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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의 흥, 상하이를 울리다

2026-05-15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밀양의 흥, 상하이를 울리다

"'날 좀 보소'를 중국어로 번역했더니 '님이여 나를 한 번만 봐주시오(盼君一回眸)'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가슴이 뭉클했어요."

이는 김금희 밀양아리랑 예술단 단장이자 예술감독이 공연을 마친 뒤 통신원에게 전한 소감이다. 2026년 4월 17일과 18일, 상하이 주상하이 한국문화원 3층 아리랑홀에서 가무극 <날 좀 보소> 공연이 막을 올렸다. 이번에 열린 가무극은 4월 14일에 열린 북경 공연에 이은 중국 순회공연의 대미였다.
    
'2026 투어링 케이-아츠' 사업으로 상하이 공연을 하게 된 밀양아리랑 예술단의 가무극 '날 좀 보소' 공연 포스터 
        - 출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2026 투어링 케이-아츠' 사업으로 상하이 공연을 하게 된 밀양아리랑 예술단의 가무극 '날 좀 보소' 공연 포스터
- 출처: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

이번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주최하는 '2026 투어링 케이-아츠(2026 Touring K-arts)' 사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투어링 케이-아츠' 사업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 문화예술의 전 세계적인 교두보 역할을 톡톡히 할 예정이다. 또한 해당 사업은 국립·공공·지자체·민간의 우수한 문화예술 프로그램(program)을 발굴하여, 동일 권역에서 2개 도시 이상에 위치한 재외 한국문화원과 연결시켜 해외 순회를 지원한다. 이 사업은 2026년 한 해 동안 운영되며, 한국 내에 있는 우수한 문화예술 단체들의 해외 진출 기회를 제공하고, 글로벌(global) 역량 강화 및 네트워크(network) 확대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올해 2026년 4월, 밀양아리랑 예술단은 중국 북경과 상해를 잇는 순회공연을 통해 한국의 전통 민요인 아리랑의 가치를 재외동포와 현지인 모두에게 알리는 역할을 맡았다.

밀양아리랑 예술단은 밀양시 문화도시 센터가 운영하는 지역 대표 예술단체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 지역 대표 예술단체 육성 지원 사업' 선정을 계기로 설립됐다. 밀양 문화의 뿌리인 아리랑과 '밀양다움'이라는 지역 고유의 가치를 기반으로, 지역 기반의 공연 콘텐츠를 제작·보급하며 지역 문화예술의 활성화를 이끌어왔다. 밀양아리랑 예술단은 청·장년 예술인의 공연 기회 확대는 물론, 밀양아리랑의 확산과 세계화를 통해 지역 관광의 활성화를 장기 목표로 삼고 있다.
        
김금희 단장은 밀양 출신으로, "내 고향의 노래 밀양아리랑을 어떻게 다음 세대에 잘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자신의 예술 활동 출발점을 찾았다고 밝혔다. 아리랑이 '어른들이나 부르는 구시대적 노래'로 인식되는 현실에 맞서, 아이들의 눈높이로 아리랑에 다가가는 방식을 오랜 시간 고민해 온 것이다. 그렇기에 이번 공연의 주인공은 지역 청소년 단원들로 구성된 '아리랑 친구들'이었다. 가무극 <날 좀 보소>는 밀양아리랑의 가락에 전통 춤사위와 놀이 요소를 결합해 지역 고유의 문화유산을 무대 위에 구현한 작품이다. 가무극 <날 좀 보소>는 총 8개의 가무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시풍속 이야기>, <강강술래>, <밀양 양반춤>, <점필재아리랑>, <아랑아리랑>, <밀양북춤>, <아리랑 동동>, <아리랑 좋아>에 이르기까지 눈과 귀가 즐거운 무대가 이어졌다. 무대의 장면 하나하나는 밀양의 역사·인물·문화를 소재로 한 간막극과 함께 펼쳐졌다. 
        
