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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링컨센터에서 만나는 1970년대 한국 영화의 얼굴들

2026-05-15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뉴욕 링컨센터에서 만나는 1970년대 한국 영화의 얼굴들

"1970년대 한국 영화는 왜 지금 다시 주목받는가."

이 질문의 답은 단순한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니라, 오늘날 한국 영화의 미학과 서사를 만든 출발점을 이해하는 데 있다. 특히 장르의 경계를 허물며 인간의 욕망과 불안을 집요하게 탐구한 감독들, 그리고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를 '이미지'로 포착하려 했던 시도들은 현재 한국 영화를 설명하는 핵심어로 자리 잡고 있다.
        
1970년대 한국 영화는 오랫동안 '침체의 시대'로 불려 왔다. 텔레비전의 보급으로 극장 관객은 급감했고, 박정희 정부 아래에서 영화는 강력한 검열의 대상이 됐다. 시나리오는 사전 심의를 거쳐야 했고, 완성된 영화조차 수정과 삭제를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러나 이러한 억압적인 환경은 역설적으로 이후의 한국 영화사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쳐, 이는 한국 영화의 독창적인 미학과 서사의 토대가 됐다.
        
이렇듯 이른바 '어두운 10년'으로 불리는 한국 영화사의 한 시기를 조명하는 회고전이 뉴욕에서 열린다. 필름 앳 링컨센터(Film at Lincoln Center)와 서브웨이 시네마(Subway Cinema)가 공동 기획한 "1970년대 한국 영화의 '셀룰로이드 열기'(Korean Cinema’s Celluloid Fever: The 1970s)"는 5월 15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되며, 장편 19편과 단편 8편을 통해 한국 영화사의 가장 격동적인 시기를 입체적으로 재조명한다.
    
필름 앳 링컨센터(Film at Lincoln Center)에서 열리는 

        1970년대 한국 영화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Korean Cinema’s Celluloid Fever: The 1970s)' 홍보 포스터 
        
        - 출처: 필름 앳 링컨센터(Film at Lincoln Center)

필름 앳 링컨센터(Film at Lincoln Center)에서 열리는
1970년대 한국 영화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Korean Cinema’s Celluloid Fever: The 1970s)' 홍보 포스터
- 출처: 필름 앳 링컨센터(Film at Lincoln Center)

1970년대 한국 영화의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가 열리는 필름 앳 링컨센터 - 출처: 필름 앳 링컨센터

< 1970년대 한국 영화의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가 열리는 필름 앳 링컨센터 - 출처: 필름 앳 링컨센터 >

뉴욕의 대표적인 영화 기관인 필름 앳 링컨센터는 연중 다양한 기획전과 '뉴욕 영화제(New York Film Festival)'를 통해 세계 유수의 예술 영화들을 소개해 온 기관으로, 이번 회고전 역시 그 축적된 선별 역량 위에서 기획됐다.

이번 행사는 정치적인 검열과 산업적인 제약 속에서도 독창적인 영화 언어를 발전시킨 1970년대 한국 영화들을 재평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필름 앳 링컨센터는 "1970년대 한국 영화는 억압 속에서도 실험성과 장르적 다양성을 꽃피운 시기로, 오늘날 글로벌(global) 'K-시네마(cinema)'의 토대를 이룬 결정적인 시대"라고 설명하며, 복원 및 리마스터(remaster, 기존에 제작된 음악, 영화, 게임 등의 원본을 현대 기술로 다시 손보아 품질을 높이는 작업) 상영을 통해 잊혀진 작품들을 현재 관객에게 다시 소개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2000년대 초 설립돼 북미 관객에게 아시아 영화의 다양성과 예술적인 성취를 소개해 온 서브웨이 시네마는 이번 행사를 통해 1970년대 한국 영화의 또 다른 의미를 강조한다. 해당 시기를 상업성과 예술성이 공존했던 역동적인 시대로 규정하며, 희귀 영화와 복원 작품을 통해 한국 영화의 기록적인 가치와 역사적인 중요성을 드러내는 데 의의를 둔다고 전했다.
        
예술·독립 영화를 선별해 실시간 재생(streaming)과 배급을 병행하는 세계적인 영화 플랫폼이자 배급사인 무비 유에스에이(MUBI USA)는 이번 회고전의 공식 후원사로 참여한다. 이는 해당 행사가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세계 영화계 안에서 한국 영화사의 기원을 다시 상기시키는 문화적인 사건임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심은 관객 반응에서도 확인된다. 뉴욕의 영화 팬들 사이에서는 상영 예정 명단이 공개된 이후 추천 작품을 공유하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상영작에 대한 정보 교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사람들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게시판 레딧(reddit)의 영화 게시판에서는 상영작 추천 글에 대한 댓글로 특정 작품의 형식적인 특징이나 상영 포맷(예: 35mm 필름 상영, 북미 최초 공개 여부 등 영화나 영상 콘텐츠를 극장에서 화면에 투사하기 위해 제작된 최종적인 기술적 형식을 의미)을 언급하는 반응이 나타나며, 단순한 관람 관심을 넘어 영화사적인 맥락에 대한 해석이 함께 공유되고 있다. 
     
