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하는 싱가포르 국민의 입국 절차가 달라지고 있다. 한국 정부가 자동출입국 심사 제도를 확대 적용하면서, 싱가포르 여권 소지자는 일부 공항에서 별도의 대기 줄 없이 입국 심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단순한 편의 조치라기보다, 양국 간 인적 교류가 일상화된 현실이 제도적으로 반영된 변화라는 평가가 나온다. 자동출입국 심사는 사전에 등록된 생체 정보와 여권 정보를 활용해 출입국 심사를 간소화하는 제도다. 일반 심사대에 비해 대기 시간이 짧고 절차가 단순해, 해당 제도가 적용되는 국가는 출입국 관리 측면에서 일정 수준의 신뢰를 확보한 경우로 해석된다. 싱가포르 국민이 이 대상에 포함됐다는 점은, 한국이 싱가포르를 행정·보안 측면에서 낮은 위험 국가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 싱가포르에서 출입국 관리와 자동화 시스템은 매우 보수적으로 운영되는 분야다. 자국민이 해외에서 자동출입국 심사 혜택을 받는 사례 역시 제한적인 편이다. 이 때문에 이번 조치는 여행 편의를 넘어, 양국 간 제도적 신뢰가 가시화된 장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가 낯설지 않게 받아들여지는 배경에는 싱가포르 사회에서 이미 보편화된 한국 여행 경험이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주변에서 한국을 한 번 이상 다녀온 사람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다. 짧은 휴가를 이용한 개인 여행부터 가족 여행, 공연 관람이나 쇼핑을 목적으로 한 방문까지 형태도 다양하다. 일부는 계절을 달리해 여러 차례 한국을 찾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케이팝 콘서트, 뮤지컬, 전시 관람 등을 계기로 첫 방문을 한 뒤 이후 개인 일정으로 재방문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처럼 반복 방문이 이뤄지는 여행지라는 점에서 입국 절차 간소화는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기보다는 이미 형성된 이동 흐름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조치로 인식되고 있다.

< 한국 여행지에 대해 홍보하는 사이트 - 출처: 트립질라(Tripzilla) >
싱가포르 국민의 해외여행 빈도는 전반적으로 높은 편이다. 좁은 국토와 개방적인 경제 구조로 인해 해외 이동이 일상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았고, 아시아 주요 도시들은 주말여행지로도 활용된다. 이 가운데 한국은 음식, 쇼핑, 문화 콘텐츠 등 다양한 요소를 갖춘 목적지로 꾸준히 선택돼 왔다. 이번 자동출입국 심사 확대는 이러한 이동의 축적이 일정 수준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도 해석된다. 단기적인 관광 활성화 정책이라기보다, 양국 간 사람의 이동이 이미 안정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는 전제 아래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번 조치는 한국의 출입국 관리 체계와 행정 신뢰도가 아시아 주요 선진국들과 유사한 평가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자동출입국 심사 대상 국가는 단순히 방문객이 많은 국가가 아니라, 신원 확인과 체류 관리 측면에서 리스크가 낮다고 판단되는 국가들로 구성된다.

< 싱가포르에서 한국 여행지를 알리고 있는 한국관광공사 싱가포르 인스타그램 계정(@kto_singapore) >
최근 한국과 싱가포르의 관계는 문화 교류를 넘어 제도와 산업 영역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자동출입국 심사 확대 역시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에 놓인 조치로, 공연이나 관광처럼 눈에 띄는 교류는 아니지만 일상적 이동을 통해 체감되는 변화라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공항에서의 짧아진 대기 시간은 눈에 보이는 변화에 불과하다. 그 이면에는 양국 간 신뢰가 제도적으로 축적되고 있다는, 보다 조용한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트립질라(Tripzilla), https://www.tripzilla.sg/korea/explore/premium-family - 한국관광공사 싱가포르 인스타그램 계정(@kto_singapore), http://www.instagram.com/kto_singap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