김금희 단장은 작품의 구성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아리랑은 그 지역에 있는 삶의 노래입니다. 밀양이 품고 있는 다양한 것들, 예를 들어 밀양 양반춤, 점필재 김종직의 이야기, 아랑낭자의 이야기를 연결해 지역 정서와 요소를 넣어 제작했어요." 전국 각종 경연대회 수상작을 바탕으로 완성도를 높인 이 <점필재아리랑>은 '2018 서울 아리랑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탄 수상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 '점필재아리랑'을 선보이고 있는 밀양아리랑 예술단 – 출처: 통신원 촬영 >

< '점필재아리랑'을 선보이고 있는 밀양아리랑 예술단 – 출처: 통신원 촬영 >

김근희 단장이 전통 원형을 지키는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전통을 완전히 다르게 변형하지 않고, 전통끼리 모아 새로운 전통을 연결했다고 해야 할까요." <점필재아리랑>에는 선비의 품격에 맞는 궁중음악을, <아랑아리랑>에는 전통적인 정서를 유지하면서도 현대적인 곡조를 입혔다. 마지막 장면 <아리랑 좋아>의 안무 역시 <세태 가을 굿 놀이>의 전통 곡조를 춤사위 안에 담아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김금희 단장에게는 한 가지 걱정이 있었다. "외국 관객들은 질 높고 완성도 있는 무대를 기대하고 오실 텐데, 내가 추구하는 아이들의 순수함과 자연스러움에서 나오는 흥이 과연 통할까 하는 고민이었어요." 통신원은 가장 앞에서 관객석을 올려다 보며 무대를 관람했는데, 많은 중국 관객이 팔을 들고 공연 모습을 찍는 장면을 목격했다. 아이들이 자체적으로 즐기는 흥이 넘쳐나는 그 모습에 완벽하게 이입해 울다가 웃으시는 분들도 여럿 있었다. 김금희 단장이 표현하고자 한 것을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한 순간이었다. 
        
김금희 단장이 추구하는 것은 '완벽하게 단련된 기량'이 아니다. "아이들은 아이들다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이 <밀양아리랑>을 계속 부르거든요. 생활 속에서 예술이 생동감 있게 살아있는 것, 그것이 목적이에요." 즉 서커스처럼 혹독한 훈련을 거친 완성도가 아니라, 아이들의 순수한 흥이 관객에게 닿는 예술이야말로 밀양아리랑 예술단이 걸어가는 길인 것이다. 
    
< 공연 후 밀양아리랑 예술단과 관계자들의 단체 사진 – 출처: 통신원 촬영 >

< 공연 후 밀양아리랑 예술단과 관계자들의 단체 사진 – 출처: 통신원 촬영 >

밀양아리랑 예술단의 공연에 대한 현장 관객의 반응은 이러했다. 통신원에게 나이 지긋한 한 관객은 "가장 놀랐던 것은 마지막에 단장님이 무대로 올라와 무대를 꾸민 아이들은 전문 예술인이 아니라고 밝힌 점이었다. 아이들이 긴장을 하나도 하지 않고 아리랑에 얽힌 이야기를 완벽하게 이해한 것처럼 무용과 노래를 선보여서 연습을 무던히 했겠구나 싶었는데, 그게 스스로 즐기면서 구현했던 거였다. 그 점에 놀랐고, 특히 경상도 한 작은 도시에서 왔다고 들었는데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해준 한국 정부의 실행력에도 놀랐다."고 전했다.

"아리랑은 기쁠 때나 슬플 때 우리 민족 삶의 동반자입니다." 

이는 김금희 단장이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message)다. '날 좀 보소'라는 가무극의 제목이 중국어로 '님이여 나를 한 번만 봐주시오'로 번역됐다는 사실은 아리랑이 품은 보편적인 정서, 이를테면 나를 알아봐 달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외침이 한국어와 중국어 사이에 존재하는 언어의 장벽을 넘어 관람객들에게 전달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지역 무형유산을 청소년의 눈으로 재해석하고, 그 순수한 힘으로 세계 무대에 나선 밀양아리랑 예술단의 도전은 K-컬처(culture)의 외연이 대중문화를 넘어서 지역의 전통문화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