< 1970년대 한국 영화의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에 대해 묻는 레딧(reddit) 게시글 - 출처 : 레딧(reddit) >

< 1970년대 한국 영화의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에 대해 묻는 레딧(reddit) 게시글 - 출처 : 레딧(reddit) >

해당 게시판에서 한 팬이 이 회고전에서 꼭 봐야 할 한국 영화가 무엇인지 묻자, 검열로 인해 훼손되었다가 2000년도에 복원된 이두영 감독의 <최후의 증인(The Last Witness)>이나 북중미 첫 상영이라는 이장호 감독의 <너 또한 별이 되어(You Become a Star Too)> 등이 추천되는 등 전문가 수준의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이처럼 이번 회고전은 영화제 차원의 상영 행사를 넘어, 디지털 플랫폼과 커뮤니티 공간을 통해 재발견되는 1970년대 한국 영화에 대한 동시대적 재평가 흐름과 맞물리며 확장되고 있다. 
    
< 1970년대 한국 영화의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에 대해 묻는 레딧(reddit) 게시글의 댓글 - 출처 : 레딧(reddit) >

< 1970년대 한국 영화의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에 대해 묻는 레딧(reddit) 게시글의 댓글 - 출처 : 레딧(reddit) >

이번 회고전에는 1970년대를 대표하는 감독과 작품들이 폭넓게 포진해 있다. 김기영(Kim Ki-young) 감독은 한국 영화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작가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그는 멜로 드라마, 호러, 심리극을 자유롭게 결합하며 인간의 욕망과 불안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화녀>(1970), <이어도>(1977), <살인나비를 쫓는 여자>(1978) 등은 기존 장르 문법을 해체하며 한국 영화의 장르 실험 전통을 확립한 작품들이다.
< 1970년대 한국 영화의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에서 상영 예정인 김기영 감독의 '화녀' 중 한 장면 
        - 출처: 필름 앳 링컨센터 >

< 1970년대 한국 영화의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에서 상영 예정인 김기영 감독의 '화녀' 중 한 장면
- 출처: 필름 앳 링컨센터 >

이두용(Lee Doo-yong)은 액션과 스릴러, 사회극을 넘나들며 상업성과 메시지(message)를 동시에 추구한 감독이다. 그의 작품들은 검열과 산업 구조 속에서도 장르 영화가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며, 한국 영화 산업의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했다.

또한 일명 '이미지의 시대(The Era of the Image)'를 이끈 감독들의 작품들도 핵심을 이룬다. '이미지의 시대'는 1970년대 한국에서 등장한 최초의 영화 예술 운동으로, 서사 중심의 전통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이미지와 분위기, 감정의 흐름을 통해 시대를 표현하려 했던 흐름을 의미한다. 유럽 뉴웨이브(New Wave, 1950년대 후반 프랑스 영화계에서 시작된 '새로운 흐름'이라는 뜻의 예술·문화 사조로, 기존의 고전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기법을 도입한 흐름을 의미)의 영향을 받은 감독들은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개인이 겪는 불안과 소외를 시각적으로 포착했다. 이는 서사보다 '이미지 자체'를 통해 시대를 읽으려 했던 한국 영화 최초의 본격적인 미학적 전환으로 평가된다. 
        
이 흐름을 대표하는 작품으로는 이장호(Lee Jang-ho) 감독의 <별들의 고향>(1974), 김호선(Kim Ho-sun) 감독의 <영자의 전성시대>(1975), 하길종(Ha Gil-jong) 감독의 <바보들의 행진>(1975)과 <화분>(1972)이 있다. 이 영화들은 당시 한국에서 일어나는 산업화와 사회 변화 속에서 방향을 잃은 청춘의 초상을 통해 한 시대의 감정을 집약적으로 담아낸다.
    
< 1970년대 한국 영화의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에서 상영 예정인 김호선 감독의 '영자의 전성시대' 중 한 장면 
        - 출처: 필름 앳 링컨센터 >

< 1970년대 한국 영화의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에서 상영 예정인 김호선 감독의 '영자의 전성시대' 중 한 장면
- 출처: 필름 앳 링컨센터 >

당시 주요 감독들은 창작의 정점에 있었다. 김수용(Kim Soo-yong) 감독의 <야행>(1977)과 <화려한 외출>(1977)은 인간 내면을 심리적으로 깊이 탐구한 작품이며, 임권택(Im Kwon-taek) 감독의 <왕십리>(1976), <족보 >(1978)는 이후 한국 영화의 작가주의 전통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 1970년대 한국 영화의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에서 상영 예정인 김수용 감독의 '야행' 중 한 장면 
        - 출처: 필름 앳 링컨센터 >

< 1970년대 한국 영화의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에서 상영 예정인 김수용 감독의 '야행' 중 한 장면
- 출처: 필름 앳 링컨센터 >

장르 영화의 실험 또한 활발했다. 박노식 감독이 주연 배우로 출연하면서 촬영한 코미디 <왜?>(1972), 장일호 감독의 호러 <정형미인>(1975)은 당시 영화 산업의 폭과 다양성을 보여준다. 또한 김지운(Kim Jee-woon) 감독의 <거미집>(2023)은 1970년대 영화 제작 환경과 검열 구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이번 회고전에서 함께 상영된다.
    
