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내 한국 음식 인기는 이제 일반 슈퍼마켓에서도 실감할 수 있다. 최근 벨기에에서 불닭볶음면과 함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한국 식품은 비비고 만두다. 비비고 만두가 없는 슈퍼마켓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로 대부분의 대형 슈퍼마켓 체인에서 비비고 만두를 판매하고 있다. 슈퍼마켓마다 비비고 만두의 종류와 양이 상당해서 그 인기가 얼마나 높은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유럽 회사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아시아 만두 제품보다는 가격이 좀 더 비싸지만 벨기에에서 한국 식품은 이미 맛과 질이 보장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 가격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벨기에의 대표적인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알베르트 헤인(Albert Heijn)은 다양한 한국 식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러 종류의 한국 라면 판매는 물론 고추장, 쌈장, 양념 소스, 과자, 만두, 떡볶이, 김치 캔까지 한국에서 직수입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슈퍼마켓은 한국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자체적으로 한국 요리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노력한다. 고추장 소스를 이용한 비빔밥과 김치를 곁들인 요리 밀키트를 만들었으며 한국 닭고기 요리를 인용한 다양한 인스턴트 식품을 출시했다. 이 같은 제품은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는 형태로 바쁜 일상 속에서도 쉽게 한국식으로 한 끼를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 김치를 곁들인 요리 밀키트 – 출처: 통신원 촬영 >
최근 알베르트 헤인의 새로운 한국 식품 도전은 김치다. 이미 한국산 김치 캔을 판매하고 있음에도 자체적으로 현지에서 직접 만든 김치를 출시한 것이다. 작은 용량의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판매하는 해당 김치의 가격은 3.99유로(약 6,300원)다. 김치는 배추와 당근으로 만들어졌다. 보기에는 일반 김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직접 맛을 보니 짠맛이 너무 강해 그냥 먹을 수 없을 정도였다.
< 벨기에 슈퍼마켓에서 자체 생산해 판매하는 김치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렇게 현지 슈퍼마켓에서 직접 생산한 김치는 가격도 저렴하지 않고 맛도 부족하지만 벨기에에서도 한국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김치는 벨기에인들에게 호불호가 확실한 한식이라서 그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오히려 현지 슈퍼마켓에서 자체적으로 생산 및 판매할 정도로 김치에 대한 벨기에 내 관심도가 이미 상당하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벨기에에서 한식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을 통한 한류 콘텐츠의 확산과 함께 한국의 식문화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커지면서 다양한 한국 음식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김치 제품 출시는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한국 식품이 현지 시장에서 지속적인 입지를 다져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특히 대형 유통 업체가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을 직접 생산하는 방식을 도입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미 고추장을 이용한 다양한 한국 요리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선보였는데, 이제는 김치까지 자체 개발하는 적극적인 전략을 펼치며 현지 소비자들에게 접근한 것이다. 이를 통해 레스토랑에 가지 않아도 가정에서 손쉽게 다양한 한식을 즐길 수 있는 식문화를 이끌고 있다. 한식당이나 한식 워크숍 등에서 체험한 한식의 맛을 이제는 대형 마트에서도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는 수준까지 확대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변화는 한식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형성과도 연결돼 향후 벨기에에서 한류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성명 : 고소영[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벨기에/겐트 통신원] 약력 : K-Heart 대표, 겐트대학교 African Languages and Cultures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