가 됐다. 또한 갑옷과 투구(かぶと)는 자기보호의 도구인 만큼 남자아이들이 재해로부터 보호돼 지혜롭고 안전하게 자라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자연재해가 비교적 빈번한 일본에서는 아이들이 재해로부터 안전하길 바라는 마음이 더욱 강조되는 만큼 어린이날에는 무사 인형을 장식하고 관련 그림이 그려진 엽서를 아이들에게 선물하게 됐다.
< 일본 상점에서 판매 중인 어린이날 기념 엽서 - 출처: 통신원 촬영 >
한국에서는 성별과 관계없이 어린이날을 모든 어린이들을 위한 날로 기념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성별에 따라 나눠 기념하는 문화를 지닌 만큼 여자아이가 없는 집에서는 '히나마츠리'를 기념하지 않으며 남자아이가 없는 집에서는 '코도모노히'를 기념하지 않는다는 점이 신선함을 준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만큼 한국과 일본에는 비슷하고도 다른 문화가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일본에서도 모든 어린이들을 위한 날로 바뀌려는 변화의 바람도 불고 있지만 아직까지 '코도모노히'는 본래의 의미대로 '남자아이들의 날'로 통하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saiseich.com》 (2025. 4. 27). こどもの日とは?由来・意味・過ごし方までわかりやすく解説, https://saiseich.com/lifehack/whats_kodomonohi/#google_vignette
성명 : 남승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일본(오사카)/오사카 통신원] 약력 : 자란다 일본어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