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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국 뮤지션이 본 케이팝과 <케이팝 데몬 헌터스>

2025-09-19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LA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 캐빈 홈즈(Kevin Holmes)와 케이팝, 그리고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의 음악적 배경과 현재 활동에 대해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제 이름은 케빈 홈즈(Kevin Holmes)입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음악을 시작했으며 고등학교 때 밴드 활동을 통해 뉴웨이브와 펑크 및 포스트 펑크 음악을 연주하며 제 자신을 표현했습니다. 그 시절 음악은 저의 정체성이 됐고 때로는 반항적인 청소년 음악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후 정식으로 음악을 공부하면서 악보를 읽고 다양한 장르를 연주할 수 있게 됐고, 재즈를 공부하며 하우스 밴드 멤버로 주 단위 공연을 하며 실력을 쌓았습니다.  같은 TV 프로그램을 위해 작곡을 하기도 했습니다. 40대 이후에는 금융 자문가로 전업했는데 이는 음악계에서 계약 협상을 하며 쌓은 사업 감각을 바탕으로 한 전환이었습니다. 현재는 엔터테인먼트 및 예술 관련 고객을 전문으로 하는 재무 자문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밴드(AM Radio Hits)와 솔로 공연을 병행하며 음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밴드 멤버로도, 솔로로도 공연을 하고 계신 거네요?
네, 최근에는 제 스스로 쓴 곡들을 연주하며 활동하고 있습니다. 솔로 공연자로 무대에 서기도 하고, 제 밴드(AM Radio Hits)와 함께 공연하기도 합니다. 밴드 공연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고 솔로로는 일주일에 여러 차례 무대에 오릅니다. 혼자 공연하는 것이 저에게는 더 수월하지만 앞으로는 밴드와 함께하는 활동을 좀 더 늘리고 싶습니다. 저희 밴드는 3인조로 드럼에는 데니스 새프렌(Denis Saffren), 베이스와 보컬은 소니아 산체스(Sonia Sanchez)가 있고 기타는 제가 맡고 있습니다. 장르는 록이며 무대 위에서는 에너지가 넘칩니다. 현재 새 앨범을 준비 중이고 곧 발매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곧 할리우드의 액티비스트 키친(Activist Kitchen)과 로스앤젤레스의 더 민트(The Mint)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며 앞으로 다른 공연장에도 섭외되기를 희망합니다.
밴드에서 자신이 맡은 악기인 기타를 연주해보이고 있는 캐빈 홈스

< 밴드에서 자신이 맡은 악기인 기타를 연주해보이고 있는 캐빈 홈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미국 내 인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보셨는지요? 
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음악을 좋아합니다. 제작이 매우 정교하고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반복적인 베이스와 강렬한 리듬 섹션을 중심으로 한 댄스 음악이기에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 같습니다. 멜로디는 전형적인 팝 스타일로 자주 반복되는 짧은 후크들이 있습니다. 곡의 구조는 예측 가능한 팝 음악의 틀을 따르지만 가끔씩 독특한 변화를 주어 청중의 흥미를 끌기도 합니다. 하지만 팝 음악의 울타리를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또한 이 노래들의 주제는 대체로 긍정적이고 자기 강화적인데 예컨대  같은 곡이 그렇습니다. 이는 젊은 세대에게 크게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자기 사랑과 포용을 강조하며 이는 좌절과 소외를 다루던 초기 그런지 밴드(grunge bands)의 메시지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당시 젊은이들은 종종 암울하고 억압적인 미래를 마주하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지금 세대는 훨씬 더 수용적이며 협업에 열려 있습니다. 또한 케이팝 문화는 금융적 성공, 브랜드 협업, 풍요, 그리고 정신적 웰빙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사실 젊었을 때는 상업주의, 브랜딩, 재정적 성공을 불신했고 돈을 위해 신념을 버리는 '영혼의 매각(selling out)'으로 보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시대입니다. 제가 잘 모르는 문화적 레퍼런스는 친구가 설명해 주었는데 전통 요소와 현대 대중음악이 결합된 점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한국의 음식과 패션은 이미 서구에서도 친숙하기 때문에 낯설지 않았습니다. 

그전에도 케이팝을 들으셨는지요?
네, 저는 BTS 같은 보이그룹 음악을 들어보았습니다.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고 음악적으로도 즐겁게 듣습니다. 다만 제 취향에는 조금 지나치게 매끈하게 다듬어진 느낌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태평소 같은 전통 악기가 케이팝에 활용된다면 훨씬 흥미롭고 멋질 것 같습니다. 케이팝은 청소년들이 더 큰 꿈을 꾸고, 야망과 상업적 성공에 대한 욕망, 그리고 좋은 삶의 특권을 당당히 선언할 수 있게 합니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프로덕션과 세심히 큐레이션 된 멜로디가 이를 반영합니다. 이 음악은 거칠거나 불완전하지 않고, 예전의 대안 음악이 지녔던 '스스로 만들어가는 미학'을 현대적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저는 케이팝을 좋아하지만 가끔은 다듬어지지 않은 날것의 요소가 드러나길 바랍니다. 오토튠이나 디지털 처리를 거치지 않은 보컬을 듣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는 모든 것이 너무 매끈하게 다듬어져서 각 가수의 개성을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오히려 인간적인 요소들, 심지어는 실수처럼 보일 수도 있는 부분들이 퍼소나와 독창적인 보컬 스타일을 만들어 줍니다. 저는 다음 세대의 케이팝이 그런 가능성을 보여주기를 기대합니다.
밴드에서 자신이 맡은 악기인 기타를 연주해보이고 있는 캐빈 홈스

< 밴드에서 자신이 맡은 악기인 기타를 연주해보이고 있는 캐빈 홈스 - 출처: 통신원 촬영 >

최근 한국 공연을 관람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공연이었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콜번스쿨 지퍼 홀에서 열린 '광복 80주년 기념 한국 명인전(Mastery of Korean Performing Arts)'을 관람했습니다. 정말 훌륭한 공연이었고, 특히 태평소 연주는 소프라노 색소폰을 연상시키며 깊은 감동을 주었습니다. 곡선적으로 꺾이는 음색은 전통 블루스와 컨트리 웨스턴 음악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또한 이현(二絃) 악기의 연주도 잊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였습니다. 

<코리아타운 라운지(Koreatown Lounge)>라는 곡을 쓰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만든 곡인지 궁금합니다.
한국계 미국인 친구가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Koreatown)에 거주하면서 빠른 생활 리듬 때문에 지친다고 털어놓았을 때 해당 이야기를 소재로 썼습니다. 사실 코리아타운은 음식과 문화가 풍부한 곳이고 즐길 거리가 많지만 대도시의 특성상 속도감이 사람을 소모시키기도 합니다. 제 생각에 제 친구는 단순히 휴가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언젠가 이 곡이 한국어 버전으로도 발매되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한국 뮤지션들과의 협업 계획도 있으신가요?
물론입니다. 특히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한국 뮤지션들과 협업한다면 정말 멋진 작업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록앤롤이나 아메리카나 밴드와 결합했을 때 만들어질 새로운 음악적 질감이 매우 기대됩니다.
사진출처    
-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나의 수행일지』 저자, 마인드풀 요가 명상 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