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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로 활동 중인 한국영화 팬 폴 브람홀

2020-12-03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주요내용

지난해 말까지도 한국영화는 현지 영화관에서 꾸준하게 상영되고 있었다. 2020년은 연초부터 코로나19로 영화관에서 관람이 여의치 않아서인지 한국영화호주개봉소식이 지난해에 비하면 뜸해진 편이다. 매년 열린 호주한국영화제 역시 온라인스트리밍형식으로 진행되다가 시스템상의 문제로 중단되었고, 주최 측은 내년에 다시 좋은 영화로 찾아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발표한 바가 있다. 영화 <기생충> 열풍으로 한국영화에 관심이 높아진 팬들에게는 아쉬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에서 꾸준하게 한국영화를 찾아 접하며, 영화비평을 하고 있는 폴 브람홀(Paul Bramhall) 영화평론가를 만나 한국영화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었다.
영화평론가로 활동을 하고 있는 폴 브람홀(Paul Bramhall) 씨

< 영화평론가로 활동을 하고 있는 폴 브람홀(Paul Bramhall) 씨 – 출처 : 폴 브람홀 제공>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폴 브람홀이고, 현재 아시아영화뉴스 사이트 cityfire.com의 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는 영국 리버풀 출신이며, 2003년부터 시드니와 해외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영화를 좋아했는데, 아시아 영화는 10대 후반에 사랑에 빠지게 되었죠. 이제 자막 없이 영화를 보는 것이 어색할 정도입니다.

현재 영화평론 외에 일을 하고 계신가요?
주업으로 현재 운송업회사 서비스품질관리부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꾸준하게 전문영화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활동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제가 활동하는 곳은 재미있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가장 매력적으로 느끼는 부분은 영화 개봉 전에 영화를 선 관람 할 수 있으며, 배우, 제작진과 인터뷰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영화평론가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진실성을 담은 영화리뷰를 쓰는 것입니다. 처음 영화평론가로 활동을 시작했을 때, 얼마나 타협해야 하는가, 타협하고 있는가 하는 사실에 매우 놀랐습니다. 평론가들은 좋은 리뷰를 써주는 대가로 배우들과 제작진과 인터뷰를 하고, 배급사로부터 주어지는 영화의 선 관람의 기회를 잃지 않으려 노력한다는 것 등입니다. 저는 ‘인용 낚시(quote fishing)’를 즐기는데, 이는 비평가가 영화의 블루레이 DVD라든가 홍보물에 쓰일 아트워크에 들어갈 영화 속의 인용구를 의도적으로 넣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저는 리뷰의 진실성을 지키기 위해 이런 요소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좋은 영화평론가로 인정받는 기준은 무엇인가요?
제가 답할 수 없는 부분이네요. 주관적인 관점에서는, 영화리뷰는 자신만의 개성을 자신의 평론에 표현하는 것이라 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리뷰를 할 때 영화 줄거리에 여러 문단을 할애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아요. 시놉을 찾아보기 위해서는 저는 위키피디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리뷰는 영화를 볼지 보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주된 목적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영화 평론을 하게 되었나요?
저는 글 쓰는 것을 좋아했고, 글쓰기를 제가 좋아하는 영화와 매치하여 할 일이 없을까 생각하다가 영화리뷰를 하게 되었어요. 제가 처음으로 진지하게 평론을 시작하게 된 것은 현재는 운영되지 않는 사이트인 kungfucinema.com 소속으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kungfucinema.com 사이트는 성룡, 이소룡, 쇼 브라더스와 같은 홍콩쿵푸영화를 주로 다루는 사이트였어요. 이 사이트 운영이 정지된 후에는 한동안은 영화리뷰를 하지 않았습니다. 도쿄에서 4년간 생활하고 돌아온 2012년도에 호주영화제에 발을 들여놓았어요. 그리고 지난 10년에 가까운 시간에 걸쳐 저는 한국영화의 열성팬이 되었습니다. 저는 영화제 웹사이트에 리뷰를 쓸 기회를 얻었고, 이것이 저의 열정을 다시 불태우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cityonfire.com 대표의 연락을 받았고, 웹사이트에서 영화리뷰를 담당하는 제안을 받게 되었습니다. cityonfire.co 사이트가 올드스쿨영화와 신작영화의 리뷰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습니다. cityonfire.com 사이트에서 영화비평을 한지 6년이 되었습니다.

한국을 찾은 영화평론가 폴 브람홀

< 한국을 찾은 영화평론가 폴 브람홀 – 출처 : 폴 브람홀 제공>


한국영화와 한국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0년 초에 제 관심사는 홍콩 액션 영화였는데 점점 흥미를 잃기 시작했어요. 1997년 빅 스타들은 할리우드에 진출하려고 노력했고, 불법복제가 영화산업에 큰 타격을 주었어요. 2000년대에 슬럼프에 빠지기 시작하여 회복되지 못한 일본영화와 같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지요. 서양에 잘 알려진 홍콩과 일본 두 나라의 영화였지만, 미래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영화<와호장룡>이 아시아영화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되었어요. 제가 영국에서 살고 있을 당시였는데, 현지 DVD판매점에 진열되었던 <와호장룡> DVD가 저의 시선을 끈 것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죠. 비속에서 싸우는 2명의 남자의 모습이 있었고, 커버에는 “차세대 오우삼(John Woo)감독의 출현인가”라고 쓰여 있었어요.