< 1970년대 한국 영화의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에서 상영 예정인 김지윤 감독의 '거미집' 중 한 장면 
        - 출처: 필름 앳 링컨센터 >

< 1970년대 한국 영화의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에서 상영 예정인 김지윤 감독의 '거미집' 중 한 장면
- 출처: 필름 앳 링컨센터 >

1970년대 한국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장르의 경계를 과감하게 허물었다는 점이며, 이러한 흐름은 오늘날 한국 영화로도 이어진다. 장르를 자유롭게 넘나들고 사회적인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담아내는 방식은 봉준호(Bong Joon-ho) 감독과 박찬욱(Park Chan-wook) 감독의 작품에서 더욱 정교하게 발전했다. 특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이후 세계적으로 높아진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은 이제 그 기원을 향하고 있다.

이번 회고전이 뉴욕에서 열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계 영화 문화의 중심지 중 하나인 뉴욕에서 한국의 1970년대를 조명하는 것은 한국 영화가 더 이상 지역적인 영화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 영화사의 중요한 축임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사이기도 하다. 또한 이 행사는 예술과 권력의 관계를 탐구하는 장이기도 하며, 검열이라는 억압 속에서도 창작을 이어간 영화인들의 전략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 1970년대 한국 영화의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에서 상영 예정인 박노식 감독의 '왜?' 중 한 장면 
        - 출처: 필름 앳 링컨센터 >

< 1970년대 한국 영화의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에서 상영 예정인 박노식 감독의 '왜?' 중 한 장면
- 출처: 필름 앳 링컨센터 >

관객층 역시 다양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화 전공 학생과 시네필(cinephile, 영화를 학문적, 예술적으로 깊이 사랑하고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 예술계 종사자, 그리고 한국 문화에 관심 있는 전 세계 관객들이 주요 관람층이 될 것이다. 특히 뉴욕 한국 문화센터(Korean Cultural Center New York)와의 협업을 통해 한인 커뮤니티의 참여도 활발할 것으로 보이며, 뉴욕의 아트하우스(arthouse, 예술·독립 영화를 전문으로 상영하는 극장) 및 시네필 관객들에게는 한국 영화사의 '기원'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될 것이다.
    
< 필름 앳 링컨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각 영화별 상영 시간과 예약 - 출처: 필름 앳 링컨센터 >

< 필름 앳 링컨센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각 영화별 상영 시간과 예약 - 출처: 필름 앳 링컨센터 >

표는 18달러(약 2만 6,970원)부터 시작하며, 5월 15일 개막일에는 <화녀> 상영과 함께 한국 음식과 음료가 제공되는 개막식이 진행된다. 해당 일정을 함께할 수 있는 표는 25달러(약 3만 7,460원)이다. 5월 16일 <별들의 고향> 상영 이후에는 1970년대 한국 영화 산업과 주요 흐름을 소개하는 대담 시간이 이어진다. 또한 5월 21일에는 뉴욕 한국 문화센터에서 무료 상영이 열리며,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1971)와 그 영향을 받은 김지운 감독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이 함께 상영된다.
    
< 1970년대 한국 영화의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가 열릴 예정인 필름 앳 링컨센터 - 출처: 필름 앳 링컨센터 >

< 1970년대 한국 영화의 회고전 '셀룰로이드 열기'가 열릴 예정인 필름 앳 링컨센터 - 출처: 필름 앳 링컨센터 >

결국 '1970년대 한국 영화의 '셀룰로이드 열기’(Korean Cinema’s Celluloid Fever: The 1970s)'는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다. 이는 현재 한국 영화의 세계적인 위상을 가능하게 한 뿌리를 재조명하는 작업이며, 억압 속에서도 창조성을 포기하지 않았던 시대가 어떻게 오늘날의 영화적인 언어로 이어졌는지를 문화의 메카(meca, 특정 분야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장소), 뉴욕에서 보여주는 중요한 기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출처 및 참고자료    
- 필름 앳 링컨센터의 공식 홈페이지, www.filmlinc.org
- 서브웨이 시네마의 공식 홈페이지, www.subwaycinema.com
- 레딧의 영화 게시판 링크, https://www.reddit.com/r/NYCmovies/comments/1ssqsx5/help_me_pick_out_some_films_at_flcs_70s_korean/
- 무비 유에스에이의 공식 홈페이지, https://mubi.com/en/us
- 뉴욕 한국문화원의 공식 홈페이지, https://www.koreanculture.org/films/2026/05/15/korean-cinemas-celluloid-fever-the-1970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