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가 7월 15일 독일 전역에 개봉했다. 현재 베를린 4곳을 비롯해 독일 전역 독립영화관 90여곳에서 상영되고 있다. 역시나 다른 국가들보다 개봉 시기가 늦었지만 호응은 상당한 편이다. 미나리 독일 배급을 맡은 프로키노(Prokino)는 미나리 별도 홈페이지(minari-derfilm.de)까지 개설하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윤여정 배우가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고, 영미권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덕분이지만 다문화와 이주민, 통합 이슈가 사회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독일에서 이 영화의 의미가 결코 적지 않다.
<미나리' 상영중인 독일의 독립영화관 노이에스오프 영화관(좌)과 슈푸트니크 영화관(우) - 출처 : 통신원 촬영>
<독일 영화관 50여 곳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정이삭 감독과 관객과의 대화 - 출처 : 통신원 촬영>
영화 개봉일인 7월 15일에는 독일 영화관 40곳, 오스트리아 영화관 5곳이 동시에 온라인으로 정이삭 감독과의 라이브 대화를 진행했다. 독일에서 이주민 테마 팟캐스트 '할베 카토플(Halbe Katoffl, 반쪽 감자-반쪽 독일인이라는 뜻)'을 진행하고 있는 프랑크 정 기자가 사회를 맡았다. 그는 독일에서 태어난 한국계 2세로 이주민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 행사 사회에 공감을 더했다. 개봉일에 맞춰 통신원이 찾은 영화관은 베를린 노이쾰른 지역에 위치한 슈푸트니크(Sputnik) 영화관.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이라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독특한 벽돌 좌석을 갖춘 영화관에 대화와 토론을 위한 장소까지 잘 마련된 곳이다. 이날 찾은 관객은 15명 내외. 이후 배급사가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영화관별로 10-30명 내외의 관객이 자리했다. 북적이지는 않았지만 모두 끝까지 않아 감독과의 대화를 경청했다. '미나리'에 대한 언론 반응도 상당히 좋다. 영화 전문 미디어뿐만 아니라 종합일간지 등 저명한 독일 미디어가 대부분 '미나리' 평론을 발행했다.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기생충' 이후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한국영화'인 셈이다. (한국영화에 따옴표를 친 이유는 한국 이주민의 삶을 다룬 미국 영화로 그 경계를 넘나들기 때문이다.) 먼저 독일의 대표적인 영화 사이트 '필름스타트(filmstarts.de)'는 별 5개 만점에 4개 반을 주며 호평했다. '필름스타트'는 '감동적이고 진실하며 아름답다. 어린 시절과 가족, 한국인의 아메리카 드림에 대한 소위 '작은' 영화는 오스카 때문만이 아니라 그 자체로 아주 큰 영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작은'에 따옴표가 붙은 이유는 독립 영화로 분류되지만 큰 울림을 주는 영화라는 의미다. 또 다른 영화 포털 사이트 '키노차이트(Kinozeit)'도 '정이삭 감독은 자신의 자전적 영화에서 우리가 결코 경험할 수 없었을 아주 특별한 세계를 만들어 냈다. 이 영화를 본 이후에 우리는 더욱 풍부해지고, 여기 함께할 수 있었다는 것에 조금 기뻐진다. 이 낯선 삶의 일부가 115분 동안 우리 것이 되었다는 사실에'라며 따뜻한 감상평을 남겼다.
<독일 영화 사이트 미나리 평론 – 출처 : Flimstarts>
< FAZ에서 소개한 영화 '미나리'. 가족 내 관계의 변화에 집중했다. - 출처 : FAZ >
종합 미디어의 호평도 이어진다. 북독일 방송 《NDR》는 '이 영화는 마치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보는 느낌이다. 물론 가벼운 퀵모션으로 관객들의 인내심을 시험하지 않으면서도, 모든 전개는 천천히 조심스럽게 진행된다'면서 '(정이삭 감독은) 영화관이 필요로 하는 고요함을 안겨다 주며, (이주민들의)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하는지 짐작케하는 감동적인 이야기를 선사한다'고 전했다. 이어 '정이삭 감독은 그의 용감한 부모와 수많은 다른 세계 여행객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다'고 했다. 《프랑크푸르트알게마이너차이퉁(FAZ)》은 영화의 이민자 서사시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관계에 집중했다. 《FAZ》는 '여기 나오는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처럼 쿠키를 굽지 않고 카드 놀이(화투)를 한다'며 할머니와 손자 사이에 겪는 문화 충돌과 관계의 변화를 언급하며 독자들에게도 가족 드라마의 인간 관계에 좀 더 집중해서 볼 것을 제안했다. 그 외에도 《슈피겔》, 《차이트》, 《SZ》 등 대부분의 독일 유력 미디어가 미나리를 소개했는데, 이민자들의 고되고 따뜻한 삶을 다룬 이 영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덕분인지 '미나리' 현지 상영은 특별 이벤트로 야외 상영 행사로 개최되는 등 순탄하게 이어지는 중이다. 독일 '미나리' 상영은 오는 8월 7일까지 계속된다. ※ 참고자료 https://www.filmstarts.de/kritiken/275596/kritik.html https://www.kino-zeit.de/film-kritiken-trailer-streaming/minari-wo-wir-wurzeln-schlagen-2020 https://www.kino-zeit.de/aktuelles-kinoprogramm/film/48731 https://www.faz.net/aktuell/feuilleton/kino/was-den-kinofilm-minari-besonders-macht-17437667.html https://www.ndr.de/kultur/film/tipps/Minari-Film-ueber-Reisende-zwischen-Welten,minari110.html https://www.spiegel.de/kultur/kino/minari-von-lee-isaac-chung-neue-wurzeln-fuers-amerikanische-kino-a-8963d434-1c96-4835-82fb-bc8f1730da2f
성명 : 이유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독일/베를린 통신원] 약력 : 전)2010-2012 세계일보 기자 라이프치히 대학원 커뮤니케이션 및 미디어학 석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