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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기로 꽃도 만들고 가방도 만들고

2020-11-26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지난 11월 12일(목), 헬렌 제이 갤러리(Helen J Gallery)에서는 엘렌 리 씨가 이끄는 보자기 워크숍이 열렸다. 헬렌 제이 갤러리는 현재 최영욱 작가의 <카르마(Karma)>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곳이다. 총 5명의 참가자와 강사인 엘렌 리씨는 모두 마스크를 쓰고서 워크숍에 임했다. 갤러리 한쪽 옆에 설치된 워크숍 테이블에는 색깔 고운 모시와 비단 보자기와 상자들이 놓여있다. 5명의 워크숍 참가자들은 모두 30~40대 여성들로 인스타그램 등 SNS를 보고 이 워크숍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독립 부티크 겸 아트 워크숍인 ‘노씨보자기(Nossi Bojagi)’를 설립하고 운영 중인 엘렌 리 씨는 보자기에 대해 “한국으로부터 온, 재활용 가능한 포장 헝겊”이라고 설명한다. 한국인에게야 시골 할머니가 참기름과 꿀병을 가져올 때 싸오셨던 것이라 별 감동 없이 다가올지 모르지만, 엘렌 리 씨의 보자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보니 환경 문제가 이처럼 중요한 시대에 재활용이라고는 전혀 할 수 없는 선물 포장지 대신 재활용이 가능한 헝겊 포장지는 온 인류의 삶을 바꿀 만큼 가치 있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자기가 싸서 운반할 수 있는 내용물도 무거운 것에서부터 가벼운 것, 큰 것에서부터 작은 것까지 무궁무진하다. 선물을 쌀 때도 싸는 방법에 따라 무한변신이 가능하다. 심지어 가방까지도 만들 수 있다.

“모든 문화에는 헝겊이 있다.”는 엘렌 리씨의 말에 공감하는 사이 그녀는 참가자들에게 테이블 위에 놓인 예쁜 헝겊을 들어 손으로 만져보고 느껴보라고 했다. 여름철 한복 재료로도 사용된다는 노방은 날아갈 듯 가볍고 우아했고 겨울철 한복을 만들 때 사용한다는 양단은 매끄러운 감촉이 좋았다. 양단의 표면에 새겨져 있는 쌍학의 문양에 대해서는 “장수와 복덕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처럼 흰색의 면 헝겊은 치즈를 만들 때 사용하는 것이란다. 노방과 비단은 헝겊이 워낙 섬세해 손빨래는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모두 빨 수 있다고 한다. 헝겊에 대한 설명 이후 엘렌 씨는 노방 보자기로 수국 매듭을 만들어 보였다. 영국 장미(English Rose) 모양으로도 변형이 가능한 수국 매듭은 풍성한 매듭이 마냥 예뻐보였다. 참가자들은 평평한 보자기가 이처럼 입체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수국 매듭은 물병과 와인병을 쌀 수도 있는 매듭으로 활용도가 무궁무진했다.

두 번째로 배운 매듭은 궁중 매듭이었다. 이 매듭은 양면 헝겊을 활용하는 것인데 심플하면서도 다른 톤의 색채가 만들어내는 조화로움이 어찌나 보기 좋은지, 두고두고 활용하고 싶었다. 이외에도 핸들 매듭, 맨드라미 매듭, 버치 매듭 등 총 5가지의 매듭과 보자기 접는 법을 배웠다. 이날 워크숍의 참가비는 재료비 포함 100달러였다.

그녀의 워크숍은 4가지 단계로 꾸며져 있다. 1단계는 한국의 보자기 입문,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쓰임새가 많은 5가지 매듭을 배운다. 2단계는 1단계를 마친 이들을 위한 심화 과정. 장미 매듭, 쌍 나비, 장바구니 등 좀 더 복잡한 보자기 매듭법을 배운다. 2단계 때는 1단계보다 더 큰 보자기를 사용해 배우는 기쁨도 더 크다. 보자기 가방 만들기 워크숍에서는 보자기를 묶어서 가방을 만드는 시간, 2가지의 가방을 만든다. 자격증 과정에서는 4주간 24개의 매듭을 배운다. 한주에 총 6개의 매듭을 배우게 된다.

참가자 가운데 유일한 비 한인인 재키 디욘(Jacqi Dillon, 33세)은 히스패닉과 유러피안 다문화 가정에서 자라났고 컴퓨터 그래픽 아티스트로 일하고 있다. 재키는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포스팅을 보고서 보자기 워크숍이 열릴 것을 알았다고 한다. 재키로부터 워크숍에 참가한 소감을 직접 들어봤다.

“다양한 보자기 포장법과 함께 한국문화에 있어 보자기가 차지하는 문화적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되어 기쁩니다. 워크숍 장소인 갤러리의 분위기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 우아한 새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오늘 배운 것을 선물 포장하는 것에 응용할 계획이에요.”

이날 워크숍을 이끈 엘렌 리씨는 “재미있는 방법으로 문화적 경험을 재현하는 것”에 대해 연구하며 “전통적이고 현대적인 것”을 탐구하고 있다고 말한다. 친환경적인 보자기 아트는 분명 더 많은 이들에게 전달되어 활용되어야 할 자랑스런 한국문화이다.

< 마스크를 쓰고 진행한 보자기 워크숍>

< 갤러리 공간에서 진행된 보자기 워크숍>

< 비한인 참가자인 재키 비욘>

< 맨드라미 매듭을 선보이고 있는 엘렌 리 강사>

< 테이블 위에 놓여진 준비물들>

< 오늘 배우게 될 다양한 매듭들>

< 탐스러운 꽃 모양의 수국 매듭>

< 보자기로 만든 손가방>

< 심플한 로열 매듭>

< 버치 매듭>

< 수국 매듭을 활용한 영국 장미 매듭>

	
※ 사진 출처: 통신원 촬영

통신원 정보

성명 : 박지윤[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미국(LA)/LA 통신원]
약력 : 현) 라디오코리아 ‘저녁으로의 초대’ 진행자. 마음챙김 명상 지도자. 요가 지도자. 전) 미주 한국일보 및 중앙일보 객원기자 역임. 연세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졸업. UCLA MARC(Mindful Awareness Research Center)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