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기생충(Parasite)'이 독일에서도 한 달 넘게 순항하고 있다. 지난 10월 17일 독일 전역에서 개봉한 기생충은 개봉 한 달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나는 중이다. 그동안 독일에서 영화제 상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오랜 기간 많은 관객을 맞이하고 있는 한국 영화는 기생충이 유일하다. 현재 베를린 영화관 21곳, 뮌헨 10곳, 쾰른 10곳, 함부르크 9곳, 라이프치히 4곳 등 독일 전역 영화관 100곳 이상에서 상영 중이다. 특별한 점은 독립 및 예술영화를 중심으로 상영하는 소규모 극장뿐 아니라 대형 멀티플렉스에서도 걸려 대중성 또한 인정(?)받고 있다는 점이다.
< 기생충 독일 포스터 – 출처 : https://www.kino.de/film/parasite-2019 >
'기생충' 독일 영화차트, 꾸준한 상승세 독일의 공식 영화차트는 매주 5위까지만 발표해 기생충의 향방을 알 수 없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 독일 영화 차트를 상세히 공개하는 복수의 사이트에 따르면 기생충은 개봉 이후 46주차(11.11-11.17)까지 누적 관객 수가 28만 8,803명에 이른다. 개봉 직후인 43주차(10.21-10.27)에는 관객 수 누적 13만 9,458명으로 94위에 올랐는데, 매주 순위가 꾸준히 증가해 46주차 때는 69위까지 오른 상태다. 이는 독일 문화계 및 영화 평론가들의 호평과 입소문, 빈도가 잦지는 않지만 독일 전역에 꾸준히 상영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독일 언론, '기생충' 호평 독일 주요 미디어에서는 문화 및 영화 평론 기자들이 기생충에 대해 호평을 쏟아냈다. 독일 유력 주간지인 《슈피겔(Spiegel)》 한나 필라르지크(Hannah Pilarczyk) 기자는 '사회계급을 다룬 영화에서 봉준호의 '기생충'만큼 믿을 수 없을 만큼 흥미진진하고 날카로운 영화는 드물다. 올해의 영화 중 하나'라면서 특히 봉준호 감독이 '냄새'라는 감각을 영상 예술에 표현한 부분을 높게 평가했다. 《슈피겔》은 '인간의 오감 중 '냄새'는 영화에서는 아마 가장 중요하지 않은 감각이다. 왜냐하면 냄새는 이미지로 묘사할 수 없고, 냄새는 아주 개인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냄새의 일반성을 설명하기도 어렵다'면서 '기생충에서 봉준호는 냄새를 영화 스토리의 핵심적인 요소로 활용했고, 그것을 사회적인 영역으로 치환했다. 모든 감각을 위한 자본주의 비판을 이 한국 감독과 작가만큼 잘 해낼 수는 없다'고 극찬했다. 봉준호의 '디테일'도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선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슈피겔의 '기생충' 보도 – 출처 : www.spiegel.de/kultur/kino/parasite-kapitalismuskritik-fuer-alle-sinne-filmkritik-a-1291636.html>
모든 감각을 통한 자본주의 비판이라는 게 일단 좀 불만족스럽게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기생충의 디테일을 여기서 밝히지 않고 몇몇 기본적인 것들만 언급하는 게 좋겠다. 왜냐하면 (디테일을 모두 알면) 이 영화에 담긴 수많은 놀라움이 제공하는 재미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봉준호는 명장답게 이런 디테일을 모두 효과적으로 연출했기 때문에 어떤 것도 놓칠 위험은 없다. 복숭아, 인디언 천막집, 반짝이는 램트,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이 모든 것들을 알 수 있고, 그것들의 진짜 목적이 드러나면 놀라게 될 것이다. (중략) 기생충은 그렇게 씁쓸한 블랙코미디에서 마지막은 피비린내로 가득 차 있다. 동시에 언제 누가 속이고, 누가 속임을 당했는지 스릴러의 긴장이 가득하다. 봉준호는 과거 설국열차나 괴물과 같은 영화에서 단순한 장르 구분에서 벗어났다. 기생충에서 그는 또 다시 증명했고, 우리는 (봉준호 감독 처럼) 더 정확하게 분석하고 더 빈틈없이 영화를 만드는 더 나은 영화 감독이 필요하다. 독일의 또다른 유명 영화 평론가인 크누트 엘스터만(Knut Elstermann)도 '중앙독일방송(MDR)'에서 '김 씨의 가족은 양심의 가책에서 완전히 자유로운데, 영화 또한 그것에 대해 평가하지 않는다. 대신 사회적인 갈등이 서로 충돌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흥미롭게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어 '기생충은 훌륭한 풍자영화이며 흥미진진하고 스릴러는 점점 더 고조된다. 가난한 이들이 말 그대로 침몰하더라도 그 누구도 관심이 없는 현재 한국 계급 차이에 대한 교본'이라면서 '컬트 감독인 봉준호는 가난한 자들의 좁은 방과 부자의 차갑고 삭막한 빌라라는 반대되는 세계를 서로 다른 삶의 터전으로, 승자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가혹한 계급투쟁의 장으로 만들었다. 봉준호는 이 걸작으로 칸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고 적었다. 독일의 또 다른 유력 주간신문 《디 차이트(Die Zeit)》는 영화에서 계단이 가지는 메타포에 집중했다. 《디 차이트》는 '한국 감독 봉준호는 이미 장르 영화와 예술영화 사이를 오갔던 영화 괴물에서 이미지와 언어의 형태를 새롭게 살려내는 연습을 했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기생충에서 계단은 사회적인 영역을 연결하는 장치로 시대 상황에 딱 맞는 특성으로 표현됐다. 그리고 감독은 자신의 캐릭터에게 그 길을 오르내리도록 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봉준호는 한국 감독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인물'이라면서 서양의 대중문화를 잘 이용하고, 작품의 수출 가능성이 큰 영화를 만든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에서 소외된 주인공 가족과 빌라에 숨어 사는 또 다른 소외된 인간에도 집중했다. '기생충'은 세상에서 소외된 자(Abgehangten)들이 계속해서 또 다른 비참한 이들과 반목하고, 그 계급 특성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꽤나 절망적인 시대의 상징이다.
※ 참고자료 및 기사 출처 https://wulfmansworld.com/Kinocharts/Kinocharts https://www.insidekino.de/DJahr/D2019.htm https://www.mdr.de/kultur/empfehlungen/parasite-filmkritik-elstermann-100.html https://www.spiegel.de/kultur/kino/parasite-kapitalismuskritik-fuer-alle-sinne-filmkritik-a-1291636.html https://www.zeit.de/2019/43/parasite-film-bong-joon-ho-cannes-gewinner https://www.deutschlandfunkkultur.de/bong-joon-ho-ueber-seinen-film-parasite-klassenkampf-in-der.2168.de.html?dram:article_id=460784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약력 :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