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OTT 플랫폼에 연이은 한국 드라마 공개 최근 중국 OTT 플랫폼에서 연이어 한국 드라마가 공개되어 중국 네티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오! 문희>가 중국 극장가에 개봉되며 한한령에 막혀있던 한국 콘텐츠 유통의 물꼬를 튼 바 있다. 이때만 해도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한 일시적 이벤트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이 양국 매체의 지배적 의견이었다. 그러나 올해 1월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가 중국 후난위성TV와 자사 OTT 플랫폼 망고TV에서 방영되며 한한령 해제에 기대감을 상승시켰다. 그리고 이달 3월 무려 네 편의 한국 드라마가 연달아 중국 OTT 플랫폼에 공개되며 ‘한드(韩剧)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아이치이’에 독점 공개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 출처 : 아이치이>
이달 첫 스타트를 끊은 드라마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였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중국의 대표적 OTT 플랫폼 아이치이(爱奇艺)를 통해 지난 3일부터 서비스되기 시작했다. 중국 매체들은 ‘밥누나’의 방영은 ‘사임당’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사임당, 빛의 일기>의 경우 한중 공동 투자로 제작된 반쪽짜리 한국 드라마였고, 또 사드 사태가 벌어지기 직전인 2016년도에 이미 중국 당국의 방영 허가를 받은 작품이었다. 반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지난 1월 중국의 방영 허가를 받은 작품으로 ‘한한령 이후 7년 만에 찾아온 진정한 의미의 한국 드라마’라는 것이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방영 이틀 뒤, 중국판 유튜브라 불리는 비리비리(哔哩哔哩)에도 한국 드라마가 독점 공개됐다. 먼저 <인현왕후의 남자>, <또 오해영>이 공개됐고, 이어 6일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공개됐다. 연이은 한국 드라마 정식 방영에 중국 내 한류팬들은 반색했고, 많은 언론매체는 한한령 변화 기류를 조명했다. ‘N차 정주행’ 문화로 되살아난 한드 바람 중국 OTT 플랫폼에 한꺼번에 쏟아진 이번 드라마들은 한국에서 꽤 오래전에 방영되어 사실 중국에서 상업적으로 경쟁력을 갖기 불리하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세 편의 tvN 드라마 <인현왕후의 남자>, <또 오해영>,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각각 2012년, 2016년, 2017년에 한국에서 방영된 바 있다. 그리고 가장 최신작이라 할 수 있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JTBC를 통해 2018년에 방영되었다. 문제는 모든 드라마가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당시 중국에도 바로 불법 유포되어 볼 사람들은 이미 다 본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공개된 한국 드라마들은 예상보다 높은 조회 수를 올리고 있다. 비리비리에 공개된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577만뷰를 기록하며 엿새 연속 드라마 인기순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인현왕후의 남자>는 214만뷰로 2위, <또 오해영>은 75만뷰를 기록하며 10위에 올랐다(2022.3.11. 기준). 아이치이에서 방영 중인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공개 첫날 드라마 급상승 순위 1위, 전체 드라마 인기순위 7위를 기록했다(2022.3.3. 기준).
<‘비리비리’의 드라마 인기순위 1, 2위를 나란히 기록한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인현왕후의 남자’(2022. 3. 11. 기준) - 출처 : 비리비리>
오래는 10년, 적게는 4년이 지난 드라마들이 다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중국 젊은 층 사이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N차 정주행(N刷剧)’하는 문화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동영상 댓글 ‘탄무(弹幕: 관람자가 콘텐츠를 보며 남기는 댓글이 해당 영상 위로 지나가는 자막)’를 통해 콘텐츠에 대한 감상평을 서로 활발하게 공유한다. 이 탄무의 개수와 내용은 콘텐츠의 인기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이번에 공개된 드라마들에 달린 네티즌들의 탄무를 살펴보면 “세상에, 내가 뭘 본거지”, “보물을 발견했다”와 같이 한국 드라마 방영에 대한 감격과 함께 “무한 정주행하는 한드”, “N번째 정주행하겠다”는 반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드라마의 작품성, 스타 팬덤, 심지어 PD 팬덤 등은 중국 대중들이 한류 드라마를 N차 정주행하는 이유가 된다. 이런 N차 정주행의 탄력을 받아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슬기로운 감빵생활>은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시리즈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신원호 PD의 작품 팬덤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인현왕후의 남자’ 정식 방영에 환호하는 네티즌들의 동영상 댓글 – 출처: 비리비리>
외화 동시 방영을 위한 중국 정책 완화의 필요성 제기 한편 ‘철 지난 드라마를 왜 이제 들여오냐’는 네티즌들의 불만도 제기됐다. 중국 매체들은 이러한 원성을 포착해 해외드라마를 동시 방영할 수 없게 만드는 중국 당국의 콘텐츠 심의 규정을 지적했다. 한국에서는 편의상 별도의 공식 규정이 발표된 적 없는 ‘한한령’으로 중국의 콘텐츠 규제를 표현하지만, 실제로는 속칭 ‘한외령(限外令)’이라 불리는 중국 광전총국의 해외드라마 방영 관리 규정이 한국을 비롯한 해외 콘텐츠 유통을 좌우하는 법적 근거가 된다. 중국 광전총국의 이 규제는 자국 콘텐츠 산업 보호를 위해 2015년을 기점으로 한층 강화되어 해외드라마의 중국 OTT 플랫폼 진입을 어렵게 했다. 해당 규정 중 드라마의 ‘내용 확인(内容要求)’, 드라마 전편 ‘선심의 후방영(先审后播)’ 항목은 현재까지도 해외드라마를 중국에서 발 빠르게 공개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중국 매체들은 까다롭고 더딘 중국 심의 규정이 결국 네티즌들을 불법적으로 해외 콘텐츠를 관람하게 만든다며 정책 완화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 드라마 방영 재개를 계기로 중국 정부의 보수적 정책을 지적한 매체들은 주로 문화산업 관련 기업의 SNS 공식 계정 칼럼, 미디어 비평 전문 1인 미디어의 블로그 기사 등, 많은 팔로워수를 확보하고 민간 매체들이다. 이러한 매체들은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 매체와 달리 대중과 업계의 요구를 반영하고 있어 중국 여론을 실질적으로 가늠하는 데 유용하다. 이들은 그간 자국 시장 보호 정책 덕에 중국 드라마의 질도 많이 향상됐으니 이제 해외드라마 방영 규제를 완화해 ‘개방된 경쟁 속에서 중국 콘텐츠 산업을 더욱 발전시키자’고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할 수 없는 중국의 콘텐츠 심의 규정과 이에 따른 대중의 불만이 중국 제도 개선에 힘을 실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 참고자료 vlinkage(22. 3. 8.) “漂亮姐姐”魅力折损,海外剧难现昔日荣光 犀牛娱乐(22. 3. 7.) 韩剧回华,提振长视频的一只“鲶鱼”?
성명 : 박경진[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중국(북경)/북경 통신원] 약력 : 현) 중국전매대학교 영화학 박사과정