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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찬, 싱가포르 식탁을 점령하다

2025-09-18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싱가포르의 낮과 밤을 수놓는 화려한 도심 풍경만큼이나 이곳의 식탁 풍경 또한 다채롭다. 중국, 말레이시아, 인도 요리가 어우러진 독특한 페라나칸 문화의 중심지 싱가포르에서 최근 K-푸드의 존재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주로 한인타운이나 전문 한식당에서만 접할 수 있었던 한국 음식이 이제는 싱가포르인들의 일상생활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특히 길거리 음식의 대명사였던 김밥, 떡볶이, 닭강정을 넘어 한국 가정식의 핵심인 반찬이 싱가포르인들의 식탁에 오르는 횟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다.
싱가포르 마트에서 판매 중인 닭강정, 떡볶이, 김밥 등의 한식 싱가포르 마트에서 판매 중인 닭강정, 떡볶이, 김밥 등의 한식

< 싱가포르 마트에서 판매 중인 닭강정, 떡볶이, 김밥 등의 한식 - 출처: 통신원 촬영 >

이 같은 현상은 한류의 문화적 파급력이 음식이라는 가장 본질적인 생활 영역까지 확장됐음을 시사한다. 단순히 케이팝이나 한국 드라마를 감상하는 것을 넘어 그들이 TV 속에서 즐겨 먹던 음식을 직접 경험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해진 것이다. 싱가포르 현지 매체와 소셜미디어에서도 김치, 멸치볶음, 어묵볶음, 오징어채, 장조림 등 한국의 반찬에 대한 리뷰와 구매 후기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K-반찬이 싱가포르 가정에 스며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유통망의 혁신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싱가포르 내 한국 마트의 수는 손에 꼽을 정도였지만 '샤인 코리아', '이마트', '한인마트' 등 다양한 규모의 한국 식료품점이 주요 쇼핑몰이나 주거 단지 근처에 자리 잡으면서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이들 마트는 신선한 채소와 육류는 물론 한국에서 직수입한 냉동식품과 간편 반찬을 대거 구비해 현지인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판매 중인 한국 반찬 싱가포르에서 판매 중인 한국 반찬

< 싱가포르에서 판매 중인 한국 반찬 - 출처: 통신원 촬영 >

오프라인 매장의 성장에 더해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역할 또한 절대적이다. 싱가포르 최대 온라인 마켓인 라자다(Lazada)나 쇼피(Shopee)에서 'Korean banchan'을 검색하면 수십 가지의 상품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한국 CJ제일제당의 '비비고'를 비롯한 여러 브랜드가 현지 시장에 특화된 간편 반찬을 선보이며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이들 제품은 진공 포장돼 보관과 조리가 편리하고 한국 본토의 맛을 그대로 재현해 현지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고 있다.
라자다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인 한국 반찬 및 간편식 라자다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인 한국 반찬 및 간편식

< 라자다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인 한국 반찬 및 간편식 - 출처: 라자다(Lazada) >

더욱 흥미로운 점은 대기업의 대량 생산 제품 외에도 이곳에서 직접 반찬을 만들어 판매하는 곳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려정', '리마트' 등 몇몇 온·오프라인 매장은 갓 만든 따끈한 반찬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현지인들에게도 유명하다. 특히 간장게장, 젓갈류와 같이 현지에서 생소한 반찬까지 판매하고 있다는 사실은 싱가포르인들의 한식에 대한 관심이 깊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싱가포르의 한식당에서는 메인 메뉴를 주문하면 다양한 반찬을 무료로 제공한다. 이는 현지에서 생소한 문화로, "이곳 싱가포르 동료들이 한국 식당을 좋아하는 이유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다양한 반찬 때문"이라는 말도 들은 적이 있다. 무료로 반찬을 주는 문화는 싱가포르 현지인들에게 한식의 매력을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치, 콩나물이나 시금치무침, 잡채 등 여러 가지 반찬을 맛보며 한국 음식의 다채로움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집에서도 한국 반찬을 즐기고 싶은 욕구로 이어졌고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에서 간편하게 반찬을 구매하는 소비 습관을 형성하게 만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한국 반찬 싱가포르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한국 반찬

< 싱가포르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한국 반찬 - 출처: 리마트(LEEMART), 워스 유어 솔트(Worth Your Salt) >

과거 '한국 반찬'하면 싱가포르인들에게는 김치가 전부였다. 그러나 이제는 멸치볶음, 장조림, 어묵볶음 등 훨씬 더 다양한 종류의 반찬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매콤 달콤한 오징어채는 밥반찬은 물론 술안주로도 인기가 높아 현지 마트에서 빠르게 재고가 소진되는 효자 품목이 되고 있다. 이처럼 K-푸드가 외식산업을 넘어 가정식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은 한국의 식문화가 싱가포르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다. 이는 한류의 지속적인 파급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앞으로 더 많은 한국 식품 기업들이 현지 시장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케이팝이 전 세계를 휩쓸었듯 K-반찬은 싱가포르의 식탁을 점령하며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
- 라자다(Lazada) 홈페이지, https://www.lazada.sg/
- 리마트(LEEMART) 홈페이지, https://leemart.sg/
- 워스 유어 솔트(Worth Your Salt) 홈페이지, https://www.worthyoursaltsg.com/

통신원 정보

성명 : 신보라[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싱가포르/싱가포르 통신원]
약력 : 노보진(NovogeneAIT Genomics Singapore Pte.Ltd.)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