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많은 한국 문화 콘텐츠가 인기가 있지만,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한국영화다.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정식 개봉된 한국영화가 한 편도 없고, 그 이전에도 중국의 스크린쿼터제로 인해 1년에 1∼2편 정도만 상영된 것을 생각한다면 정말 의외지만, 중국에서 한국영화는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드라마나 음악이 상업적으로만 평가받는다면, 한국영화는 상업성과 작품성 모두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는 한국영화가 끊임없이 진화해 온 결과이며, 박찬욱, 봉준호같이 스타성을 갖춘 걸출한 영화감독의 출현과도 밀접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영화감독을 들자면, 박찬욱과 봉준호를 들 수 있다. 두 감독은 좋은 작품을 꾸준히 만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품성과 상업성을 모두 갖췄다. 둘의 영화 여러 편이 중국의 리뷰 전문 사이트인 도우반에서 수십만 명이 참여한 가운데 매우 높은 평점을 받고 있다. 두 감독의 영화 중 도우반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은 각각 <살인의 추억>과 <기생충>이다.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승승장구하며, 오스카상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가는 한편, 중국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오래된 책 <박찬욱의 몽타주>가 번역 출판되었다. 원저는 2005년에 출판되었고, 이미 절판되어 이북으로만 구입할 수 있다. 이미 15년이나 지났고, 절판된 책이 번역 출판된다는 것이 조금은 신기하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처음에는 얼마나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2005년 이후 박찬욱 감독은 적지 않은 작품을 제작했고, 이 책은 트렌드가 한참 지났다고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우였다.
<중국어판 '박찬욱의 몽타주' 표지 – 출처 : www.dangdang.com>
출간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지만,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서점인 당당왕에서 일주일간 신서 문학 부문 30위에 올랐다. (http://bang.dangdang.com/books/newhotsales/01.05.00.00.00.00-recent7-0-0-2-2) 도우반에서는 220여 명의 네티즌이 평점에 참여한 가운데, 7.5/10이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다. <박찬욱의 몽타주>에 대한 이와 같은 관심은 그에 대한 인기를 보여주는 한편, 비록 오래된 책이지만 중국 팬들이 그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싶다는 갈망을 표출한 것이라고 보인다. 여기서 도우반에 서평을 올린 ‘阿米Amir’는 이 책의 출판에 “내가 일 년에 걸쳐 8편의 박찬욱 영화를 교차 편집한 후에 그의 중문판 책이 드디어 나왔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이 출판된 것을 본 순간, 뜨거운 눈물이 글썽거렸다. 내가 박찬욱 감독과 거리를 좁힐 수 있는 매개가 하나 더 생겼기 때문이다.”라고 감격하였다.
<도우반에 올라온 네티즌 阿米Amir의 감상 - 출처: https://book.douban.com/subject/34887412/>
서평이 올라온 것을 보면, 대부분을 감탄 일색이다. 박찬욱 감독의 팬들이 읽고 서평을 올린 탓일 것이다. 하지만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이 2005년에 나온 책이기에 더욱 그렇다. 네티즌 ‘홍위청(红与橙)’은 다음과 같이 아쉬움을 드러냈다. 조금 실망스럽다.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생활 속의 사소한 일상, 초기 창작의 발상, 영화 평론을 모은 것이다. 박찬욱 감독이 좋아하는 영화 중 그가 영화 마니아 시기 받은 영향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일부 처세술에 나는 관심이 없지만, 팬들이 그를 이해하는 데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였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 책은 수필 평론집이고, 케케묵었으며, 시간상 복수 3부곡이 끝나는 시점까지만 다루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최근 10년을 볼 수 있길 더 기대한다. 이와 같은 평은 책이 오래전에 나온 책이기에 어쩔 수 없는 한계다. 하지만 평자 ‘홍위청’의 기대가 실현되기는 쉽지 않다. 박찬욱 감독 영화의 극본은 많이 출간됐지만, <박찬욱의 오마주>와 같은 책은 이후에 출간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작품 한 편을 대상으로 한 것은 있지만, 이처럼 한 시기를 조망할 수 있는 책은 없다. 바로 여기서 많은 아쉬움이 든다. 적지 않은 중국 영화 팬이 한국영화 감독에 많은 관심이 있지만, 그 관심을 채워줄 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주요 영화감독을 소개하는 책이 기획되어 중국에 소개되거나,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밀도 있는 인터뷰집인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시간: 박찬욱 최동훈 이명세> 등의 책이 중국에 소개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성명 : 손성욱[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북경)/북경 통신원] 약력 : 현) 산동대학 역사문화학원 조교수 북경대학교 역사학계 박사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