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문화정책/이슈] 독일의 무성영화는 이렇게 다시 되살아난다

2019-10-04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지난 9월 15일 독일 베를린의 예술영화관 바빌론(Babylon) 앞이 유난히 사람들로 북적인다. 1929년 오픈한 이 역사적인 영화관에서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최초의 영화 '메트로폴리스(Metropolis)'가 상영되는 날이다. 바빌론 영화관은 개관 90주년을 맞아 프릿츠랑 감독의 '메트로폴리스' 오케스트라 라이브 상영회를 개최했다. 무성영화인 '메트로폴리스'가 상영되는 스크린 앞에서 영화관 오케스트라가 라이브로 배경음악을 연주한다. 이 색다른 영화 상영을 찾아 독일의 영화유산이 어떻게 다시 되살아나는지 살펴봤다.

<독일 베를린 영화관 바빌론에서 세계기록유산인 '메트로폴리스'가 상영됐다 – 출처 : 통신원 촬영>

메트로폴리스는 베를린 바벨스베르크에서 만들어진 무성영화로 독일 인상주의의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힌다. 프릿츠랑(Fritz Lang) 감독이 1925년/1926년에 제작, 1927년에 개봉했다. 이 영화는 화이트칼라와 블루칼라가 명백하게 나누어진 미래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공상 과학 영화다. 하늘을 찌르는 고층 빌딩과 빌딩 사이를 오가는 도로, 화려한 도시에 사는 화이트 칼라들과 그 지하에 살고 있는 노동자들의 화면이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미래도시는 오늘날 흔히 볼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영화가 제작된 년도를 생각하면 그 상상력과 구현 방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헐리우드 영화에 나오는 미래 도시와 애니매이션에서 본 듯한 장면이 이미 이 영화에 모두 녹아있다.

메트로폴리스를 복원하려는 작업은 1960년 대부터 이어져왔는데, 2001년 복원작은 영화 작품으로는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지난 2008년에는 부에노스 아레스에서 오리지널 복사본이 극적으로 발견, 빠졌던 부분이 더욱 보완되었다. 이렇게 복원된 작품은 2010년 2월 베를린국제영화제에 프리미어 공개를 가졌고, 그 이후에는 이 버전으로 상영되고 있다.

<2010년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상영된 '메트로폴리스' 복원작(위)과 영화 장면(아래) - 출처 : murnau-stiftung.de>

메트로폴리스를 복원하기까지 연방정부 문화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있었다. 독일은 영화 유산을 예술적인 표현양식의 발전을 기록하고, 그 당시의 정치 사회적인 상황을 반영하는 문화적 유산으로 보면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독일 베를린의 영화박물관,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의 독일 영화협회 및 여러 영화 관련 재단을 지원하고 있는데, 2012년부터 영화 복원 및 디지털화에 중점적으로 재정지원을 해 왔다.

독일 문화부장관은 2016년 '영화에는 독일의 모든 국가적인 기억이 살아있다. 영화 역사 100여년, 이제는 이 영화유산을 아날로그 뿐만 아니라 디지털화하는 100년의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연방정부는 수년간 주요한 영화유산 복원에 각각 100만 유로를 지원해왔다. 그렇게 '메트로폴리스'는 물론 400개가 넘는 영화를 디지털로 복원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또한 독일 문화 정책에 있어서 연방정부가 아닌 주정부의 권한이 더 높은 만큼 영화 유산 보호를 위한 주정부 차원의 노력을 촉구하기도 했다.

<메트로폴리스 영화 음악을 연주하는 바빌론 오케스트라 – 출처 : 통신원 촬영>

이날 바빌론은 관람객들로 가득 찼다. 과거 영화의 향수를 찾으려는 듯한 노년층은 물론 어린이부터 20-30대 젊은 층까지 모든 연령대를 아울렀다. 2시간이 넘는 긴 상영시간에 중간에 20분 휴식시간을 가지기도 했는데, 누구도 먼저 빠져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20년대 후반 지어진 독일 최초의 무성영화관 바빌론에서 그 당시 제작된 역사적인 영화가 상영되고 있다. 마치 그 시설로 돌아간 듯한 착각에 빠진다. 바빌론은 재건축 및 리모델링을 거쳤지만 오리지널의 모습을 최대한 간직하고 있으며 오픈 당시부터 있었던 영화관 오케스트라 시스템 또한 아직까지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독일의 영화 유산은 오늘도 살아 숨쉰다.
※ 참고자료
https://www.bundesregierung.de/breg-de/suche/als-hollywood-in-weimar-lag-1585170
https://www.bundesregierung.de/breg-de/bundesregierung/staatsministerin-fuer-kultur-und-medien/medien/filmfoerderung/filmerbe
https://www.murnau-stiftung.de/stiftung/projekte/projekt-metropolis-2710
https://de.wikipedia.org/wiki/Metropolis_(Film)

통신원 정보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약력 :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