저는 오우삼 감독의 <영웅본색>. <첩혈쌍웅>의 매력에 빠져, 2편의 영화를 바로 구매습니다.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볼 것 없다(1999)>는 오우삼 감독과 비교하면 확연히 과장된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빠져들었어요. Bee Gees의 와 체리필터의 <해 뜰 날>을 배경으로 특이한 발걸음을 가진 형사 박중훈, 안성기의 침묵의 암살자 연기에서 저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새로운 장르의 영화를 본 것입니다. 저는 한류열풍이 한창이던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영화에 빠져들었고, 개인적으로 2003년이 한국영화가 가장 빛난 한해이지 않았나 생각이 듭니다.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같은 해에 개봉되었어요. 2020년 현재 시점에서 돌아보면, 한국영화의 전성기인 2000년부터 2010년까지의 영화들을 함께했어요.

저는 2008년 일본에 가는 길에 한국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한국영화를 좋아했던 터라 좋은 기억들이 있어요. 보통 외국에 여행을 가면 궁전이나 사찰을 돌아보는데, 저는 서울액션스쿨의 남양주스튜디오를 방문했어요. 남양주스튜디오는 30년 전 올드스쿨 쿵푸영화를 촬영한 곳으로 기억되는 장소입니다. 저는 수차례 한국을 방문하면서, 여러 곳의 영화촬영지를 방문했고, 소주와 동동주를 즐겼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지난해 칸에서부터 아카데미영화제에 이르는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수상했는데 어떤 영화라고 생각하는지요?
대단한 영화라고 할 수 있지요. 제가 리뷰한 봉준호 감독의 첫 영화였고, 제 생애 처음으로 10점 만점의 10점을 준 영화였어요. 봉준호 감독은 흥미로운 감독이고, 봉 감독의 영화는 실패확률이 거의 없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영화에서 모든 것이 입증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송강호 배우에 대해 다시 보게 되는 계기였어요. 저는 한국영화가 관객들에게 떠먹여주지 않는다는 점이나 예기치 않은 톤의 변화를 보인다는 점이 제가 처음으로 한국영화사랑에 빠진 이유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영화가 영화평론가들 사이에서 평가가 높아진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한국영화가 영화평론가뿐 아니라 일반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한 가지를 이야기하자면, 박찬욱 감독의 영화 <스토커>영어판 프로덕션이 떠오르네요. 그는 프로듀서가 영화가 어떤 방향을 가지고 가야 할지에 대해 많은 의견을 제시하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랐다고 말했어요. 한국영화를 보면 감독의 영화에 대한 비전을 볼 수 있습니다. 할리우드나 다른 나라들의 경우는 마지막 작품은 프로듀서와 타협해서 더 많은 관객을 끌어 드리려고 노력을 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한국영화와 다른 영화의 뚜렷한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장준환 감독의 영화 <지구를 지켜라>가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런 영화는 상상도 할 수 없지요.

가장 좋아하는 한국영화는 어떤 영화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영화는 2004년에 개봉한 감우성 주연, 송일곤 감독의 <거미숲>이라는 영화입니다. 후회라는 감정을 잘 표현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보통 보기 힘든 호러, 로맨스, 스릴러, 미스터리, 드라마 등 여러 장르를 잘 융합하여 섞었다는 점이 아주 특별하게 보였어요. 어떤 결말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영화였고, 결말을 보고서도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어요. 저에게 있어서는 영화의 어떤 부분의 분위기는 더 잘 공감할 수 있었고, 16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한국영화로 기억되고 있어요.

그밖에 영화와 관련하여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저는 요즘 홍상수 감독의 영화라면 뭐든 보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2001년에 개봉한 <생활의 발견>이었어요. 이 영화는 어떤 느낌이 좋았는데, 홍상수의 영화는 같은 상황 속에 풍기는 인간의 정신세계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의 느낌들이 저를 그의 영화의 매력에 빠지게 해요. 2005년 개봉한 김지운 감독의 <달콤한 인생>도 빠뜨릴 수 없는데, 이 영화로 김지운 감독과 이병헌 배우를 알게 되었어요. 그 후, 김지운 감독이 만들거나 이병헌 배우가 나오는 영화는 빼놓지 않고 다 봤어요. 제 영화리뷰는 City On Fire웹사이트(https://cityonfire.com/author/paul-bramhall/)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한국영화의 팬이기도 한 영화평론가 폴 브람홀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오랜 시간 평론활동을 해온 그가 앞으로 한국영화를 어떠한 시점으로 읽어 내려갈 것인지, 그리고 한국영화의 성장 과정을 지켜본 그가 영화 관객들에게 한국영화에 관해 어떠한 소개를 해나갈지 또한 궁금하다.

통신원 정보

성명 : 김민하[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호주/시드니 통신원]
약력 : 현) Community Relations Commission NSW 리포터 호주 동아일보 리포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