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야에 나타난 '456번의 영광', <오징어 게임> 체험관 현장취재
도쿄 시부야 한복판에서 다시 한번 한국 콘텐츠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근 시부야에서는 넷플릭스(Netflix)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세계관을 체험형으로 구현한 '시부야 리얼 오징어 게임'이 운영되며 젊은 층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통신원은 직접 시부야를 찾아 체험관을 집중취재 했으며, 최종 우승자인 '456번의 영광' 수상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지에서 한류 콘텐츠가 지닌 가치와 변화를 살펴봤다.
< 도쿄 시부야의 '오징어 게임' 체험관의 내부시설 - 출처: 통신원 촬영 >
일본에서는 한류 콘텐츠를 활용한 체험형 공간이 이미 익숙한 문화로 자리 잡았지만, 이번 행사는 참가자가 직접 게임에 참여하는 서바이벌 형식이라는 점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취재 당일 입구에서는 젊은 여성 그룹과 커플, 단체 관람객들이 줄을 서 있었으며, 내부에는 한국어 안내문과 일본어 번역문이 함께 배치돼 있었다. 또한 드라마 속 가면과 유니폼을 재현한 운영 요원들은 참가자들에게 실제 작품 속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를 제공했다. 가장 먼저 진행된 게임은 줄다리기였다. 드라마 속 장면과는 달리 참가자가 도르래 형태의 줄을 제한 시간 안에 당겨 확보한 길이로 승패를 가리는 방식이었다. 이어 진행된 구슬치기에서는 참가자가 굴린 구슬이 테이블 위 우산 모양의 구역 안에 들어가면 승리하는 규칙이 적용됐다. 이후 진행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참가자 두 명이 다리를 묶은 상태로 움직이며 제한 시간 안에 영희가 있는 지점까지 도달해야 하는 게임이었다. 다음 게임인 유리다리 건너기에서는 시작 전 안전한 이동 경로가 조명으로 제시됐으며, 잘못된 경로를 선택하면 다리 전체가 붉은색으로 바뀌면서 탈락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음악에 맞춰 진행되는 의자 뺏기 게임을 통해 점수가 높은 참가자 6명이 최종 라운드에 진출했다. 이들은 테이블에 앉아 음악이 멈추는 순간 자신의 앞에 놓인 버튼을 가장 빠르게 누르는 방식으로 경쟁했으며, 이를 통해 최종 우승자가 결정됐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최종 우승자가 결정되면 우승자만 입장할 수 있는 특별 공간에 개방된다. 이곳에서는 와인, 위스키 칵테일 등 주류 음료와 어린이도 이용할 수 있는 무알코올 음료 한 잔이 제공되며 모든 체험이 마무리된다. 통신원은 최종 라운드에서 우승을 차지한 참가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날의 '456번의 영광'을 차지한 인물은 도쿄에 거주하는 회사원이었다. 그는 마지막 게임이 끝난 직후에도 흥분이 가시지 않은 모습이었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그는 “생각보다 훨씬 긴장됐다”고 말했다. 특히 제한 시간이 다가올수록 참가자들의 분위기가 실제 경쟁 상황처럼 변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드라마를 볼 때는 그냥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해보니까 더 흥미로웠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참가했는데 예상치 못하게 우승을 차지하면서 동료들의 축하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게임에서 영희의 움직임이 드라마와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정교하게 구현돼 몰입감이 높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평소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팬으로 전편을 모두 시청했다고 밝혔다. 일본에서는 최근 몇 년간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국 드라마 소비가 크게 증가했다. 그 가운데 <오징어 게임>은 한국 콘텐츠의 세계적 확산을 상징하는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에서는 작품이 사회적 경쟁 구조와 청년 세대의 불안을 다룬 점에서 공감을 얻었다는 평가가 많다. 단순한 데스게임 장르를 넘어 경쟁 사회의 구조를 극단적으로 시각화했다는 점이 일본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체험의 핵심은 참가자가 직접 <오징어 게임>의 세계관 속 인물이 된 듯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은 제한 시간 안에 다양한 미션을 수행해야 했으며, 작품 속 긴장감을 재현하기 위해 효과음과 조명도 세밀하게 연출됐다. 가장 인기가 높았던 코너는 역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다. 일본에도 이와 유사한 놀이인 '다루마상가코론다 (だるまさんがころんだ, 달마 님이 넘어졌다)'가 있어 참가자들이 보다 친숙하게 체험에 참여할 수 있었다. '다루마'은 달마를 뜻하며 불교 전설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오징어 게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시작 전부터 웃음과 긴장이 공존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진짜 같다. 긴장되고 실제 참가자가 된 것처럼 몰입된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특히 참가자들이 체험을 외국 콘텐츠 소비로 받아들이기보다 콘텐츠의 규칙과 감정 구조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이는 한류 콘텐츠가 일본에서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적 공동 경험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의 젊은 세대에게 한국 콘텐츠는 더 이상 일부 마니아층만 향유하는 특별한 문화가 아니다. 일상 속에서 즐기는 문화 콘텐츠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일부 참가자들은 체험이 끝난 뒤 한국 음식점 방문을 계획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것은 도쿄 시부야와 같이 한국 콘텐츠나 한국 음식 관련 소비 공간이 밀집한 지역에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소비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일본의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관련 이벤트가 전시와 굿즈 판매 중심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면, 이번 <오징어 게임> 체험관은 참가자가 직접 몸을 움직이며 세계관을 경험하도록 구성됐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였다. 이는 최근 한국 콘텐츠 산업이 공간 연출, 관광, 굿즈, 체험형 비즈니스 등으로 확장되는 전 세계적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이번 체험관은 콘텐츠가 영상 플랫폼을 넘어 도시 공간으로 확장되고, 소비자가 세계관을 직접 체험하며 새로운 기억을 만들어가는 현장을 보여줬다. 통신원이 직접 참여한 이번 취재를 통해 <오징어 게임> 체험관은 단순한 흥행 콘텐츠의 연장선이 아니라 일본 내 콘텐츠 소비 방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일본 문화 백과 사이트 '재패니즈 위키 코퍼스(Japanese Wiki Corpus)'의 '달마' 부분, https://www.japanesewiki.com/jp/culture/だるま
- «아사히 신문» (2021.11.19). イカゲームが風刺する韓国社会 「愚かな競争」に突き進む人間のさが, https://www.asahi.com/articles/ASPCK4G35PCBUHBI021.html
- '시부야 리얼 오징어 게임' 홈페이지, https://www.enjoytokyo.jp/event/2037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