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서 한국의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소개하는 '대한독립영화제'가 올해도 성황리에 개최됐다. 주독한국문화원은 지난 11월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간 베를린 예술영화극장 바빌론(Babylon Kino)에서 총 10편의 한국 영화를 상영했다.
<베를린 예술극장 바빌론(Babylon)에서 개최된 '대한독립영화제'>
개막작은 김양희 감독의 <시인의 사랑>이 선정됐다. 지난 9월 한국에서 개봉한 <시인의 사랑>은 시 쓰는 일 이외에는 아무런 욕망이 없었던 제주도의 한 시인이 우연히 마주친 청년에게 사랑을 느끼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김 감독과 시인 택기역을 맡은 양익준 배우가 직접 베를린을 찾아 관객들을 만났다. 개막작이 상영된 지난 1일 저녁 바빌론은 관객들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국인 관객들도 많았고, 독일 현지인들도 많이 자리를 잡았다. 영화 상영이 끝난 이후에는 영화 칼럼리스트 정시우 기자의 사회로 감독 및 배우와의 대화 시간이 진행됐다.
영화를 본 관객들은 감독의 연출 의도와 영화에 나오는 상징과 그 의미, 그리고 캐릭터의 감정 등에 대해서 비교적 디테일한 질문을 던졌다. 연출 의도를 묻는 관객의 질문에 김양희 감독은 제주도에서 직접 마주친 시인이 있었다며 이야기를 풀었다. 김 감독은 '제주도는 육지와 다른 고유한 문화가 있는 섬으로 개인적으로 제주도에서 7년 정도 살았다. 제주도 생활이 좋기도, 힘들기도 했었는데 당시 제주도에서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던 시인을 만났다. 변방의 예술가 같은 캐릭터였고 그 캐릭터에 감정 이입을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서 나오는 퀴어 소재에 대해서는 '한국에서는 여전히 많은 분들이 동성애 영화에 대해 불편함을 보이기도 했다'면서 '저는 시나리오를 쓸 때 동성애가 아니라 인간의 관계로 넓히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전했다.
<개막작인 '시인의 사랑' 상영 이후 진행된 감독과의 대화. 왼쪽부터 정시우 영화 칼럼니스트, 김양희 감독, 양익준 배우>
양익준 배우는 '거친 역할을 많이 했던 배우인데 순박한 역할로 만나서 반갑다'면서 '(나는) 원래 이렇게 순박한 사람'이라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양 배우는 '이 영화 직전에 운동선수 역할을 하고 있어서 외관적으로 살을 찌우는 데 힘이 들었다'며 후일담을 전했다. 또한 '역할이 여성을 사랑하던 주인공이 동성을 사랑하게 되는 지점을 만드는 부분이 힘들었고, 어떻게 이 역할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지가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빈틈없고 진중한 연기를 선보인 그에게 관객들은 큰 박수를 보냈다. 관객들은 '잔잔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인상적인 영화였다'고 평가했다.
개막작인 <시인의 사랑> 이외에도 이동은 감독의 <당신의 부탁>, 김인선 감독의 <어른도감>,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 전고운 감독의 <소공녀>, 고봉수 감독의 <델타 보이즈>, 선호빈 감독의 <비급 며느리>, 김보람 감독의 <피의 연대기>, 진모영 감독의 <올드 마린보이>가 초청되어 관객들을 만났다. 한국문화원은 한국과 독일의 뿌리를 모두 가진 카티 지숙 서가 2달간 한국에 머무르면서 발견한 한국의 독특한 문화를 소개한 다큐멘터리
올해로 2회째를 맞은 '대한독립영화제'에 대한 현지의 관심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문화원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영화제 초청 작품이 연일 매진을 기록했다. 한국의 다양한 면면을 소개하는 대한독립영화제를 내년에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사진 출처 : 통신원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